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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l 19. 2019

당신에게 덕질은 어떤 의미일까요?

[에세이] 별을 사랑하는 당신의 인터뷰 : 세 번째 편지

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습니다. 평범한 20대로서 ‘다른 20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으로 그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가진 그들에게 연애편지 형식의 인터뷰로 위로와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과 고민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당신에게


밤하늘을 봐요. 당신의 머리 위엔 몇 개의 별이 빛나고 있어요? 서울에선 하늘의 별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을 담았다던 윤동주 시인이 지금의 컴컴한 하늘이 아니라 헤아릴 수 있는 하늘을 봐서 다행이에요. 고뇌하던 그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 내뱉을 수 있었으니까요. 오늘따라 더 어둡고 고요한 밤, 무엇이 그리워서 당신께 편지를 쓰고 있을까요?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진 높은 빌딩의 창문을 무심코 바라봐요. 서울에는 사람들이 만든 별이 많아요. 한강엔 다리의 오색찬란한 잔상이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도로를 달리는 차 뒷면의 붉은 등과 LED 간판들이 반짝거리며 도시의 밤을 빛내고 있습니다. 당신의 눈동자가 생각나요. 하늘의 별이 모조리 눈에 들어간 듯 초롱초롱했던 어느 밤의 당신이요.


당신은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생기와 활력이 넘쳤고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어요. 삶의 생기와 활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회색도시를 채우는 불빛들처럼요. 무엇이 당신의 눈을 빛나게 하는지 묻는 질문에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어요.


“제게 그 티켓이 있어요!”


티 내지 않으려 했는데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었어요. 가수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7년째 좋아하는 그가 오랜만에 하는 공연에 갈 수 있어서 그리 신나고 설렜나 봐요. 무언가를 심취해서 좋아하는 일을 요샛말로 덕질이라고 하더군요. 이제야 당신 눈의 반짝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일상을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기쁨이요. 좋아하는 별을 많이 봐서, 별이 당신 눈으로 서서히 스며든 걸까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행동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했어요. 앳된 얼굴로 브라운관의 재미난 이야기와 멋진 연예인들에 푹 빠졌을 당신의 모습이 눈에 훤해요. 그래서 당신의 덕질이 그저 멋있는 사람이 보여서, 세상엔 재능 있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어진 당신의 말에 의아했어요. 파고드는 성향이라고요. 끌리는 것에 관심을 가진 순간 더 알고 싶게 되고 찾아보고 싶은 하나의 성격이요. 그래서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관심 가졌던 모든 것이 덕질이라는 당신의 대답처럼 문득 인간이란 존재는 늘 무언가 동경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예술에 대한 인간의 동경이 놀라운 일이 아님은 분명해요. 16세기 후반에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에 열광했고 1980년대엔 퀸에게 환호했어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는 여전히 덕질당하고 있네요. 예술이라는 분야를 뛰어넘어 신화를 살펴봐도 자신을 지나치게 덕질한 나르키소스가 있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는 이를 마음에 품고 바라보고 알고 싶어 한 무수한 이들이 존재했으니 사랑하는 모든 것이 덕질이고, 파고드는 일일 수 있어요. 당신 덕분에 새로이 알게 되었어요.


운명 같아요. 수 억 개의 별 중에 찾은 당신의 별이요. 너무 많은 별이 떠올라  별이 저 별비슷하고 어느 별은 금세 빛을 잃고 불타 버리는 세상이잖아요. 별만큼 빛을 뿜어내는 인공위성도 있고 스쳐 지나가는 비행기의 불빛도 하늘엔 가득해요. 당신은 어떻게 하나의 별을 콕 집어 색은 어떤지 모양은 어떤 지 궁금해했을까요? 운명이란 말이 부끄럽다면 우연일 수도 있어요. 꿈에 나오고 어쩌다 그 사람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니.


우연을 인연으로 바꾼 건 당신의 마음이겠죠. 운동선수, 배우, 가수 등 장르는 달라도 별을 향한 이유는 같았어요. 노력하는 사람, 시련을 겪었음에도 극복하는 사람, 노력으로 실력을 쌓는 사람. 당신의 눈매만큼 곧고 당신의 말투처럼 바른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좋아하는 별과 당신이 닮아가는 걸까요?


당신은 일 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미래가 걸린 큰 시험을 준비했어요. 파고드는 성향을 타고난 당신에게 맞지 않았나 봐요. 하나하나 깊이 만드는 과정이 아닌 이미 익힌 방대하고 끝없는 내용을 외우는 일의 연속이었겠죠. 뜨고 싶지 않은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아침의 해를 맞이하고 당신의 세상이 된 고작 몇 평 안 될 작은 방에서 존재하는지도 모를 만큼 아스라이 멀게 느껴지는 시험을 온종일 기다렸을까요? 그래도 밤은 찾아오고 불안과 고독 속에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아 잠을 청했던 당신을 생각하면 사무치게 아파요. 하루로 끝나지 않았을 긴 밤 속의 당신 곁에 없는 제가 미워요.

수명을 다한 전구처럼 당신의 마음이 깜박깜박 빛을 잃을 때,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왜 미련하게 혼자 버텼냐고 따져 묻고 싶다가 이내 내려놓아요. 오히려 가까워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가깝고 서로를 잘 알기에 건네는 위로와 행동들이 자신의 상처를 낫지 못하게 만들 때도 있어요. 혹은 그들의 상황이 온전히 현재의 자신과 같지 않기에 당신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별은 꽤나 멀리 있어요. 어떤 날은 한 뼘 까치발을 딛고 서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 보이지만, 다른 날은 빛의 속도로 억겁의 시간이 지나야 겨우 별에게 닿을까 싶은 아득히 먼 존재 같아요.


멀리 있기에,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더 환했을 당신의 별. 둘러싼 냉혹한 현실과 버텨야 하는 일상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바라보는 마음 하나면 족했을 시간이 당신에게 참 소중했겠지요. 스스로조차 힘이 될 수 없을 때 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칠흑같이 컴컴한 밤이라 별이 훨씬 더 강한 빛으로 느껴졌나 봐요.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스타와 팬이라는 관계가 가까운 사람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하늘에 만들어진 총총한 별의 길을 당신은 따라왔어요. 당신은 당신의 별이 더 밝은 빛을 내기 위해, 빛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믿지 않지만,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별의 말을 듣고 ‘이번엔 온전히 나를 쏟는 노력을 해야지.’라고 다짐했다지요.

당신의 시험은 끝났고 더 이상 작은 방에서 버틸 이유가 없어요. 그럼에도 하늘은 이따금씩 장난꾸러기처럼 당신을 시험할 거예요. 작은 방으로 당신을 밀어 넣고 문고리를 잠가요.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이 몰려와 긴 밤의 어둠이 당신을 덮쳐요. 일상에서 숨이 막혀올 때, 꽤나 고생스러운 하루였을 때, 밤하늘을 봐요. 길가의 불 켜진 가로등을 봐요. 고단한 하루 끝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고 당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별을 떠올려요.


처음엔 당신에게 하늘의 별을 따다가 편지에 담아 보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불가능한 일이지요. 하늘의 별을 당신에게 선물할 수 없어요. 당신은 이미 우주 같아요. 이미 당신의 마음과 눈엔 수많은 별들이 모였어요. 그동안 바라봤던 것들과 지금도 바라보는 것들이 총총히 모여 별자리를 만들고 은하수로 펼쳐졌어요. 어떤 순간이 와도 당신의 마음속 세상이 방 한 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팽창하는 우주처럼 당신이 우연히 무엇을 만나 호기심을 갖고 하나씩 알아가는 순간, 당신의 우주는 계속 넓어지고 있어요. 더 오래, 그리고 많이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세요.



빛나는 당신의 눈을 사랑하는 제이드가.


편지는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된 글입니다. 글에 사용된 그림은 글의 내용(편지)과 함께 인터뷰이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편지를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봐주세요. ▼

https://brunch.co.kr/@jadeinx/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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