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출퇴근 시간 관성 때문에 주말에도 6시 반이면 눈이 떠진다.
며칠 전 이틀 정도 연이어 비가 내렸고, 오늘 아침은 화창한 것 같다.
푹신한 침대와 두툼한 이불 사이에 있는 살결이 부딪치는 느낌이 퍽 좋다.
보송보송하고 또 부드러운 게 기분을 좋게 한다.
이불속에 있어도 화창함이 느껴지는 이 기분,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 하루 시작이 좋다.
30분 정도 유튜브 쇼츠를 휙휙 넘기다가
인터넷 뉴스 홈에 들어가서 여러 기사를 훑어보다 보니 또 스륵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뒤에 깨어나,
침대에서 엎드려 비비적거리며 스트레칭을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나는 5년 정도 된 뉴발란스 반바지를 참 좋아한다. 다른 운동복 바지도 많은데 유독 이게 좋다. 조금 더 낡았고 살짝 빛바랬지만 허벅지 살 결에 닿는 부분이 해져서 그런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좋다.
바지가 나한테 맞게 바뀐 것 같다.
두툼한 회색 후드 집업에 나이키 모자, 러닝화와 무릎보호대를 차고 중랑천으로 나갔다.
중랑천으로 가는 길은 살짝 춥다.
빌딩과 건물들 사이에는 아침 일찍 해가 들지 않는다.
1킬로 정도 걷다가 해가 선명하게 비치는 중랑천 입구로 내려간다.
나는 러닝을 하며 라디오를 듣거나 노래를 듣는 게 너무 좋다.
이순간부터 나만의 세상에서 내가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다.
이보다 주체적인 행위가 없다. 그 어느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이 행위를 한정할 수 있다.
별 것 아닌 이 작은 행위가 오늘 하루 무언가 해냈다는 나의 작은 ‘효능감’을 올려준다.
이것 말고도 또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운을 얻는다. 건강은 덤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꾸준히 자기 효능감을 계속 채워 나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러닝은 참 좋은 수단인 것 같다.
참고로 달리기도 알아야 잘 뛸 수 있다.
예컨대, 러닝하고 나서 아플 수 있는데,가장 흔한 증상인 허리 통증이 있다.
이는 뛰는 동안 허리가 과신전 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쉽게 말해 허리가 섰다는 건데, 달리다가 힘들면 턱이 올라가고 가슴은 하늘을 보며, 허리는 활처럼 휘어진 상태로 달리게 된다. 무게 중심이 불안정한 허리로 집중되고 통증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자기가 가진 체력에 비해 빨리 달리려고 했고, 달리다가 숨이 찬 게 원인일 수 있다.
김창옥 교수가 말하길,
해녀들이 더 많은 해산물을 캐려고 물속에 오래 있다 보면 병에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 해녀들은 이런 말을 한단다.
'니 숨만큼만 해라'
달리기도 내 숨만큼만 뛰면 된다.
달리기를 마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어제 끓인 갈비 된장찌개를 마저 먹었다.
월요일에 회사 동료에게 줄 파일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마무리 짓는다.
이제 오전 11시 반 정도 됐다.
집 근처에 조용하고 창가자리 외에는 어두침침한 카페가 있는데 나는 거기가 참 좋다.
주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일본어 공부를 하러 간다.
나가기 전에 다시 머리를 만지려고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샤워한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아직 젖어 있지 않을까?' 하던 슬리퍼가 벌써 말라 있다.
필라테스 폼롤러나 매트 소재로 쓰이는 푹신한 에바(EVA) 소재다.
구멍이 많이 뚫려 있어서 물이 금방 빠지고 금세 마른 것 같다.
화장실 슬리퍼는 금방 마르고 또 젖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게 최고다.
이 슬리퍼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만들어진 완벽한 제품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평화로운 오늘 내 하루도 이 잘 만들어진 슬리퍼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