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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Lee Jun 10. 2019

여자라서 더 힘든 건가요?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김미경-  <걸캅스>-정다원-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어찌 보면 남성우월주의적 배경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경상도 남자에 4대째 개신교 집안이고 해병대 나왔으면 대충 내 배경을 이해하리라 본다. 스포츠 스타, 위대한 지도자, 세상을 변화시킨 과학자, 역사에 남는 예술가들은 모두 남성이었고 그렇게 듣고 자란 나로선 남성이 우월해 보이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라고 여겨왔다. 


다양한 책들을 읽기 전까진......


우리가 소설을 읽고,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기울려야만 하는 이유는 짧은 인생에 직접 경험으로는 인지할 수 있는 지식과 타인의 입장들이 너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공감"과 "소통"

현대인의 삶이 결여된 그러나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 믿는다! 


엄마, 누나, 언니, 여동생, 딸, 할머니, 손녀라서 불합리함을 겪는 것에 솔직히 관심도 없었고 여성이 결코 소외계층이나 약자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특히 사회적 제도적 이득을 취하려 할 때), 웃긴 건 노예해방과 모든 계층의 남성이 참정권을 가진 근대역사에서 여성의 참정권 챙취는 가장 늦었다. 그리고 아직도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게 맞더라. 책으로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 요즘은 직장에서도 몸소 경험하고 있다.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가슴 한편에, 그래도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을 위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명저 <오리지널스> 인지 <생각의 탄생>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과거 여성의 성취가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 난 것은 일단 균등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여성들에겐 개인 공간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혁명과 문명의 발달은 잉여 생산물로 인해 한량이가 된 부유층에서 딱히 노동이 필요 없으니 책이나 보고 사색을 하면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찾아온 것인데, 이 사색의 필수 조건이 여가 시간과 개인 공간이다. 둘 다 여성에게 전혀 제공되지 않았고,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작곡가, 예술가, 과학자가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될 때 여성은 그곳에 낄 수 없었다. 생물학적인 조건이 아니라 환경적 조건 때문이라 이거지! 


<완벽한 공부법>에 학습된 무기력이 나오는데, 여성의 실력이 남성보다 떨어져 보이는 것은 글라스 실링(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애물)이 여성들의 한계를 이미 단정 지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올림픽도 남성 여성이 따로 경쟁하고 기록도 남성이 현저히 좋지만 나는 양성이 함께 경쟁하는 올림픽이 된다면 결국엔 여성도 남성과 신체적 차이도 없애버릴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목에 화살을 맞고도 오를레앙 방어전에서 승리한 프랑스의 여장군 잔 다르크처럼 여성도 신체적으로 충분히 강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적, 심리적, 문화적)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았을 여성들의 잠재력이 임신, 출산, 육아, 가사 때문에 사라졌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나? 여자라서 자신의 꿈과 경력/실력을 포기해야만 하는 사회에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나의 엄마를 나의 아내를 나의 딸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자문 해봐야 한다. 


책에 소개된 사연들을 읽어보면 남성과 여성의 출발점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금수저 흙수저 운운하며 경제적 조건을 불평하는데, 그 조건 속에서 여성은 한 발짝 더 뒤에서 출발하더라. 


이 책이 아줌마님들만 읽을게 아니라 온 국민이 봐야만 하는 이유는, 세상에 아내가 없는 가정은 있어도 엄마가 없는 가정은 없다. 우리 가정의 주춧돌인 엄마들이 행복해져야 가정이 행복해지고 사회가 행복해지듯,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혹은 엄마를 위해 전국민은 이런 부류의 책들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공감능력 향상의 지름길이고 소통의 장을 여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책은 아내들의 꿈뿐만 아니라 남편과 자녀들의 꿈을 이뤄가는 내조와 교육의 가이드도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길 추천한다. 사람들은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재밌는 소설은 90% 정도 완독을 하는데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조차도 3~7%만이 완독을 한다고 한다. 가끔은 책 후반부나 종반에 주옥같은 정보들이 있다. 



영화 <걸 캅스>에서도 젊은 시절 그렇게 잘 나가던 강력계 형사 박미영 (라미란)과 민원실장은 출산 후 억지로 웃으며 서류 작업하는 부서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데. 자식이 여성의 삶에 축복이고 행복이 되어도 그 노고가 보상 될동말동 할 판에, 자식이 내 커리어와 내 꿈의 방해물이 된다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개인주의나 여성들이 이기적으로 변해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환경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잠깐 한국의 출산율을 집고 넘어가자면, 일부 선동적인 언론사는 2018년 출산율이 0.98 즉 1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복지 예산집행에 태클을 걸고 있는데. 이 비율은 대한민국 가임기 여성 즉 생리가 시작되고 폐경이 오기까지 모든 나이대의 여성의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계산된 숫자이다. 

실제로 결혼을 하면 아이의 숫자는 증가 추세이며 2015년엔 2.5 즉 거의 3명을 낳는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30대 중반에 결혼한 내 친구들은 보통 2~3명의 자녀를 가지고 있다. 직업에 따라 자녀 숫자가 차이가 나는데 둘 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는 아들만 셋이다. 자녀를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면 아이 없이 살래? 조금 힘들어도 아이들과 살래? 내 주변의 소수 사람들의 답변으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대부분 결혼은 별로라도 자녀는 꼭 추천하더라. 옆에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들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문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인데! 여성들이 결혼하면 경력단절에 독박육아를 하게 되는 사회에서 내가 여자라도 결혼하기 싫겠다! 


일본 영화 <오싱>에서 주인마님 미즈미 핀코는 오싱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해준다.

"오싱, 엄마(여자)란 말이다. 자기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란다. 항상 가족들을 위해서 일하는 거야. 자기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지. 그게 바로 엄마란다." 

나는 이 말이 여성의 희생을 강조하는 것이 아나라 여성이 얼마나 강하고 능력 있는 존재인지 말해준다고 본다. 애 키우면서 일하는 거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남자들은 절대 모른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랑하는 존재 아내/엄마를 위해서 그 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살아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마무리하며 - 


아니요! 여자라서 더 힘든 게 아니라요, 조선 500년이 DNA에 새겨진 남성들이 아직도 자기 더 편하려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제발 군대와 출산을 비교하지 말자. 군가산점을 그렇게 원하면 출산휴가와 복직이 온전한 사회적 제도를 갖추고 난 후에 평등을 외치길 바란다. 군대 2년이란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되면 그 시간을 그렇게 쓴 본인 탓이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추진력 있고 백성의 안녕을 위해 본인과 소수집단의 이익을 뒤로하고 고군분투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나에겐 그분들이 희망이다. 여성 경력 유지 및 직장 생활에 관하여 나 개인적으로 연구하는 제도가 있고 이것이 완성되면 대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그 정치인들에게 편지 보내려고 준비 중이다. 



-번외- 


20대 중반의 정말 실력 있는 여직원이 있었는데, 그녀 때문에 내 일이 수월해졌고 회사 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 임신소식을 접했고, 심리적 육체적 변화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녀를 회사는 권고사직으로 답했다. 물론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마음에 안 드니까 다른 직장을 찾아 나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여자라서 그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또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노동자의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받는 선진국 호주가 이정도인데, 한국은 얼마나 심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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