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고 싶은 마음과 건강 사이

by 글쓰는 트레이너

이 글은 누군가를 탓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여러 집안의 식탁을 오가며,
그리고 오랜 시간 '건강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온 한 사람으로서
자주 마주했던 풍경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해보고 싶었다.


옛날부터 마음에 걸리던
우리나라 어른들의 모순이 하나 있다.


자식이 건강하길 바라면서도,
차려준 음식만큼은
싹 비워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밥을 먹는 모습에서 성격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배부르면 숟가락을 내려놓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배가 불러도

"음식 남기면 벌 받아."
"조금만 더 먹어."
"이건 몸에 좋은 거니 다 먹어."
라는 말 앞에서는
정해진 양을 무조건 따르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선택한 음식과 술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환경과 이 습관이 만나서
몸은 점점 지방을 축적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런데 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에게

엄마는 여전히 반찬을 한가득 차린다.
든든히 먹이고 싶은 마음,
사랑을 음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식의 몸에 살이 붙은 것이 보이면
걱정이 시작된다.
그 기준이 생각보다 낮아
오히려 놀라울 때도 있다.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내가 만든 음식만큼은 많이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

음식이 넘쳐나는 지금의 시대에
과도한 식사가
결코 건강에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많으면 몸에 부담이 된다.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내 사랑이
그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쉽게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반찬의 수와 종류로
사랑을 표현해 온 한국의 정서.
그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몸 신호에 맞게 적당히 먹이는 것' 또한
사랑의 한 방식일 수 있지 않을까.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다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때로는

배가 불러도 숟가락을 놓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니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자식의 살을 걱정하는 말은

약간 모순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식의 살을 걱정하는 말을 하기보다는
그 몸에 익숙해진 식습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한 번쯤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그 걱정의 일부는
집안의 식탁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누군가의 식습관을 평가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진짜 건강이 무엇인지'를 질문해 온 사람으로서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다.


모든 음식은 선택할 수 있다.
종류도, 양도.
우리는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배부르면 거절할 수도 있고,
배불러도 마음을 담아

감사히 먹을 수도 있다.


그 선택까지 존중받을 때,

몸도, 마음도, 관계도, 사랑도

건강히 오래도록 남지 않을까.






자녀의 진정한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 사랑의 방식 역시
시대와 환경에 맞게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의 몸과 삶을 함께 바라보며 느낀 건,

사랑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더 건강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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