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준 Sep 21. 2019

원래 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형준의 모티브 90]


그때는 담배를 피웠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는 옥상에 올라가 한 대 피우며 먼 산을 바라봤다. 저 멀리에 있는 산. 날이 좋을 때는 그 선과 색을 분명히 보이는 산이, 날이 좋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 구름 낀 날, 안개 낀 날, 비 오는 날은 보이지 않았다. 내 꿈이 그랬다. 보였다 안 보였다.



© Gettyimages




2007년 직업으로 코칭을 선택했다. 그때 전업으로 코칭을 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코치협회에 나가보면 늘 보는 얼굴이고, 그 숫자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회사 선배나 친구를 만나서 직업을 소개하면 그게 무슨 직업인지 도대체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




처음에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을 때는 힘든 줄도 몰랐다. 초기에 기획해서 시장에서 반응이 있었을 때는 금맥을 찾은 줄 알았다. 일도 쉽고 신바람이 났다. 만나서 설명하면 모두 다할 것처럼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일은 너무 적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은 아닌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자책도 했다. 나름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묘수는 보이지 않았다.




버는 돈이 줄어들면서, 집으로 가져가는 돈이 없어지면서 고민은 깊어갔다. 이 일이 맞는 일인가?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인가? 가끔은 꿈에서도 전 직장으로 돌아가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함께 일했던 회사 선배들이 모두 다 나왔다. 내가 다녔던 건물, 그 자리, 가끔은 모르는 사람들, 낯선 사무실, 그런 꿈을 꾼 날은 몸까지 힘들었다.



© Gettyimages





그럴 때도 옥상에 올라갔다. 고민의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은 맞는 것인지. 지금 내가 꿈꾸는 일은 진정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인가? 앞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일인가?




누군가와 이야기하거나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좋아한다. 그리고 그동안 해왔던 광고기획과 컨설팅 직업도 누군가를, 혹은 회사를 도와주거나 성공시키는 일이라 코칭과 맥락이 맞다고 봤다. 시장이 원하는 일일까는 한동안 풀리지 않는 과제였다. 미국에서의 시장규모와 성장세, 유럽시장, 그 외 시장을 보면 모두 다 성장세로 나오는데 나에게 느껴지는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다만 나처럼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많아질 거니 이를 도와주는 산업은 반드시 커질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코칭 시장이 크지 않으니 나를 불러주는 곳에서 강의를 했다. 기존 직업의 영향이었는지 프레젠테이션, 기획, 커뮤니케이션 등의 강의를 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가 있을 때는 모두 나갔다. 그때는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절실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주어지는 일을 모두 하다 보니 느낀 점이 있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일이 분명해졌다. 이후 여유가 조금 생긴 이후로는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해 나갔다.




하지만 이것도 업 앤 다운 이 있다. 잘 되는 듯하다가 무너지고, 무너질만하면 다시 좀 풀리고. 지칠 때도 많았다. 슬럼프가 왔을 때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나 안 하나 바뀌는 건 별로 없지 않나? 아무리 쳇바퀴를 굴러도 제자리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니 몸은 왔다 갔다 했지만 실제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가만히 있으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구나. 내가 그래도 무언가 했으니 제자리를 지킨 것이었구나. 결국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센 동력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구나. 꿈과 목표는 저절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에게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구나.



© Gettyimages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간이 10년 정도 흘렀을 때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먼저 코칭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바빠졌다. 이제는 코칭이라고 하면 웬만한 회사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다 안다. 지금은 코칭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인증된 코치만 해도 수천 명이다. 코치협회는 시간이 없어 잘 나갈 수도 없지만, 나가보면 아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자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고객사에서 코치를 찾을 때 중요한 기준이 경력인데, 고객이 원하는 정도의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오랜 시간 버틴 사람들이 시장을 나눠 가져간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많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가야 할 곳은 먼 느낌이다. 예전보다는 모호한 것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난 이제 나의 미래와 꿈을 분명히 알아라고 말할 수도 없다. 나름 열심히 왔는데, 세상도 그만큼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래도 힘들 때는 가끔 먼 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본다.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다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시간 흔들렸다. 고민도 깊었다. 그때는 그게 힘들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 고민,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 꿈이 잘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분이 있다면, 지금 그 고민이 있었기에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힘든만큼 단단해 집니다. 잘 될때까지 하면 됩니다. 같이 나아가시죠!"



© Gettyimages



[이형준의 모티브 90] 원래 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전 29화 해봐, 현실을 알게 될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