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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슈타인 Oct 13. 2024

빗속의 뚝방 길을 거닐며

꿈의 대화


꿈을 꾸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흐릿한 오후, 전 다리 위에서 멍하니 서 있던 것인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지친 것인지 어느 한 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다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얼마간인지 그 위에 그렇게 있었습니다.


다리는 한강대교나 마포대교 같은 큰 다리는 아니었는데, 차량이 다니지 않는 그 조그마한 느낌은 마치 어린 시절 이문동 도깨비 시장을 지나 중랑천 뚝방 길을 내려가면 있던 그런 인도교 같았습니다.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


그 다리 위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전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요. 잠에서 깬 지금도 마치 그 다리 위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올라옵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들, 그 풍경, 그 냄새.. 비 오는 날 하천가의 다리 위에서 물씬 풍겨오는 비릿한 물 내음, 개구리밥 같은 것들이 둥둥 떠 있는 검디 검어 속을 알 수 없는 듯한 강물, 이런저런 풀 벌레 소리와 가끔씩 울리는 개구리 소리..


그러고 보니 이 느낌은 어린 시절의 나를 소환하는 것 같군요. 아마도 꿈속의 나는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나였지 싶습니다.


평소 잘 가보지 못했던 다리 건너 반대편 동네에 대한 궁금증이었을까요. 궁금증과 두려움이 뒤섞여 다리 건너길 주저하고 있던 것인지,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오질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그러다 비는 내리고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것인지.. 그때는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만남의 마음이 더 큰 사람은 그저 할 수 있는 데까지 기다려 볼 수밖에 없었더랬지요.


미몽에서 깨어난 지금, 이 현실감과 아득함이 교차하는 나의 머릿속은 그 꿈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내고 싶어 안달하건만, 도무지 알 수 없네요.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무언가 아련한 느낌이랄까요.  망설임, 아쉬움, 그리움..


이 느낌은 아마도 평생을 두고 이어가는 것,

그냥 노스탤지어(鄕愁)라고 불러 두어야겠습니다.


우리가 꿈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할 순 없지만, 인간의 방어기제란 것이 심리적 위안을 줄 수 있는 나름의 합리적 끼워 맞추기를 잘 시도하는 법이니까요.  그저 앞으로 남은 생(生)은 가급적 후회를 남기지 않는.. 그런 선택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늦은 오후입니다.


번아웃이 온 것 같아 친구의 병원에 와서 잠시 수액을 맞는 1시간 남짓 동안, 정말이지 아득한 꿈을 꾸었네요.  배가 별로 고프진 않지만 이제 간단한 브런치.. 가 아니군요.  간식을 먹으며 남은 일요일의 여유를 즐겨보려 합니다. 총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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