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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Dec 28. 2019

당신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에세이] 미래가 불안한 당신의 인터뷰: 열세 번째 편지

당신에게


오랜만에 당신에게 편지를 써요. 예전엔 자주 써서 서로에게 보내곤 했는데 이젠 생일에도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연락해요. 서로 쉽사리 얼굴을 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요. 당신을 위해 든 펜이 조금은 어색해요. 받는 당신도 괜스레 간질이는 느낌이 들까요?


잘 지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지난번에 만났을 땐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했어요. 아무리 열심히 꿈을 꾸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라도 불안에 빠지는 순간이 있어요. 지금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중인데 적성에 맞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거라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은 자꾸만 미래의 상황을 가정해요. 머릿속이 바삐 움직이느라 선뜻 행동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져요.


20살의 당신은 훨씬 용감했나봐요. 취업을 위해 선택한 학과는 잘 맞지 않았고 학교를 나가지 않은 채 방황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마음 깊숙한 곳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은 많았지만 행동은 주저하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고 결국 일 년 뒤 관련된 학과로 입시를 다시 준비했어요. 학교를 준비하는 과정도 분명 힘들었을 거예요. 잠들지 못해 수면제를 먹을 만큼요. 친동생 방에 찾아가 한참 동안 괴로움을 털어놓아야 할 만큼이요. 아름다워야 나이를 밤마다 울면서 보냈을까요?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을까요?


쓰디쓴 고통이 끝나고 당신은 달콤한 성취를 얻었어요. 원하는 학교와 바라던 학과에 입학했네요. 스스로 자존감도 무척 높아졌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말에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져요. 새로운 일에 뛰어든 당신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늘 생각했어요. 힘든 시간을 끝까지 버티고 목표를 이룬 당신의 끈기가 멋있어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꿈꾸고 이뤄낸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연극 무대감독인 줄 알았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지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무대가 좋았다고요. 계속하고 싶던 피아노를 그만두면서도 연주를 위해 올라갔던 무대는 계속 그리워했나봐요. 오직 공연이 시작된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호흡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당신을 두근거리게 했어요. 혼자가 아니라 무대 앞과 뒤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모든 게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 숨 쉬고 마침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빛나는 시간이요.


무대가 주는 짜릿함을 쫓아 도착한 곳이 연극이었어요. 당신이 다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연극이라서 관련된 목표를 정했어요. 당신이 미래에 ‘만약’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따라서 질문을 하나 했어요. 만약 연극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지요. 대답은 너무 빠르고 찰나의 고민 없이 간단하게 나왔어요. 모르겠다고요. 하고 싶은 게 유일했으니까. 다른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없나봐요. 오직 무대 뒤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는 당신은 왜 미래를 고민할까요? 당신은 작은 공연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팀원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사랑했던 무대에 치가 떨리는 경험이 남았어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 작은 보수와 고된 노동은 당연했어요. 여러 차례 반복되자 열정은 사그라들고 그만두고 싶어져요. 수업을 들으면서 정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상념에 사로잡혀요.


순수하게 꿈만 꾸기엔 참 어려워요, 꿈만 먹고 살 수도 꿈을 베고 잘 수도 없으니까요. 현실적인 문제가 항상 우리를 따라다녀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고 먹고 자는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자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니까요. 당신에게도 돈과 상관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기가 있었어요. 대학에 가면 다 이룬 줄 알았어요. 아는 게 없기에 꿈을 꿀 수 있던 그때는 행복했었대요. 경제적인 문제를 점점 더 신경 쓰니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렸어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흘러가는 대로 지내게 돼요. 당신의 단어로 말하자면 슬럼프에 빠졌어요.


당신의 표정이 서글퍼요. 차분히 생각해보니 입시를 준비할 때 이후로 운동이나 독서처럼 새해마다 정하는 형식적인 목표들 말고 진짜 이루고 싶은 꿈은 사라진 느낌이라고요. 멀리 보고 직업을 정해야 할 시기인데요. 막막함에 뭐라도 시작해서 잃어버린 의욕을 찾아야 한대요. 주어진 일에 의욕을 불태우고 순간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성격이라서요. 공연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무대감독 대신 연출을 해보거나 갑자기 인턴으로 일할 수도 있어요. 정해진 것은 없으나 당신은 이대로 있을 수 없어요.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걱정되고 불안한 거 알아요. 지금 온 길을 두고 돌아가기에는 아깝고 앞으로 결정할 선택은 무서워요. 한 때 간절했던 꿈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다른 친구들을 보며 초조함을 느끼겠지요. 뻔한 말이 뻔뻔하게 들릴까요? 그러겠네요. 저조차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듯한 새벽을 보내요.


그런 날이면 특별히 골라 놓은 편지를 읽어요.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아 보낸 애정과 응원, 그리고 오직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이요. 생일 축하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상투적인 단어가 와 닿는 순간이 있어요. 넌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언제든 응원한다는 말이 필요한 시간이 있어요. 슬픈 날엔 편지에 위로받으며 울었고 세상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날엔 다시금 자신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마음을 다잡아요. 이 편지가 당신에게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어요. 평소엔 어디에 둔지 가물가물하지만, 세상의 예쁜 말과 마음이 필요할 때 읽는 편지요.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고, 잘할 거라고 믿어요.

다시 한번 새로운 일에 용기 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모든 순간을 응원할게요.

당신 자체로 충분히 사랑스러워요.


당신에겐 하루 동안 읽는 무수한 글자 중에 하나이겠지만, 문득 지치는 날에 돌아와 주세요. 이 네모난 세상에서 항상 숨 쉬고 있어요. 옆에 머무르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어요.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당신이 어떤 시간을 보낼지 궁금해하면서요.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지, 그럭저럭 괜찮을지 알고 싶어요.


당신은 20대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라고 했어요. 100세 시대에 20대는 너무 어리다고요. 말은 쉬워도 태도로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살다 보면 무서운 일이 늘어나고 겁 없던 당신은 사라져요. 아득히 희미하게 지워져요. 걱정 말아요. 언제 돌아와도 당신을 믿었던 내가, 두려움 없었던 당신이 여기 그대로 있어요. 늙지도 않고 영원히 어린 우리의 이야기요. 그림에 빛이 바래고 편지에 손 때 묻어도 선명히 빛날 젊음을 간직할게요.


당신 곁에 변함없이 자리를 지킬

제이드가.


2020년에도 제이드가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편지는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된 글입니다. 글에 사용된 그림은 글의 내용(편지)과 함께 인터뷰이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편지를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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