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축구 멤버와 내가 만든 또 다른 여흥으로 우유곽 배드민턴이 있었다. 솔방울 축구는 아웃도어 스포츠였지만, 우유곽배드민턴은 인도어 전용이었다. 건물의 유리 출입문을 하나 열어젖히고 그것을 네트 삼아 양편에서 손바닥으로 우유곽을 주고받는다. 잡는 건 반칙이지만, 발로는 차도 된다. 기본적으로 한 번에 넘겨야 하지만, 여러 번 쳐서 넘겨도 상관없다. 바닥에 떨구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가 우유곽 배드민턴을 하고 있으면 그 문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 때문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혹은 같이 끼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단식으로 경기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되도록이면 유동인구가 적은 출입문을 찾아 네트를 만들고 게임을 했다.
한 번은 선생님이 보고는 너희들은 사이가 참 좋구나 했다.
그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양복바지가 자전거 체인에 씹히지 않게끔 양말 안쪽에 넣고 가랑이를 벌린 채 페달을 밟았다. 운동을 많이 했는지 팔뚝이 굉장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때리지 않아서 인기가 좋았다. 선생님은 종종 나를 그 친구의 이름으로 부르고, 그 친구를 내 이름으로 불렀다. 우리가 너무 친하고 잘 붙어 다녀서 헷갈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생님 나름의 장난이었다.
화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잘 참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곤 했는데,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엉뚱한 대답을 했을 때 잘 보이곤 하는 표정이었다. 결코 화를 내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 표정이 무서웠다. 다른 아이들이 그 표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지금도 화를 참는 사람들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