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긴장하지 않는 사람인가? 떨지 않는 사람인가?

by 정작가

어제 거진 1년 만에 복싱대회에 출전했다.

맨날 체육관에서 스파링만 하다가 낯선 곳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람과 죽어라 치고받을 생각을 하니 긴장됐다.

상대에 대한 정보도 없고, 경력은 어떻게 되는지, 키는 얼마나 되고, 인파이터인지 아웃복서인지 모른다. 오서독스일까? 사우스포일까?

갖은 생각을 하다가 이내 줄넘기와 쉐도우로 몸을 풀고, 피가 돌면서 땀이 나니 한결 나아졌다.

결과적으로는 미스매치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게 이기고 내려왔다. 상대분 복싱 경력이 그다지 길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이번 글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복싱에 관한 얘기는 아니다.

시합 며칠 전으로 돌아가 본다.


코치님이 “형님 안 떨리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긴장되죠 ㅎㅎ”라고 답했다.

그리고 연이어 답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자기세뇌처럼 나는 타고나기를 긴장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떨리지 않아요라고 말했어요"


"그러면 진짜 덜 떨리는 것 같기도 했고, 실제로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 일이 많아졌어요. 회사 업무상 3~400명 앞에서 사업 발표하거나, 행사 사회 보는 일이 왕왕 생기더라고요."


“그때마다 솔직히 말해서, 안 떨릴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인정하고 내 진짜 속 마음을 마주하기로 했어요. 아 나는 뭐 딱히 특별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긴장하기도 하고 좀 떨기도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도 조금 달리 했어요. 나는 긴장도 하고 떨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야. 그런 경험도 많지"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나는 원래 떨지 않는 사람이라며 자기 최면할 때보다 더 안정감이 생기더라고요"


“왜냐면 이미 한창 긴장하고 있는데, 나는 타고나기를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되뇌이고 있으니까 그게 말도 안 되고 스스로를 억지로 속이는 것 같더라구요”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으로, 자기(自己)만 듣지 않으면 남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동(行動))"


코치님이 답했다.

"멋지십니다"


근데 ‘그 멋지십니다’라는 말을 나도 여러 상대에게 비슷한 의도로 표현했던 적 있다.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런 거다.


친구 중에 소심하지만 여성분들을 곧장 잘 만나고 다녔던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은 자기가 지금 외롭다는 마음을 숨기지도 않고, 또 상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비록 떳떳하게

“나! 너 좋아해!”

이런 느낌보다는, 표현하기 좀 그렇지만 약간 찌질미라고 해야 할까?

"내가.. 내가...너한테 좀 반한 거 같아"

부끄럽지만 자기 마음을 마주하고, 솔찍하게 이야기하는 행동이다.


이런 적도 있었다.

회사에서 만난 우리 인턴은 내가 시킨 업무를 하루 종일 정말 열심히 하더니만 끝내고 이렇게 답했다.

"저 좀 칭찬받고 싶었나 봐요ㅎㅎ"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날 하루 종일 그 말이 뇌리에서 맴돌았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사랑받을까?

책 좀 많이 읽었으면, 명확하게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제는 지피티 선생께서 잘 알려주시니 개의치 않고 물어봤다.


그런 사람을 표현하자면

1.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용기 있는 사람

2.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사람

3. 투명한 사람, 솔직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

이라고 한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Authentic person), 취약성을 드러내는 용기 있는 사람(Vulnerable person)은 신뢰를 만든다고 한다.

사람이 자신의 약점 부끄러움을 드러낼 때 상대는 ‘이 사람은 가식이 없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허세나 포장보다는 오히려 솔직한 부끄러움은 신뢰를 생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솔직함은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 주어 안정감을 제공하기도 하고,

인간미에 대한 호감은 상대에게 매력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역시 지피티 선생.


요즘 유튜브에서 자주 보이는 딘딘이라는 가수가 요즘 딱 그런 느낌을 받는다.

예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기 비하와 인정 그리고 그걸 넘어서서,

현재의 자신에 대한 거리낌 없는 표현이 그를 매력적이게 만들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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