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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Jun 10. 2023

나?!  쾌락주의! (2)

알콜 중독, 마약 중독....

부정적으로 뒤에 '중독'이 붙는 경우,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1번, 몸에 안 좋다.

2번, 노력 없는 보상(쾌락)이다.


일반적인 보상회로는 내가 무언가 얻고자 하면,

그것을 얻기 위해 충분히 노력을 하고, 감내하고 버틴 결과로 보상을 받는다.

욕구 -> 노력 -> 보상


그런데, 중간 단계인 노력 없이 보상(쾌락)만을 쉽게 얻는 과정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참고 인내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금방 포기하게 된다. 

뇌가 그렇게 절여지는 것이다.
욕구 -> 보상




20대 초반, 군대 맞선임과 해남 땅끝 탑 옆에 있는 작은 해안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섰다.

산 절벽 아래 암벽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가끔씩 들리는 곳이었다.

조용한 새벽 한 시, 뻥뚤려 있는 망망대해 바다와 여름 밤하늘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 적 있다.

감성이라는 감성은 모두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에 취해

가장 친했고 또 좋아했던 맞선임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저는 마땅히 내세울 재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 타고난 게  없습니다. 똑똑하지도 않고, 타고난 피지컬이 대단해서 운동 신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노래도 좋아하지만 썩 대단히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운동은 어떻게 해왔어?"


"그냥 뭔가 하나 재미 붙이고 시작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쭉 합니다."


선임은 조용히 있다가 가볍게 툭 던지듯 말했다.

"오 썽징군 그거 재능이네, 노력하는 재능~, 노력도 재능이지~ 멋지네~' 


맘씨 착한 내 오타쿠 맞선임이 툭 던진 말에 맞아 한동안 그로기 상태가 됐다.


맞다. 노력도 재능이다. 근데 이놈의 재능은 너무 변덕이 심해서 잠시라도 멈췄다간 언제라도 내 곁을 떠나버리는 열받는 재능이다.


그때 이후로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만, 포기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예컨대,


17년도쯤 알쓸신잡 시즌1에서 정재승 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독서가 어떻게 습관이 돼요? 독서는 쾌락이 되어야 평생 독서하는 어른이 되죠~!"


그렇다면 독서가 습관이 아니라 쾌락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영하 작가가 책을 고를 때는 이런 방법으로 찾는다고 한다.

1.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는다.

2. 꼼꼼하고 믿음직스러운 출판사의 책을 찾는다.

3. 번역서의 경우 신뢰하는 번역자의 책을 찾는다.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이렇다.

1.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는다.

2. 내가 좋아하는 장르에서 책을 찾는다.

3. 읽는 목적에 따라 책을 고른다.

4.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을 찾는다.

5. 책 종이의 질감이나 겉감,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다.


왜 이렇게 할까?

예컨대, 나는 딱히 문학에는 관심이 없다.

특히 70~80년대 책들을 보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마치 '당신들이 어려워해야 우리 작가들의 지적 허영심이 상대적으로 대단하게 보인다' 라며

구한말 이후로는 쓰지 않았을 법한 한자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두어줄 읽다 보면 별로 다음 내용이 궁금하지가 않다. 질려버린다.

이런 내가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겠다며 현대문학을 한 권 뽑아 들곤 열심히 읽으면 그게 얼마나 오래가겠나,

얼마 안 가 구석에 치워놓고 거울 보며 덤벨이나 한 번 더 들고 있을 게 뻔하다.

반면,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고르고, 읽기 시작하면 적어도 완독 할 타율이 9할 9푼은 된다.



바보 같이 노력만 하지 말자.

영리하게 노력하자.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김민섭 작가님은 초등학생 시절, 비 오는 날 친구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자기는 반드시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집에 와야만, '선량한 행동'으로서 박수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냥 같이 쓰고 가면 되는데 말이다.


나의 희생이 곧 보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세상은 나에게 그다지 따스하지 않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노력과 보상에는 등가교환이라는 게 적용되지 않는다.

우직하고 또 묵묵히 그 일을 해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겠노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력을 통해 진정 얻고자 하는 목적엔 그 고유의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보상에 적합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방향성이 맞는지 확인해 보자.


실제 내가 듣고 빵 터졌던 이야기다.

우리 체육관에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내게 와 물었다.

"아니 봐봐, 나는 이렇게 겁나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하는데 왜 여자친구가 없지?"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니가 열심히 자기 관리하는 거랑 여자친구가 생기는 거랑 도대체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 거지?

 연애를 하고 싶으면 나가서 소개를 받거나 여성에게 말을 걸어야 되는 거 아니야?

물론 열심히 운동하고, 자기개발 하면 매력적으로 보여서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있지, 근데 그게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니잖아"

"운동의 목적이 연애라면 방향이 좀 잘 못된 거 아니야? 너무 빙빙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클라이밍,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크로스핏, 복싱, 서핑, 스노우보드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고,

이는 나에게 보다 적합하고 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현재는 웨이트 트레이닝, 러닝, 복싱에 집중하고 있다.



웨이트도 목표에 따라 수련법이 달라진다.

보다 볼륨감 있고 근육을 세밀하게 조각하듯 만드는 보디빌딩 식이냐,

무게를 많이 치고 힘을 기르는 방식의 파워리프팅 식이냐,

맨즈 피지크 쪽이냐, 클래식 피지크 쪽이냐

*맨즈 피지크(상대적으로 하체볼륨 불필요, 삼각팬티가 아니라 워터파크용 트렁크 입고 출전)

** 클래식 피지크(아놀드 같은 아름다운 육체미, 균형미, 밸런스 중시, V자 몸_얇은 허리, 큰 등판 강조)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몸매(?)를 생각해 보고, 또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식을 골라, 트레이닝을 하면 보다 재밌는 운동이 될 수 있다.

무작정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 15분 뛰고, 몸 좀 풀고, 머신에서 파닥거리다가 집에 털래털래 가는 게 훌륭한 게 아니다.


복싱도 마찬가지다.

메이웨더나, 타이슨 같은 선수들이 있는 프로 복싱 리그와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이 뛰는 아마추어(엘리트) 복싱 리그에 따라 복싱 스타일이 상이하게 달라진다.

구분을 위해 비약하자면,

조금씩 대미지를 누적시키며 플레이하는 포인트 취득 위주의 '아마추어 복싱'은 보다 빠르고 기민한(치고 빠지는) 동작을 활용한 복싱 스타일이다.

반면, 큰 한방 한방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KO 시키며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줘야만 나의 인기가 올라가고, 또 이에 따라 내 몸값이 올라가는 게 프로 복싱이다.

내가 추구하는 복싱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경기 운영 방법과 복싱 스타일을 다르게 수련할 필요가 있다.


발이 엄청 빠른데 굳이 상대 주먹을 맞아가며 품으로 들어가는 인파이팅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주먹 한방 한방이 쎈 타입이고, 맷집도 좋은데, 굳이 방방 뛰며 아웃복싱으로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어떤 목적과 스타일로 수련을 할지는 조금 배우면서 신나게 맞다보면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당구도 짜장면 값과 당구비를 잃어가면서 배우듯, 복싱은 맞아가면서 배운다.

실로 직관적이지 않을 수 없다. 고수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다보면 "어? 이거 아닌데?" 하며 아주 빠르게 내 스타일을 찾아간다.


참 신기한 게, 똑같은 코치에게 수업을 받아도 열이면 열 다 각자의 잽이 다르고 훅이 다르다. 누구는 어깨 근육이 좋고, 누구는 팔이 길고, 누구는 허리가 좋아서

같은 잽을 배워도, 각자 자기가 가진 강점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몸에 조금씩 다르게 체화시킨다.

무의식적으로 나름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다.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고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확실히 내가 잘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이 따로 있다는 걸 느꼈고, 또 그런 운동들은 시작하면 곧 잘하게 되면서 좋아하게 됐다.

스켈레톤 금메달 리스트 윤성빈 선수가 말하길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도 능력이라 하더라.



많은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

나도 내 몸으로는 이번생이 처음이라.

이것저것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게 나의 쾌락주의다.

노력 없는 보상을 경계한다.

내 쾌락의 올바른 방향성을 정한다.

노력 없는 보상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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