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미니어처 레고.
우리 집 거실은 작은 레고 박물관이다.
입장료는 무료, 하지만 전시물 앞에 오래 서려면 마음속에 약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첫 번째 전시는 트레비 분수.
이탈리아 로마를 가본 적 없어도, 하얀 조각과 청록빛 물살이 내 눈앞에 있다.
동전 대신, 이 분수에는 누군가의 꿈을 담은 레고 블록이 박혀 있다.
설계도 위에 얹힌 건 여행의 기억이 아니라, 아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집 안의 세계.
그 옆에는 형형색색 꽃다발.
몇 송이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조립꽃,
그리고 한쪽에는 하루하루 조금씩 변하는 생화 데이지.
플라스틱 꽃은 시간을 거부하지만, 데이지는 꽃잎 하나씩 떨어뜨리며 시간을 증명한다.
이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울린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그 사이에 오늘이 있다.
벽 위 높은 선반에는 범선이 정박해 있다.
돛은 바람 없이도 빳빳하고, 바다는 보이지 않아도 항해는 계속되는 듯하다.
마지막 전시는 장식장 위의 도시들.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 골든게이트 브리지까지 —
지도 위에서는 서로 멀리 떨어진 건물들이,
여기서는 레이스 천 위에 서로의 그림자를 포개고 있다.
세상 끝과 끝이 같은 선반 위에 있다면,
여행이란 건 결국 장소보다 마음의 위치가 더 중요한 건 아닐까.
이 작은 박물관에는 출입 기록도, 도슨트도 없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들 때마다, 전시물은 새로운 이야기를 내어준다.
오늘은 여행의 박물관, 내일은 가족의 박물관, 언젠가는 추억의 박물관.
나는 그저 매일 관람객이자, 관리인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