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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슈타인 Aug 31. 2024

The Last Ten Years , 남은 인생 10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아쉬운 건 가장 아름다울 나이에 기다리지 못하는 남자를 만난 것이고, 남자에게 있어 가장 아쉬운 것은 가장 능력 없고 초라할 때 평생을 지켜주고 싶은 여자를 만난 것이 아닐까..’


어제 새벽, 늦은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눈만 피곤한 채 정신은 계속 맑아져 잠자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유튜브에서 들을만한 음악을 찾아보았다. 빗소리부터 파도소리, 클래식 피아노곡.. 다섯 시간, 열 시간 넘게 재생되는 그런 힐링음악들이 수없이 많아 잠 안 올 때 종종 이용하는 터다.

그러다 문득 연예인인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수십 년 전 오랜 과거의 사진처럼 빛바래 보이는 젊은 남녀의 정겨운 모습이 담긴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일까.


배경을 보니 깜깜한 밤이다. 집인지 어딘가 MT를 간 것인지 베란다 앞에 작은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을 두고 마주 보고 바닥에 털썩 앉은 채로 남자는 사진 찍는 카메라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고, 여자는 약간 발그레한 얼굴에 조그만 두 손을 양볼 보조개 쪽에 갖다 대며 즐거운 표정으로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한눈에 봐도 즐거운 시간. 둘만의 은밀한 고백의 순간을 누군가에게 들킨 것일까.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풋풋해져 풋! 웃음이 난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젊은 시절의 저 순간이 영원히 박제되어 보관되어 있는 것을.



연예인이나 가수에 큰 관심이 없는 데다 잠을 청할만한 적당한 음악을 찾던 터라 썸네일 사진을 보고 흘러나오는 노래의 초입을 잠시 들으니 괜찮을 것 같다. 재생을 하고 눈을 붙이려는 찰나, 누군가 이 영상에 첫 번째로 남긴 댓글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맘에 와닿는다.

댓글란을 펼쳐 가려졌던 두 번째 줄까지 모두 읽어 보았다.


살짝 가슴이 아려온다.

글을 보니 누군지 잊지 못할 첫사랑을 하고 가슴에 남아 평생의 회한을 떨치지 못한 사람일까.


공명하는 내 마음처럼 그 댓글에는 제법 많은 대댓글이 보인다. 감탄과 공감의 말들. ‘울컥’이라는 키워드.. 첫사랑, 혹은 젊은 시절의 사랑에 상처받은 영혼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나이란 건 일차적으로 생물학적 의미로 읽힌다. 여자든 남자든 생물학적으로는 20대 초반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일지니.

수렵채집을 하던 먼 옛날까지 가지 않더라도 농업생산의 혁신과 상하수도 시스템의 발명, 그리고 항생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인류의 평균 수명은 대체로 30~40살 정도면 끝이었다. 그 오랜 기간 인류의 삶에서 그러니 20대는 딱 중간 정도의 어른스러운 나이였을 것이다. 지금은 위생개선과 의료시스템의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져 소위 100세 시대라 일컬어지고 있으니..


신체적으로 가장 빛나는 시기가 변화된 수명에 맞춰 30~40대쯤 더 뒤로 옮겨지기에는 아직 진화의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돌이켜 보면 내 삶의 가장 좋았던 시절이 고작 길고 긴 인생의 20~30% 밖에 안 살았을 때 스쳐 지나가 버렸다니.. 그리 생각하면 뭔가 억울하고 서글퍼진다.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나이에 자신도 끌리고 관심이 가는 남자는, 대체로 자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정도 연배의 남자일 것이고,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그 나이대의 일반적인 남자들은 아직 사회적 지위가 낮고 소득 또한 불분명하거나 적을 때가 많겠다.

결국 뜨겁게 사랑을 하다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서 이 사람이다 싶어 먼 미래를 계획하려다 보면, 뭔지 아쉬운 게 하나 둘 생기고 콩깍지 씌었던 눈이 트여 주위를 둘러보며 친구들과 비교해 보게 되겠지. 이 사람을 사랑하지만 현실을 깨닫고 가슴 아프지만 떠나가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나이 많은 재력가나 연예인 남자들이 결혼하는 상대 여성은 대체로 어리디 어린것일까.


Galileo Chini (Italian, 1873– 1956), L’Amore, 1919


남자의 경우에도 젊어 혈기왕성한 시절에는 또래의 이성이나 조금 나이 많은 연상의 여인에게 눈이 갈 터이다.

그렇게 만나 사랑을 시작하지만 그 마음이 권태와 실망으로 변하지 않는 한, 점점 더 그 여자를 지켜주고 잘해주고 싶고, 결국 책임을 지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마음이 되면 평생을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옆에 있는데, 막상 자신을 돌아보니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이 능력도 없고 주변의 더 잘 나가는 남자들만 눈에 들어오겠지. 생일날이나 기념일날, 티비에서 보이는 그런 멋진 선물과 이벤트를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몇만 원짜리 꽃과 14K, 18K 반지 정도의 선물을 하고, 학교 앞 늘 가던 카페에서 거기서 제일 비싼 안주를 시켜 소주 한잔하고 있다면.. 상대가 뭐라 안 해도 남자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 마음 스스로.


결국 미래를 계획하고 부모님이 결혼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자는 떠나게 되는 것일까.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 남자는 뜨거운 안녕을 하거나, 애써 쿨한 척 담담한 척 보내줄 터이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펑펑 울며 소주를 털어 넣고 한없이 찌질한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도피하듯 군대에 갈 수도 있겠지.


댓글을 단 사람에게는 그런 어떤 추억이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신문의 칼럼이나 뉴스 보도 같은 것을 보면 요즘 청춘들은 이 팍팍한 현실에 이미 만성이 되어  연애를 하고 싶지만 못하는 현실이 힘든 게 아니라, 아예 굳이 연애를 할 생각조차 안 하고, 티비 속 연애 프로그램이나 솔로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 한다고도 하던데.


하지만, 지옥 같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사랑은 꽃핀다.

요즘 청춘들이라고 다 그럴까.


아직 이런 일을 겪지 않은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 기도해주고 싶다.  곧, 혹은 언젠가 다가올 첫사랑이 부디 잘 이루어지기를.

.

.



덧.  궁금해져서 구글 렌즈를 이용해 사진의 출처를 찾아보니 N.K.International의  The Last Ten Years Photobook 이란 페이지에서 발견이 되네요..

일본과 대만에서 흥행을 했던 ‘The Last Ten Years (남은 인생 10년)‘이란 영화의 한 장면인 듯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주연배우인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이겠군요. 스무 살에 난치병을 선고받은 '마츠리'가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를 만나 눈부신 사계절을 장식하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에 있을까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더덧.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있어 흔히 보여지는 일반론적인 얘기입니다. 20대가 아니더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내면과 외면 모두 아름다운 여성을 전 많이 봐왔고, 멋진 남성도 많이 봐왔더랬죠. 부러운 사람들. 항상 예외는 있는 거니까요. 총총.


더더덧.  글 맺음을 하고 사진을 첨부하려고 다시 영상을 봤더니, 언급했던 첫 번째 댓글 바로 아래에 있는 두 번째 댓글도 울컥하고 가슴이 많이 아파옵니다. 이 분은 첫사랑은 이루었으나 그 사랑이 길지 못했었네요..


‘나의 첫사랑 와이프~ 지금은 하늘에~ 너랑 똑 닮은 딸이랑 하루하루 살지~ 참고 사는데 가끔 너무너무 그립다‘



….. 오늘은 그저 울컥하는 날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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