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
블라인드 테이스팅 #blindwinetasting
어떤 와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시는 궁금함과 설레임.
그리고 무슨 와인인지 알고 난 뒤의 실망감(?) ㅎㅎ
품종과 제조과정의 복잡함.. 와인은 권력 및 경제구조와 긴밀히 맞물려 극도의 미각을 추구하게 된 술이라 생각한다. 방주에서 내린 노아가 제일 먼저 심은 것이 포도나무가 아니었던가. 그야말로 구석기, 신석기 시대부터 인류의 선조들이 맛보았던 포도주..
비록 문명의 출현 후, 대량 제조와 발효주라는 술 상품으로 중근동에 먼저 대중화된 것은 맥주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을 중심으로 와인이 부각하게 되었으니. 여기엔 영성체의 기독교가 큰 기여를 했던 바, 와인의 전파가 왜 중동까지에서 막히고 한중일 등 동북아로는 멈추었었는지 익히 짐작이 간다.
와인은 허세요, 유명 와이너리나 브랜드라던가 혹은 비싼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제각각 자신만의 맛과 취향을 추구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던 나. 하지만 과연 나만의 맛과 취향이라는 게 있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화이트건 레드건 로제건 스파클링이건, 여태껏 술보다는 사람과 이야기에 집중하고, 와인은 그저 소주처럼 입속에 털어 넣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지난날 와인에 편견을 가지고 내 입맛대로 해석을 해왔던 건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름을 시건방으로 포장해 왔던 건 아니었던가 싶다.
칼 세이건 아저씨가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고 했던 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인격 함양까지는 몰라도 역시 겸손해지게 하는 효과는 충분한 것 같다.
시향을 통해 아로마와 부케를 느끼고, 시음을 하며 당도와 산미, 바디감과 탄닌감을 혀와 입안 전체에서 맛보며 어떤 와인인지 상상해 보는 것은 의외의 재미를 준다. 크게 어떤 대륙의 와인 같은지, 혹은 어느 나라의 와인 같은지, 혹은 어떤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인지, 구체적으로 어느 와이너리의 무슨 와인 같은지.. 각자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의 와인 내공(?)에 따라 맞춰보는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와인을 마시고도 각자 생각하는 답이나 느끼는 맛이 얼마나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은 매우 신기한 경험인데, 타고난 미각과 어려서부터 먹고 자라온 문화 환경과 음식들, 그리고 음식에 따라 얽히고설킨 개인적 경험과 추억들이 제각각 다름에 따라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우리가 같은 사건이나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서로의 해석이 매우 다르고 지지가 갈리는 사회 정치적인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인간의 사고와 인식은 심지어 미식에 있어서까지 그 불완전함이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알려주는 듯하다.
가성비 좋은 맛있는 데일리 와인을 발견하는 기쁨도 좋고,
비싸고 유명한 고급 와인을 맛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상황과 예산, 어떤 자리인지, 그날의 필요와 분위기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며 즐기면 되리니.
<정답>
* Charles Heidsieck, Brut Reserve NV
(찰스 하이직 브륏 리저브).
* Krug, Grande Cuvee NV (크룩 그랑 뀌베).
* Juan Gil Silver 18 (후안 길 실버 라벨).
* Bodega La Quinta Milonga 19 (보데가 라 뀐따 밀롱가).
* Domaine Roux Pere & Fils, Les Murelles 18
(도멘 루 페레 에 피스 부르고뉴 샤도네이 레 뮈렐).
* Orin Swift, Mercury head 17 (오린 스위프트 머큐리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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