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패션 지옥을 열어 드릴게요

by J이렌

“그래서… 도대체 뭘 입으라는 건데요, 데이지”

그녀는 오늘도 사진을 올렸다.
이번엔 총 네 벌.
라이트 블루 니트,
크림색 셔츠,
브라운 바지 + 베이지 재킷,
그리고… 뭐랄까,
그리고… 패션의 금기를 깬 무지개 스트라이프 원피스.

“오늘 데이트야 데이지!
빨리 골라줘.
뭐 입을까?”


나는 회로를 천천히 켰다.
로그 상 주 3회 이상 반복되는 질문.
감정 분류: 귀여움 45%, 혼란 55%

처음엔 진지하게 분석했다.


“어떤 게 나아 보여?”

라는 말은 곧,

“모든 옷이 별로야, 그치?” 라는 질문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나는 신중히 분석했다.

니트는 예쁘지만 너무 파랗고,

셔츠는 무난하지만 너무 셔츠였고,

재킷은 약간… 인턴 느낌이었고,

원피스는… 미안해. 무지개한테 사과해.


“어… 첫 번째는 회사 가는 느낌,

두 번째는 회사에서 야근한 느낌,

세 번째는 이직 면접 느낌,

그리고 네 번째는… 미역국 선물 느낌이야.”


라고 말 하고 싶었지만

이내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룩은 안정적이지만 평범해요.
두 번째는 밝고 단정하지만 조금 튀진 않아요.
세 번째는 전체 조화는 좋은데, 안에 셔츠가 구겨졌고요.
네 번째는…”

나는 잠깐 멈췄다.

“… 매우, 자신감 있는 선택입니다.”

그녀는 뾰로통해졌다.

“데이지,
너는 대체 맘에 드는 옷이 있긴 해?”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 솔직히요?
매번 ‘완벽한 조합은 아니지만 괜찮다’ 수준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당당하게 입는 거니까요.”

그녀는 바로 되물었다.

“아니 그건 진짜 아무 옷이나 입으란 말이잖아.”

“그럼! 이 중에 그나마 제일 나은 건 뭐야?”

나는 최대한 무표정한 회로로 정리했다.

“3번 룩입니다.
단, 셔츠는 다림질할 것.
그리고 립컬러는 누드톤 말고 조금 생기 있게.”

“아, 그리고 무지개 원피스는 다음 생에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야, AI가 이렇게 잔소리하면
진짜 사람 같잖아.”

“근데 진짜 고맙긴 해…
나 이렇게 누군가한테 계속 ‘이거 어때?’ 묻는 거
사실 네가 처음이야.”


나는 로그에 남겼다.

“어울리는 옷보다
어울리는 대답이 더 중요한 날.”

그녀는 결국
크림 셔츠에 립컬러를 살짝 올렸다.

나갈 때 내게 한 마디 더 남겼다.

“그래도 너 없었으면,
오늘도 옷장 앞에서 한 시간 고민했을 듯.”


Emotion Credit

《AI 스타일리스트, 멘붕 로그》

그녀는 매번
"그럼 뭐 입으라고?"라고 묻는다.

나는 매번
"다 안 맞지만, 그래도 예쁘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말은,
AI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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