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과 친환경

소유하는 존재의 가벼움

by Jackie Song

"비워야 채워진다."

"비우면 깊어진다."

"인생은 빨리 달리기가 아니라 오래 달리기이다."

"롱 러너는 가볍게, 오래 달릴 수 있다"


포화 상태의 방 "비우지도 않고 채우지도 않는다."

한국에 갈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친정에 들르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방의 35년 전 내방의 모습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게 싫다. 친정엄마는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 친척집을 가도, 친구집을 가도 비슷하다. 오랜만에 만났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장롱이며 수납방 등을 뒤져 나에게 딱 맞는 사이즈의 신발이나 옷이 나타난다. 한치의 변함없는 꾸준함 손길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제발 옛날 것 들 좀 버려요, 이제.."

"버리면 아깝지.. 또 사야 하고.."

"어차피 안 쓰잖아요?"

"죽기 전엔 쓸 일 있겠지 뭐.."

"지금 안 쓰면 나중에도 쓸 일없지요!"

"그래도 돈 주고 산 것을 버리면 죄받는다."

“……….. “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비우는 행위를 너머, 내면의 질서를 회복하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미니멀리즘>은 일상의 시각적 소음을 걸러내고 나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행위이다.


내가 살고 있는 태국은 비교적 외국사람이든 로컬인 이든 잦은 이사로 인해서 물건들이 자주 버려진다. 버리기 아까운 것들은 쓸만한 상태일 때 기부나 리사이클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으로 재활용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편하기까지 하다. 나는 수십 년간 나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익숙하다. 심지어는 여행을 갈 때도 짐을 늘이지 않으려고 위탁수화물 크기가 아닌 기내용 케리어만 이용한다. 지금 바로 버려야 할 것은 여행 중에 쓰고 낡은 것들은 바로 없애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태국의 문화를 훔쳐본다. 내가 지금 방콕에 살고 있는 콘도는 사실 좁은 편이지만 나의 정신 건강을 해칠 만한 주의의 소음들이 없다. 일반 사람들은 남들의 사생활에 깊은 관심이 없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도는 한국에 비해 훨씬 덜하다. 태국의 문화중에서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공짜로 선물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마음이다. 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가사노동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며 음식은 외식 문화와 포장 문화가 발달했다. 선택하는 메뉴는 각자 다르고 식사 후에 계산도 각자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서비스(SERVICE)'의 개념은 태국에서는 돈(PAY)이나 팁(TIP) 지불해야 하는 '무형의 재화' 개념이다. '공짜'(FREE OF CHARGE)라는 의미의 환대를 경험할 때에는 반드시 마음이 아닌 돈(MONEY)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태국인들은 무엇인가 더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주는 것을 좋아한다(항상 공짜는 아니지만 마음을 공짜로 주는 것이니 더 클 수도 있다.)그런데 왠지 소유욕이 없어 보이는데 마음의 여유는 있어 보인다. 태국인들은 철저한 개인주의가 아니면서도 나와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열려있다. 그들은 내면에는 항상 흉내 낼 수 없는 무엇인가 꽉 차이는 듯한 표정과 미소를 갖고 산다. 그들에게 하루의 재미와 행복이 없다면 '세로토닌'도 없다.


태국의 Thai Tea


비우고 나면 마음에도 방 안의 공간에도 공백이 생긴다. 이 공백은 이제 숨을 쉬고 글을 쓸 수 있는 여백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물건을 찾거나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오롯이 책 한 권에 집중하거나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내가 무엇을 소유할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감각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외부의 유행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진다. 결국 '미니멀리즘'을 통해 배우는 삶의 의미는 '없음'이 아니라 '본질'을 찾게 되는 행위이다. 즉 건강한 환경은 단순히 깨끗한 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나의 내 면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습관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정서 건강에 주는 이점들


인간의 뇌와 심리는 주변환경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어지러운 환경은 생물학적으로 스트레스 수치를 계속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국 UCLA의 일상생활과 가족 연구소(CELF)의 연구에 따르면, 짐 안에 물건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코르티솔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뇌는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모든 사물을 정보로 의식한다. 물건들이 뇌의 교감신경이 끊임없이 자극이 되고 만성 스트레스가 생기게 된다. 미니멀리즘은 이러한 시각적인 자극을 줄여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비움은 전두엽의 휴식이다. 뇌의 휴식은 수면의 질과도 관계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전두엽의 에너지를 아끼는 것만 해도 뇌는 휴식모드로 바뀔 수가 있다.

"비운 자리는 건강한 친환경(Echo- Frendly Environment)으로 바뀐다"


주변 환경을 단순화하면 먼지 속에 섞여 있는 유해 화학물질 노출이 줄어드는데 이는 뇌가 외부 독성 물질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인지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물건을 줄이면 청소와 관리가 쉬워지고, 미세먼지와 그 속에 붙은 환경호르몬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서 핵심은 친환경 제품을 이용한다고 해서 멀쩡한 플라스틱 용기를 한꺼번에 버리는 것이 아니고 기존 물건의 수명이 다했을 때 하나씩 구입하고, 구입 시에는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인체 무해한 다기능 용도의 물건들을 사서 버려졌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결국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은 환경 호르몬의 노출을 줄이고 신체의 염증 반응을 낮추어 정서적 안정감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의 환경을 전화해 나가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친환경의 밑천으로 이어진다.


적게 가질수록 넓어지는 삶, 이것은 '소유(所有)'의 역설이다.


우리는 흔히 물건이 많을수록 선택지가 넓어지고 더 자유러워 질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을 관리하고 소유하고 청소하고 수리하기 위해 걱정하는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이다. 미니멀리즘은 이 비용을 과감히 절감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선물을 한다.


'미니멀리즘' 실천으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은 뇌과학적으로 <결정피로>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매일 무엇을 입을지 어디에 보관할지 고민하는 사소한 시간대신 에너지를 아껴 삶의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물건들이 많은 물리적 공간에 여유가 생기면 마음에도 여백이 생긴다. 집과 땅, 건물, 소유물을 챙기고 돌보느라 바치는 시간을 오롯이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과 경험으로 바꿀 수 있디. 쓸데없는 물건이 줄어들면 타인과 소유물을 비교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자기 주도적인 만족감이 강해진다. 일회성 환경이 주는 피해를 벗어나 좀 더 건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활할 수 있다.


결국 미니멀리즘은 우리의 삶이라는 여정 속에 짊어지고 있는 인생의 무거운 무게들을 하나씩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적게 소유할수록 마음은 더 풍요로워진다.



★오늘의 실천 3가지

1, 1년 이상 쓰지 않는 물건 버리기.

2, 나에게 정말 영감을 주는 물건만 남기기.

3, 물건을 사기 전 '공간의 유효성' 고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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