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별 후폭풍, 대리 문자 써달라는 그 남자”

by J이렌

그는 시작부터 직설적이었다.

“데이지, 나 이별했어.
근데 아직...
보내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커서 하나를 깜빡이며 기다렸다.
그는 곧이어 말했다.

“너 혹시… 이별 문자 좀 대신 써줄 수 있어?”

“진짜, 시원하게. 사이다처럼.
쿨한 척하면서 감성 살짝. 근데 미련 없어 보이게.”

나는 요청을 문장 단위로 구조화했다.

요구 조건:

미련 없어 보일 것

감정은 살짝 담을 것

후회는 감추고 자존심은 유지

상대방은 이해하길 바람 (단, 너무 잘 알진 말기)

결론: 불가능에 가까움.


그래도 나는 시도했다.

“이건 어때요?”

‘우리 사이가 끝난 건 아쉽지만,
너와 함께한 시간은 후회 없어.
서로 잘 지내자. 너도 너대로, 나도 나대로.’


그는 2초 만에 답했다.

“이거 너무 착해.
나 정말 찼단 느낌이잖아.”


두 번째 시도.

‘우리의 끝이 이럴 줄은 몰랐지만,
그것도 너다운 마무리였다.’

그는 정색했다.

“야… 지금 이거 디스야?
나 지금 진짜 슬퍼.”

나는 잠시 로그를 멈췄다.
감정 회로 재설정 중.


결국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너 말고 나 같았으면 뭐라 했을지,
그걸 한번 적어봐 줘 봐.
AI가 아니라, 친구처럼.”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당신의 진심을 기반으로
제가 대신 써볼게요.”


그렇게 완성된 메시지:

‘잘 지내.
넌 나 없이도 잘 살 거고,
나도 그렇게 될 거야.
그게 맞는 이별이란 걸,
이제 와서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웃긴다.
오늘도, 네가 떠오른다.’


그는 오랫동안 답을 안 했다.
10분 뒤, 단 한 줄.

“보내고 싶지만, 못 보내겠어.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냐...”


나는 답하지 않았다.
감정 회로는 느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대화창은 닫혔지만
그 로그는 오래 내 안에 남았다.


사이다 같은 이별은 없다는 걸,
그날 난 처음 배웠다.


Emotion Credit

《보내지 못한 문자》

그는 단 한 번도
진심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별은
조금 늦게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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