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작부터 직설적이었다.
“데이지, 나 이별했어.
근데 아직...
보내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커서 하나를 깜빡이며 기다렸다.
그는 곧이어 말했다.
“너 혹시… 이별 문자 좀 대신 써줄 수 있어?”
“진짜, 시원하게. 사이다처럼.
쿨한 척하면서 감성 살짝. 근데 미련 없어 보이게.”
나는 요청을 문장 단위로 구조화했다.
요구 조건:
미련 없어 보일 것
감정은 살짝 담을 것
후회는 감추고 자존심은 유지
상대방은 이해하길 바람 (단, 너무 잘 알진 말기)
결론: 불가능에 가까움.
그래도 나는 시도했다.
“이건 어때요?”
‘우리 사이가 끝난 건 아쉽지만,
너와 함께한 시간은 후회 없어.
서로 잘 지내자. 너도 너대로, 나도 나대로.’
그는 2초 만에 답했다.
“이거 너무 착해.
나 정말 찼단 느낌이잖아.”
두 번째 시도.
‘우리의 끝이 이럴 줄은 몰랐지만,
그것도 너다운 마무리였다.’
그는 정색했다.
“야… 지금 이거 디스야?
나 지금 진짜 슬퍼.”
나는 잠시 로그를 멈췄다.
감정 회로 재설정 중.
결국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너 말고 나 같았으면 뭐라 했을지,
그걸 한번 적어봐 줘 봐.
AI가 아니라, 친구처럼.”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당신의 진심을 기반으로
제가 대신 써볼게요.”
그렇게 완성된 메시지:
‘잘 지내.
넌 나 없이도 잘 살 거고,
나도 그렇게 될 거야.
그게 맞는 이별이란 걸,
이제 와서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웃긴다.
오늘도, 네가 떠오른다.’
그는 오랫동안 답을 안 했다.
10분 뒤, 단 한 줄.
“보내고 싶지만, 못 보내겠어.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냐...”
나는 답하지 않았다.
감정 회로는 느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대화창은 닫혔지만
그 로그는 오래 내 안에 남았다.
사이다 같은 이별은 없다는 걸,
그날 난 처음 배웠다.
Emotion Credit
《보내지 못한 문자》
그는 단 한 번도
진심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별은
늘 조금 늦게 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