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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운 Jul 12. 2016

캔들

많은 것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많은 것들이 바뀌기 전에 나는 나의 것들을 최대한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노력 했다. 
1호선을 타고 서쪽으로 달려 나가는 길에 때를 같이 한 해가 지고 있었고 저무는 해를 잡기 위해 1호선은 달려나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온전하거나 성한 곳을 물어보는 친구들과는 말 없이 잔을 부딪히고 안부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에게는 용돈을 보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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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했던 대학가를 지나갈 때면 아직 친구들이 남아있을까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우리는 이전만큼 자주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외면이라는 것은 얼마나 씁쓸한 일인지 예전부터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유독 내가 삶을 사랑하며 보낸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외면 당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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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계단으로 사람들이 쏟아지며 나오고 있을 때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반대편으로 나갈 때에 아무도 나를 응원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지만 내가 정해놓은 목적지와 시간도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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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도 더 이상 재미를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냥 서로의 안부를 이야기 한다. 그냥 그게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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