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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방학 Oct 02. 2019

우유곽 배드민턴

솔방울 축구 멤버와 내가 만든  다른 여흥으로 우유곽 배드민턴이 있었다. 솔방울 축구는 아웃도어 스포츠였지만, 우유곽배드민턴은 인도어 전용이었다. 건물의 유리 출입문을 하나 열어젖히고 그것을 네트 삼아 양편에서 손바닥으로 우유곽을 주고받는다. 잡는  반칙이지만, 발로는 차도 된다. 기본적으로  번에 넘겨야 하지만, 여러  쳐서 넘겨도 상관없다. 바닥에 떨구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가 우유곽 배드민턴을 하고 있으면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 때문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혹은 같이 끼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단식으로 경기하는  좋아해서 그런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되도록이면 유동인구가 적은 출입문을 찾아 네트를 만들고 게임을 했다.

 



한 번은 선생님이 보고는 너희들은 사이가  좋구나 했다.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양복바지가 자전거 체인에 씹히지 않게끔 양말 안쪽에 넣고 가랑이를 벌린  페달을 밟았다. 운동을 많이 했는지 팔뚝이 굉장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때리지 않아서 인기가 좋았다. 선생님은 종종 나를  친구의 이름으로 부르고,  친구를  이름으로 불렀다. 우리가 너무 친하고  붙어 다녀서 헷갈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생님 나름의 장난이었다.

 



화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참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곤 했는데,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엉뚱한 대답을 했을   이곤 하는 표정이었다. 결코 화를 내지 않았음에도 나는  표정이 무서웠다. 다른 아이들이  표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이해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화를 참는 사람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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