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크슈타인 Sep 11. 2024

모노폴리 게임: 엔드게임

인간의 본성 vs. 지주와 기업의 계략?


모노폴리 게임


1930년대 대공황의 언저리에, 땅과 호텔과 별장을 소유하고 다른 사람이 모두 파산하면 승자가 되는, 힘든 시기 대리만족을 주었던 게임.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인생역전을 할 수 있었고 세계로 퍼져나가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1904년 만들어진 모노폴리의 원조격인 게임에는 모노폴리에는 없는 한 칸이 있었다!

한 경제학자의 신념을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졌던 게임..

“왜 어떤 이는 공동체에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땅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버는 것인가”


10여년 전 신드롬을 일으켰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지적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의 속성은 근본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 피땀 흘려 삽질하는 노동소득의 증가는 십 년이 지나도 쥐꼬리만 한데, 금융소득 자본소득은 세상의 모든 파이를 가져가는가.


System Reboot!

다시 혁명을 꿈꿀 것이 아니라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금수저가 아니라는 현실과 세상의 규칙을 받아들여야겠지. 그리고 노동 외에 주식투자든, 암호화폐 거래든, 부동산 경매든 뭐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자본소득의 과실을 끝물이라도 맛보는 것이 정신승리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지.. 그래도 뭔가 세상의 룰(rule)이 잘못 세팅되어 있는 것 같다는 찜찜함은 가시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기존의 상식과는 달리 역치의 관계라면, 마르크스는 진작에 그 해결책을 나름 제시했던 것일 게다.

다만 아직은 자본주의에 확장의 여지가 남았던(긍정적인 면이 많이 보였던) 대압축의 시대에 너무 앞서 나왔고, 자본과 자본수익률에 대한 그의 생각에 문제가 있었을 뿐.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조화로운 균형발전이 시장의 논리만으론 어려운 것이라면, 바로 그래서 정부와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고, 정책이 중요한 것 일터. 

여기서 비로소 경제란 - 정책과, 결국엔 '정치'와 무관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자본이 매번 판쓸이를 하고, 월급쟁이들은 갈수록 힘들어진다면, 무슨 돈으로 어디에 소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1:9:90의 신 계급사회에서 그들이 선심 쓰듯 주는 '개평'만으로 버티기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암담한 현실을 감당하기에도, 주저앉는 자존감을 곧추세우기에도, 이 세상이 너무나 차갑다.


지식채널 e의 짧은 동영상 [두 개의 게임]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더니 하는 말,

'에이, 아무도 파산을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지.'







* 소개 : EBS 지식채널 e에서 방영했던 <두 개의 게임>


두 개의 게임이란 모노폴리(Monopoly)의 원조로 1904년 엘리자베스 매기가 고안한 모노폴리 지주게임(Landlord's Game)과 이것을 기초로 찰스 더로가 개발한 모노폴리 독점게임을 말합니다.

2명 내지 8명의 선수가 보드판을 놓고 게임을 하는 이른바 부동산놀이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세계 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민게임으로 일컬어지는 '부루마블'(Blue Marble, 블루마블)의 원조이기도 합니다.  

 

모노폴리 독점게임과 모노폴리 지주게임


'독점'을 의미하는 모노폴리는 본디 토지사유제를 비판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고안해 낸 엘리자베스 매기는 자본주의적 독점의 폐해와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사상을 알리고자 모노폴리 지주게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모노폴리 독점게임과 모노폴리 지주게임 - 게임판에서 사라진  빈민구제소


그런데 이것을 1933년 대공황기에 실직 중이던 엔지니어  찰스 더로가 권리를 사들여 대박의 성공신화를 이뤄냈던 것입니다.  

 


두 개의 게임 중 모노폴리 독점게임을 하는 방법은 먼저 주사위를 던지고 땅문서를 산 다음 별장과 호텔을 짓고 지나가는 다른 선수에게 임대료를 받습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이고, 회사가 도산하고 농장을 팔고 집을 저당 잡히던 미국의 대공황시대에 사람들은 가로세로 40센티미터 종이판 위에서 가짜 돈다발을 쥐고 이렇게 백만장자를 꿈꾸었습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가 되는 것입니다.  1977년, 1979년 미국 챔피언십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모노폴리의 우승비결은 다른 선수들을 빨리 파산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더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대박의 꿈을 부추기는 게임을 만들어 실업자에서 일약 세계적인 갑부의 자리에 올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1905년에 개발한 모노폴리의 원조인 모노폴리 지주게임의 방법은 먼저 땅을 사고 집을 지은 후 임대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모노폴리 지주게임에는 포노폴리 독점게임과 다른 게임의 규칙이 있습니다. 땅 임대료는 개인이 갖는 것이 아니라 모두 토지 세금으로 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토지 세금이 모이면 정부가 전기, 철도회사를 사들입니다. 그 결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땅이 점점 늘어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노폴리 지주게임의 개발자인 엘리자베스 매기는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이론을 널리 알리고자 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지지한 이론은 아직 미국에 토지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앞으로 인구가 늘어나 땅값이 오르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주에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저술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실린 것이었습니다.

 


헨리 조지는 같은 하늘 아래 극과 극의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처음엔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땅을 개인이 소유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왜 어떤 사람은 공동체에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으면서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익을 얻는가?"라며 세상의 부조리에 맞섰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에 찬동한 엘리자베스가 만든 것이 바로 최초의 모노폴리 지주게임이었던 것입니다.



모노폴리 지주게임은 한 선수가 게임판을 다섯 번 돌면 끝납니다. 이 게임에서는 아무도 파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100년 전 모노폴리 지주게임의 보드판에는 빈민구제소(Poor House)라는 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빈민구제소는 임대료를 낼 돈도 없고 은행에 담보할 땅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였지요. 이 빈민구제소 덕분에 파산위기에 몰린 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게임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눔의 미학을 멋지게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이었던 거지요.





작가의 이전글 꽃다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