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가로등이 되는 사람 : P.S 당신에게
p.s 당신에게
내가 왜 살까 의문이 드는 날들이 이따금 있어.
사람이 태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왜 태어난 걸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하긴 할까? 내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긴 한 걸까?
이런 질문들을 요즘은 꽤 많이 스스로에게 던지곤 해. 답을 내리고 싶은 건 아니야.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어. 분명 당신이든, 그 누구에게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이야 똑같을 테니까.
차갑고 냉정한 누군가는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에 일이나 해”라고 말해줄 거고, 따뜻하고 다정한 누군가는 “당연히 넌 없으면 안 되는 존재지. 네가 이 세상에 없으면 불행할 사람들이 아주 많을 거야”라고 말해줄 거야. 그리고 당신이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난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인 걸. 꿈도 재능도 없는 사람인 걸. 당신은 나보다 나아.”
그 어떤 대답도 내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아. 사실 나는 답을 바라고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조금 힘들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 세상 살 맛이 안 날 정도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 이렇게 투정 부리는 날 그냥 가만히 안아줄 사람이 필요했어.
하지만 당신이 아닌 사람들은 내 고민에 자기들의 잣대를 들이대려고만 하고, 당신은 당신 스스로의 우울에만 갇혀서 날 바라보지 않았어. 언제나 가장 불행한 사람은 당신이니 상대적으로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당신이 미웠어. 자기 불평만 하는 당신의 말에 점점 싫증이 났고, 그 말이 나올 당신의 입술이 열리는 것만 봐도 짜증이 났고, 이젠 당신이 힘든 티를 팍팍 내는 우울한 얼굴을 보기 싫어서 일부러 당신 얼굴조차 보지 않았어.
그렇게 당신을 외면하는 날 보면서 당신이 얼마나 아팠을까? 안 그래도 집 밖에서 힘들던 당신이 집 안에서까지 내게 무시당하고, 당신은 그저 나처럼 위로를 구하고 싶었을 텐데, 내가 섭섭하다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아닌 당신의 고민엔 안중에도 없이 화만 내는 내게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래서 여태 집에 오지 않고 그 가로등 밑에서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니?
나는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지.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고. 당연하게 생각한 우리의 사랑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나 봐. 다 안다고 생각하고, 무슨 짓을 해도 다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서 당신이 날 가장 필요했을 때 날 떠나도록 했나 봐. 사랑하는 만큼 서로를 돌아보지 못해서 서로의 곁을 견디지 못하게 했나 봐. 당신의 사랑이 너무 당연해서 그 사랑을 차후에 미뤄두고 나만 생각해서 미안해.
그 가로등 밑에 당신을 홀로 남겨둬서 미안해. 언제든 돌아와야 할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순간마저 행복해져도 모자랄 시간에 날 몰라준다고 서운해하고 미워하느라 당신을 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당신이 어제 내게 실망한 만큼,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말하면서 당신을 더 세게 안아줄게. 같이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나 가장 먼저 만날 내일의 당신을 더 사랑할게.
이따 집에서 봐. 이 말을 할 수 있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지 당신이 알아줬으면 좋겠어.
당신, 씀.
(레터리스트 노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