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1-

남자가 배트맨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하여.

by Jack Kim

미술학원을 가는 날, 남자는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서 잠시 쳐다보고, 가방에 넣었다.

[배트맨 - 웃는 남자] (출판 : 세미콜론) 이었다.


남자는 배트맨 시리즈를 아주 좋아했다. 게임과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나온 거의 모든 것을 모았다. 배트맨 만화책만 하더라도 열권이 훌쩍 넘었고, 스무권에 다다르고 있었다. 남자는 배트맨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왜 그렇게 배트맨을 좋아하느냐. 라고 물으면 남자는 할 말이 많았다.

일단 배트맨은 절대선이 아니었다. 길거리의 불량배를 보면 좋은 말로 타이르고, 보내주는 절대선인 슈퍼맨과는 달리 배트맨은 협박을 하고, 필요하다면 폭행도 불사하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서 악에는 악으로 응징한다는 것. 그것은 남자에게 매우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배트맨은 평범한 인간(물론 아주 평범한 인간은 아니다. 그러나 초능력자들이 득시글한 세계에서는 어떤 초능력이 없는 인간은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이 든다)이고, 어떤 초능력이 없다. 인간으로써 발휘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사용해서 범죄를 해결 할 뿐이다.

그리고 늘 자신이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 고민을 안고 가는 것이 인간다웠다. 자신이 절대선이나 절대악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가 되고 절대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늘 자신의 행위에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행위에 물음을 던지지 않을 때, 후회나 반성은 없을 것이고. 그 자리에는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자리할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는 조커도 매우 좋아했다. 악인을 좋아한다. 라는 것은 현실에서는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조커라는 캐릭터는 배트맨이 불완전하고, 인간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장치 역할을 하고 있었고, 남자는 조커라는 캐릭터가 배트맨에 매우 잘 어울리는 양념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소묘의 마지막 연습으로 조커를 선택했다.


선생님은 남자가 가방에서 꺼낸 책을 보더니,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조커인가요?"

"네. 조커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캐릭터라서요. 한번 그려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책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후후..그렇게 어려운걸 싫어하시더니, 마지막 소묘는 제법 어려운 걸 고르셨네요."

"그래도 좋아하는 거니까요. 해보고 싶습니다."

"좋네요. 마침 얼굴이 약간 과장되어 있으니 배울 게 많겠네요. 시작해 봅시다."

남자는 자리에 앉아, 연필과 지우개를 다듬고 선을 긋기 시작했다.


조커1.jpg



첫 날. 남자는 그림의 일부 밖에 완성되지 않았지만, 완성이 된다면 꽤나 볼 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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