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신비 키즈폰
* 15화와 동일한 등장인물입니다.
[달그락, 달그락, 바삭. 후루룩, 바삭바삭.]
요즘 나의 알람, 하준이가 시리얼 먹는 소리. 저 소리에 눈을 뜨고 잠깐동안 정신을 추슬러서 거실로 나오면 거의 대부분 하준이가 그릇을 부엌 개수대에 가져다 정리해 둔 후다. 이제는 익숙한 아침 풍경이다. 거실은 하준이가 오늘의 준비물을 챙기느라 적당히 어질러져 있고 시리얼을 먹었던 자리엔 우유 몇 방울이 떨어져 있다. 녀석, 어제 먹었던 거실 테이블 자리를 안 치웠더니 오늘은 소파에서 먹었다.
나는 모닝 소변을 보고 책 <관객 모독>을 찾았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찾아오는 버스, ‘새마을 이동문고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다.
떡 진 머리를 대충 손가락으로 모아 고무줄로 묶고 맨발에 크록스를 신었다. 옷은 잘 때 입은 옷 그대로다. 이 옷은 또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이기도 하다. 위에 얇은 바람막이 하나를 걸치고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뒤에서 하준이가 가방 메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분이라도 먼저 나가줘야 가파른 72계단에서 하준이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걸음이 제법 빨라진 하준이는 먼저 출발한 나를 금세 따라잡아 72계단 초입에선 나를 추월한다. 이쯤 되면 매일 아침 아이의 등교와 함께 하는 산책은 아이의 뒤를 밟는 추적으로 바뀐다. 나를 추월한 뒷모습이 멀어지든 말든 그저 내 갈 길을 가면 될 텐데 이상하게 아이의 뒤를 바짝 쫓게 된다. 도망자의 걸음이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추적자의 걸음도 빨라진다.
하준이는 학교 후문에 들어서고 나서야 뒤를 한 번 쓱 돌아본다. 그제야 자신의 추적자를 확인하는 거다. 삐딱하게 선 추적자가 바람막이에 두 손을 넣은 채 눈길을 보내면 하준이는 그 눈길을 받고 선 실내화를 갈아 신고 건물 안으로 사라진다. 추적 대상이 사라진 나는 드디어 긴장이 풀린다.
등교시간의 후문은 역시나 소란스럽다. 아침부터 기운 넘치는 아이들의 흥 소리는 넘쳐나고 그 사이사이 아이들을 쫓아 나온 어른들의 목소리가 존재감을 뽐낸다. 멀리 서는 ‘녹색 어머니회’ 회장님의 다소 히스테릭한 교통지도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도로 다니세요!” 혹은 “신호 지키세요!”. 슬픈 울음소리도 들린다. 얼핏 보니 작은 체구의 1학년 같은데 오늘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나 보다. 옆에서 아이의 할머니로 보이는 보호자분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어느 선생님 한 분이 아이를 열심히 설득 중인데 대충 봐도 어렵지 싶다. 땅에 붙은 아이의 두 발은 꿈쩍도 안 한다. 하준이 1학년 때 심심치 않게 봤던 풍경이다.
그때는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리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 어찌나 큰일이었는지 입학 한 3월부터 거의 2개월 남짓 등굣길을 함께 했다. 하굣길을 위해선 교문에서 차량으로 픽업을 해 주는 태권도 학원을 등록했다.
1학년 하준이는 72계단 오르는 데 지나치게 한참 걸렸다. 아침마다 ‘세월아, 네월아~’의 연속이었다.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도 했었고 더 낮은 계단으로 빙 둘러서 가겠다고 떼쓴 적도 많았다. 손을 잡아끌어 올리기도 했었고 뒤에서 엉덩이를 밀어줄 때도 있었다. 마지막 열 계단 정도는 안아 올리기도 했었다. ‘똥침’을 놔줄 때도 많았고 ‘누가 빨리 올라가나!’ 시합하자고 해서 일부러 져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올라오고 나면 주변에 온통 1학년만 바글바글했다. 그때는, 1학년 엄마의 눈에는 1학년만 보일 때였다.
아직도 유치원생 같은 초등학교 1학년들, 그중에 등교가 싫어 우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고 또 그중에 등교 거부로 유명한 애가 한 명 있었다.
그 아이를 나도 꽤 여러 번 보았다. 그 아이는 매번 누군가의 손에 거의 연행되다시피 해서 등교를 했다. 어떤 날엔 엄마가, 또 다른 날엔 아빠가, 또 다른 어떤 날엔 할머니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연행해 왔다. 또래보다 키가 커 보여 처음엔 2학년 혹은 3학년이 아닐까 싶었는데 등에 메고 온 가방을 보고 나서 - 1학년 가방에선 갓 입학한 신입생의 새 가방 티가 난다 - 1학년임을 확신했고 동네 엄마들의 이야기를 엿듣고선 1학년임을 확인했다. 아이는 볼 때마다 울었고 “안 가! 안 가! 싫어!” 울부짖으며 전력을 다해 등교를 거부했다. 그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엇이 어찌 됐든 아이는 담당 선생님한테 넘어가기만 하면 눈물을 삼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는 거였다. 그러니 아이의 어른들은 어떻게든 학교 후문까지만 끌고 오면 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 아이의 할머니와 엄마가 동시에 아이를 연행해 학교에 집어넣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양쪽에서 두 어른이 각각 당신들의 두 손으로 하나씩 잡아끌고 온 것이다. 아이는 전력으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악다구니를 지르면서 선생님에게 연계되었다. “안 가! 안 간다고! 싫다고!” 아이는 봤던 것 중 가장 서럽게 울었고 할머니와 엄마의 얼굴은 봤던 것 중 가장 흙빛이었다. 그저 1학년인 것만 알고 이름도 반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접점이 없는 그 가족은 볼 때마다 전쟁이었다. 엄마는 볼 때마다 출근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날엔 버건디색 치마 정장을 입고 입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색 ‘헤어롤’도 앞머리에 말고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아이를 후문까지만 데려오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선생님이 아이의 두 손을 단단히 붙잡았고 아이는 그제야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였다. 엄마와 할머니는 이쯤 되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들은 터벅터벅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려고 이동했다. 다른 어른들은 그들의 뒷모습을 짠하게 바라봤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그 아이를 짠하게 보지 않았다.
“엄마, 쟤 달리기 잘 한데, 빠르데.”
“정말?”
“응, 그래서 애들이 되게 좋아한데.”
“그래서 쟤는 몇 반인데? 어떻게 알아?”
“시후가 말해줬는데 그건 몰라.”
하준이의 유치원 친구 시후가 저 아이와 같은 반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준이는 시후가 몇 반인지 모른다. 녀석은 항상 이런 식이다.
“너 학교 끝나고 태권도 가고 바둑 갈 때 엄마한테 전화 안 할 거지?”
“응!”
으이그, 당당하게 ‘응!’이란다. 이동하면서 엄마한테 위치를 알려 달라는 목적으로 핸드폰을 목에 걸어준 건데 보면 볼수록 왜 걸어 준 건가 싶다. 그나마 학원에서 등원 문자를 보내주고 있어 안심이다.
“안뇽~ 잘 들어가.”
“응, 안뇽~ 엄마 잘 가.”
“응, 안뇽, 안뇽.”
“안뇽, 안뇽, 안뇽.”
“안뇽, 안뇽, 안뇽, 안뇽.”
이때는 나도 10시 출근을 하던 때라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안뇽~”이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더 많이 하려고 열을 올렸다. 참으로 사소한 경쟁심. 그때 등 뒤에서 엄청난 발소리가 들렸다.
[다다다다다다!]
곁으로 쌩, 바람이 지나간다.
“안돼, 거기 서!”
어찌 된 영문인지 선생님이 아이를 놓쳤다. 그 요주의 아이가 룰을 깼다. 어떻게든 선생님한테 넘기기만 하면 되었다고 그 집 어른들도, 아침마다 그 아이를 봐 왔던 다른 어른들도 모두 안심했을 때가 방심했을 때였고 그때 아이는 변칙성을 선보였다. 아이는 진화했다. 놀란 선생님이 후문 밖으로 빠르게 따라 나왔고 힘 없이 걸어가던 엄마와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듣고 서둘러 되돌아오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할머니가 가는 반대편으로 더 멀리 뛰어갔다. 나는 그저 오도카니 서서 ‘와~ 쟤 정말 빠르구나.’ 감탄만 하고 있었다. 아마 어떤 운에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 ‘저러다 누군가 알아서 잘 잡겠지.’, ‘별일이야 일어나겠어.’ 나뿐만 아니라 나 외에 많은 어른들도 그랬을 것 같았다. ‘선생님이 쫓아갔으니 괜찮을 거야.’, ‘괜히 요란 떨면 저 아이 엄마는 더 부담스러워할 거야.’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안일했다. 그때였다. 1학년 엄마의 눈에 드디어 다른 학년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거다.
“누구야? 잡아요?”
“왜? 잡아? 잡으래?”
“진짜요?”
“쟤?”
5학년인지 6학년인지 혹은 4학년인지 모를 하준이 1학년 땐 엄청 커 보였던 언니, 오빠들이 우르르 그 아이를 쫓았다. 그 아이는 엄청 빠른 1학년이었지만 그래도 1학년은 1학년. 다행히 아이는 멀리 가보지도 못하고 얼마 못 가 선배들에게 둘러싸였다. 선배 아이들은 그 아이보다 조금씩 키가 컸지만 다들 자세를 낮춰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있었다. 아니, 저 친구들은 저런 건 어디에서 배웠을까? 무수히 많았던, 누군가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어른들보다 훨씬 훌륭했다. 처음엔 선배 아이들의 저 행동이 자칫 아이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 순간 어른들은 그냥 쫄보였을 뿐이다.
선배들이 그러했듯 그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선배들을 둘러보기만 했고 어느 누구에게도 달려들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바닥에 앉아서 아기처럼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닌, 아기. 항상 어른들을 지치게, 피곤하게 만드는 질풍노도의 어쩔 수 없는 두려운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냥 1학년이었다. 아이는 울면서 한 손은 쫓아 나온 선생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아직 ‘헤어롤’을 풀지 못한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그 뒤로는 아이를 쫓았던 선배 아이들이 든든하게 뒤쫓았다. 아이가 엉덩이를 빼지 않고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후 더 이상 그 아이를 보지 못했는데 하준이가 혼자서 등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시간이 지났다. 나중에 친해진 시후 엄마로부터 그 아이가 전학 갔다는 이야기만 건너 건너 들을 수 있었다.
좀 아까 8시 50분 종이 올렸고 곧 9시 종이 울릴 텐데, 지금 저 작은 1학년 아이도 어서 들어가면 좋으련만 나는 속으로만 그들을 응원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제 후문 앞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나는 계단으로 돌아가지 않고 나지막한 도로를 따라 인도 위를 걷기 시작했다. 도로 끝 작은 카페에 가기 위해서다.
가서 바람막이 호주머니에 넣어 온 <관객 모독>을 읽어야 한다. 이미 대여한 지 3주째이므로 오늘도 반납하지 못하면 한 달간 대여 정지를 먹을 것이다. 책은 매우 얇다. 얇은 것으로 치자면 지난주에 읽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 - 또 희곡 형식, 다만 관객 모독은 4인극이고 콘트라베이스는 1인극이다 - 에 거의 가깝게 얇다. 그래서 이미 다 읽었고 오늘 반납하기 전에 또 읽고 싶어 졌다. 책은 희곡 형식이기 때문에 이걸 읽고 있으면 머릿속으로 일전에 관람한 ‘모어’와 ‘이랑’의 ‘왜 내가 너의 친구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 공연이 자동으로 오버랩된다. 책 속 무대 위 배우들의 대사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목소리로 재생된다. 나는 특히 속눈썹을 움직이지 말 것이며, 침을 삼키지 말 것이며, 호흡을 멈춰 볼 것을 요구하는 부분이 좋다. 서로 약속된 언어가 한낱 소리로 분리되어 귀결된다.
“어?! 안녕하세요!”
시후 아빠다. 시후 아빠가 어떤 초록색 핸드폰과 함께 녹색 깃발을 들고 녹색 어머니 조끼를 입고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시후 아빠, 안녕하세요?”
“아이고, 안 그래도 시후 엄마가 하준이 엄마 만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아침마다 여기 배회하신다고.”
“아?! 진짜요? 배회한다고? 안 그래도 지연(시후 엄마)이가 나한테도 톡 보냈더라고요, 크크. 시후 아빠 녹색 나갈 거라고.”
녹색 어머니 활동은 오전 8시 20분부터 9시까지다. 지금 녹색 어머니 활동을 철수한 걸 보니 확실히 9시가 지났나 보다.
“하준이 엄마는 올해가 끝이죠?”
“하하, 네. 좀 있다가 하는데 그게 마지막 녹색이에요.”
시후는 7살 어린 늦둥이 동생이 있다.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이 집은 다시 녹색을 시작해야 한다.
“하준이 엄마, 부럽다.”
“아이고 부러울 것도 많다, 하하. 시후 아빠 고생 많았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 되었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시후 아빠가 들고 있던 초록색 핸드폰이 너무 궁금해졌다. 결국 못 참고 시후 아빠를 불러 세웠다.
“그런데 시후 아빠, 그건 뭐예요?”
“네 어떤 거요? 아, 이거.”
시후 아빠는 손에 들고 있던 신비 키즈 폰을 요리조리 보여주면서 계속 이어 말한다.
“녹색 끝나고 올라오는 길에 바닥에 있던 걸 주웠어요. 아무래도 애들 거 같아서, 어차피 학교 들러야 되니까 가는 길에 교무실로 가져가 보려고요. 다행히 어디 깨진 데는 없더라고요.”
“그냥 그거 길 가에 잘 놔두면 주인이 돌아와서 찾아가지 않나? 시후 아빠도 참 부지런하다.”
“하하, 경찰서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요, 뭘. 딱 봐봐요. 분명히 애들 거라니까요.”
하긴 시후 아빠의 말도 일리는 있다. 이번엔 진짜 각자의 길로 갈 것을 고하고 시후 아빠와 목례를 하는데 어린아이의 “우와아아아앙!” 외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쓰며 울고 있던 그 작은 아이였다. 와우, 시후 아빠가 벌써 폰 주인을 찾은 것 같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이가 학교에 등교하면서 자신을 바래다주던 할머니와 헤어질 때 핸드폰이 없어진 걸 깨달았고, 할머니는 일단 아이는 학교로 들어가고 당신이 돌아가는 길에 찾아보마 말했으나 아이는 절대 싫다고 한사코 폰 없이는 학교에 안 들어가겠다고 울고만 있던 것이었다. 선생님도 지켜야 할 후문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으니 당장은 아이를 설득해 보았지만 실패했고, 그렇게 9시가 될 때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어떤 아저씨, 시후 아빠가 핸드폰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시후 아빠는 어린아이, 선생님, 할머니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와 다소 당황해하며 아이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내심 그 폰이 진짜 저 아이의 것이 맞을까 싶었던 순간 아이는 그 폰에 저장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 나 폰 찾았어. 응. 응. 나 이제 학교 갈 수 있어. 응, 응, 응. 응. … 응.”
아이는 엄마랑 통화하고선 할머니와 나란히 서서 시후 아빠에게 정수리가 땅에 닿을 것처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학교로 들어갔다. 함께 있던 선생님과 들어가면서 폰의 전원을 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할머니는 어차피 학교로 들어가면 꺼 놓고 쓰지도 않을 것을 왜 없으면 못 들어간다고 애걸복걸 한 건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치다. 애착, 저 폰이 저 아이에게 애착폰일 수도. 혹은 진짜 분실했을 경우 엄마나 아빠에게 크게 혼이 날 수 있어 그게 무서워 그랬을 수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나로선 알 길이 없다. 그저 다행이었다.
시후 아빠는 시후 동생 정후의 어린이집 등원 때문에 서둘러 돌아갔고 나는 여전한 스스로의 안일함에 다소 실망하며 카페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지연이에게 신랑의 활약상을 톡으로 보내줬다.
[아오, 남용선 허구한 날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여기저기 참견할 때부터 알아봤어! ㅋㅋㅋ]
[ㅋㅋ 이제부터 두리번거리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마, 잘해 줘라. 오지랖이 세상을 구한 거야.]
[안 그래도 지금 자기 칭찬해 달라고 난리야! 자기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줬데 진짜 웃겨!]
[아니야, 언니. 그러지 말고 시후아빠 칭찬해 줘! 저번에 오백원도 줍더라니까! 어떻게 길에서 돈을 줍냐고!]
톡방에는 도연이 엄마, 선경도 있다. 선경은 시후 아빠가 백원 줍는 것도 보고 오백원 줍는 것도 보았다고 감탄했다. 아무래도 <관객 모독>은 더 읽어보지 못하고 반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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