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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Sep 22. 2017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첫 날

네 명 중 두 명이 관두다.

남자는 일찍 일어났다. 그제 잠을 못자서 그런지  아주 깊은 잠을 잤다. 11시간 정도 잔건가. 남자는 눈을 꿈뻑이다가 알람을 끄고 이부자리를 개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통근 버스를 타고 도착하자 7시 40분. 첫날은 8시 30분 까지였다. 시간이 넉넉히 남았다고 판단한 남자는 월급에서 1000원을 공제하고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햄치즈 크로와상과 옥수수스프, 그리고 사과 주스였다.


8시 30분에 식당에 모여있자 인솔자가 나타나 신입들에게 각자가 갈 부서를 발표하였다. 남자의 부서는 품질관리였다.

음. 그렇구나. 남자는 담담한 마음으로 인솔자의 뒤를 따랐다. 마음이 담담한 이유는 품질관리가 어떤건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인솔자는 신입들을 데리고 공장 안 쪽으로 들어가 각자의 사이즈에 맞는 방진화(이물질을 막는 신발. 주로 안쪽에서 밖으로 향하는 먼지를 막아준다. 예를 들어 사람 몸에서 발생하는 이물질)를 골라주고 부서 담당자들에게 신입들을 인수해주고 떠났다. 남자는 남자 이외의 다섯 명의 사람들과 함께 품질관리 담당자를 따라 이동했다. 다섯 명 중 두명은 동기였다.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너무 상세한 정보를 쓰면 남자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글에 최대한 자신이 본 풍경을 적어내고 싶었으나, 그 글에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마치 여행지의 풍경사진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맡은 일은 회사가 생산하는 PCB를 검사하는 일이었다. 담당자는 남자에게 간단한 이력서를 다시금 써내게 하고, 빈 책상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 이후에 지시가 없었기에, 남자는 앉아서 하루종일 멍하니 있었다. 기업 비밀의 보안을 위해 업무중에는 핸드폰의 사용이 금지되었기에, 선배들의 일하는 모습을 눈동자를 굴려가며 구경하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다.

중간 중간 사람들이 다가와 원래 첫 날은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라고. 이것이 하나의 전통이자 그 사람을 살피는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어제 푹 자서 다행이다. 다행히 남자는 졸지 않고 하루를 마쳤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잔업을 하지 않고 퇴근했다.


퇴근을 하는 길에 남자는 아웃소싱 업체 동기 세 명을 만났다. 원래 동기는 총 네 명이었는데 한 명이 오늘 아침 나오지 않았다.

어제 교육담당이 내일은 부서가 배정되는 날이기 때문에 만약 무슨 사정이 있어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회사에서는 받아 줄수 없다.꼭 정시에 나와야 된다. 라고 신신당부 했기에 결석은 사실 회사를 나오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사람들은 와. 첫째 날에 벌써 한 명 그만뒀네. 라고 쑥덕였고, 술 한잔 하는게 어떻냐고 남자에게 제의했다. 남자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단. 내일 출근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


술자리는 2차까지 이어졌다. 2차가 끝나고 각자 집에 돌아가는데 한 동기를 바래다주던 동기가 단톡방에

'A형이 평양으로 택시타고 갔어요,'

라는 황당무개한 글을 남겼다.

알고보니 A는 탈북자 출신이었는데, 내일 출근하기가 싫어 택시를 타고 서울로 도망갔던 것이다.

....황당하다.

남자는 문득 오늘 술값을 자신이 계산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들 돈이 없다고 하길래 오늘은 남자가 계산하고 1/4로 술값을 나누어 각자 집에 돌아가자 마자 남자의 계좌로 돈을 넣어주기로 한 것이었다.


술 값은 총 6만원이었다. 남자는 황급히 A에게 전화를 해보았으나 A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15000...개새끼...남자는 진짜 A가 탈북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15000원이 날아간 것이 이미 기정 사실인 것 같닸다. 씨부럴. 숙소에 도착한 남자는 간만에 욕을 찰지게 하고 빨래를 돌리며 브런치를 켜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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