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
똑바른 대답을 해주고 싶어 한참 생각했다. 여기서 ‘똑바른’이라고 하는건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올렸을 때 긴장감 없이 여유로울 수 있는 정도가 되겠다. 솔직히 대충 둘러대고 다른 주제로 넘어갈수도 있었지만 나부터도 궁금하긴 했다. 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리고 그런때가 있긴 했던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거 맞지?”
시간을 조금 벌고 싶어서 역으로 질문했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해도돼!”
손사래 치며 질문을 거둬가려 하기에
“아! 아니아니..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좀 필요해.”
다시 얼른 낚아챘다.
진실된 대답까지 유예 시간은 당연히 5분내외 시간일줄 알았던 친구가 하루를 달라는 내 말에 의아해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이냐며 되려 신기해 했는데,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케케묵은 일기장을 일렬로 내놓았다. 10권 정도가 넘다 보니 이사할 때마다 무게가 꽤 나가서 버리겠다고 다짐했건만, 희한하게 덥석 버려지지가 않은 것 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펼쳐볼 날이 왔다. 가장 먼저 연예인 사진이 붙은 흑색 다이어리를 가져왔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10권 가량의 다이어리를 모두 읽은 것 같다. 10년이 넘는 데이터를 한번에 취합해서 결론내야 했다. 아주 기억나지 않는 일도 있었고, 어제처럼 생생한 감정이 느껴지는 일도 있었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우울하고 힘든 일기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거다. 이미 답은 정해져있었지만 나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수년간의 일기를 열어본거다. 언제 가장 행복했냐는 질문에 하루 정도의 시간을 요구한 것 자체가 나는 행복한적이 없었다는 거다. 알면서도 모른 척, 진지한 대답을 하고 싶은 척, 좀 더 속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 척 온갖 흉내를 내면서 ‘나는 사실 불행했어요. 행복은 없었어요.’를 친구에게 티냈던거다. 나는 매순간 불행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 발버둥에 가까운 시간 속행복은 당연히 아주 작거나 아예 없었다.
이제 나는 가장 행복한때에 대한 대답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각각의 다이어리로 흩어져 기록된 내 우울과 슬픔이 갑자기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