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 노무현-, 택시운전수, 노무현과 바보들
세상의 옳고 그름은 기준을 정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도 동의되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누군가에겐 대한민국 역사에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위대한 인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무모하고 무능하며 빨갱이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엊그제 5월 23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0년 되는 날이었다.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에 이 책을 다 읽었다.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그에 대해 더 찾아보다가 그가 숨 쉬지 않는 세상에서 그를 만났다.
2005년 무더운 여름. 대통령 최초로 해병대 1사단 훈련소를 방문했을 때, 모든 부대는 저격 방지를 위해 옥상을 폐쇄시켰다. 냄새나고 축축한 침구를 옥상에 널어 말려야 하는 (당시 일병) 나로선 그의 방문이 탐탁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노무현이란 사람으로 약간의 시장의 흥행을 위해 만든 영화 같고,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은 그를 사랑하던 바보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도 두 영화는 그가 정의를 위해서 어려운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저서 <운명이다> 에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책을 덮고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중2 때 이승만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자 학우들을 부추겨 백지를 제출하고 질책을 가하는 선생에게 특정 후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부정선거 행위가 아니냐고 말한 그때부터, 스스로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목숨을 끊은 순간까지 그의 삶은 정의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관해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두고 말이 많다. 어느 것이 사살이든 우리는 죽음을 돌리 수 없고, 그의 말에 귀 기울여 보면 그의 자살이 이해가 간다.
테러리스트들을 검거해서 적법한 조사나 거래로는 그들의 자백이나 정보를 절대 받아 낼 수 없다. 그 어떤 고문도 그들의 의지를 꺽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악한 짓거리가 있는데, 바로 그들의 사랑하는 주변인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그것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무현이란 사람이 살면서 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소외받는 사람들을 돕고 대의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어 최고 자리에 올라 대한민국을 바꿔보려고 발버둥 친 그의 삶은 처절함이 묻어나서 '한'이란 단어를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많은 정책과 제안들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는 한국 역사에 정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1. 자주국방.
전쟁 시 작권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어 명목상으로 한국은 아직도 미국의 속국인 샘이다. 동맹국으로써 지원을 받는 것은 전략적으로 옳은 것이지만 세계적인 국방력을 가진 민국 국가가 아직도 스스로 작전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가.
2. 역사청산.
2차 대전 종전 후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차이점은 기억함과 망각함 이리라. 유태인들은 죽음과 고통의 역사를 자손과 세계에게 전승하고 책과 영화로 잊지 않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했고, 세계는 나치가 악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편승한 자들이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권력과 부를 잡고 나라를 호령한다. 우리 선조들의 고통이 '됐다마 시끄럽다!' 한 마디 말로 묵살되고 잊혀 져 버린 지금. 누구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 빼고....
3. 정의 실현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 노무현-
그는 그의 말을 지켰고 성공했다. 하지만 반쪽 성공이 되어버린 그의 행적들. 나머지 반을 우리와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완성해야만 한다.
4. 민주주의 3권 분리.
행정부(청와대), 입법부(국회), 사법부(법원)는 상하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기능과 의무를 가진 기관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최고봉에 서서 모든 것을 조정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그렇게 나라를 다스렸다. 국민의 무지와 무관심에 큰 잘못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불합리한 입법안도 대통령 권한으로 거부할 수 있지만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받아들였고, 사법부나 언론의 어떤 무례한 발언도 탄압하거나 징계하지 않았다.
5. 표현의 자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21조 1항
김제동 씨는 그의 책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하고 싶어요>에서 다음과 같이 이 조문을 설명한다.
"나는 나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고,
당신은 당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다.
나는 당신의 생각에 반대할 권리도 있고,
찬성할 권리도 있고,
당신도 나의 생각에 반대할 권리도 있고
찬성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할지라도
누군가가 당신의 말할 권리 자체를
빼앗으려 한다면,
기꺼이 당신 편에 서서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고 죽음 후의 오늘날까지도 언론의 비난에 시달린다. 그가 이 헌법의 준수를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잘 이행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지식 혁명도, 체 게바라의 무장 혁명도, 예수의 사랑 혁명도, 노무현의 정치 혁명도 살아생전엔 모두들 의문을 던졌지만 그들은 온 인류에 진리라는 씨앗을 뿌렸다.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지향할 수 있도록 그가 시작점이 되었다고 본다. 그는 너무 정의로워서 "바보" 소리를 들었고,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존 스노우(아에곤 타르가르옌)를 보노라면 그가 자꾸 생각났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20년 정치 인생을 돌아보았다.
마치 물을 가르고 달려온 것 같았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는 데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
가슴이 먹먹했다. 노무현 씨가 저렇게 말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은 우리의 간절함을 언제 답해주실까....
-번외-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사는 건 어때? 공부는 할 만해?
절반은 아니요...라고 말하고 절반은 반작용으로 좋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좋아요 친구들도 질문을 또 던지면 답이 없다...
왜 우리 아이들은 "사는 거 너무 즐거운데요! 공부가 너무 재밌어요!"라고 말하지 못할까....
우리는 그들을 위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
-마무리 하며-
그렇다고 낙담하고 포기하고 단념하고 있을 내가 아니다!
일단은 독서를 한다 졸라 한다ㅋㅋㅋ 과거의 선구자들을 공부하고 그들의 실수에서 배우며 역사로 미래를 준비하려고 한다. 내가 읽은 책과 지식을 내 삶에 사용하지 못하는 짓보다 시간 낭비가 없을 것이다.
오래 걸릴 거란걸 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졸꾸(졸라 꾸준히, 졸지 말고 꾸준히, 졸도할 정도로 꾸준히)합시다!!!
네이버 댓글로 그를 만나기 전에 그가 진정 어떤 사람인가 책으로 만나보길 간절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