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을 타는 아이 : 두 번째
“거짓말쟁이.”
피터는 이제 막 연이어 업로드된 부모님의 인스타그램을 보았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아빠의 감성글이 올라오고 이어서 엄마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13개월 된 동생 벨이 코- 자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었다. 새벽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좋아요 수가 빠른 속도로 눌리고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많이도 달리고 있는 댓글들은 피터의 가족을 부러워하고만 있다.
- 글에서 느껴지는 부성애가 감동적이에요
- 팅커벨네 가족 인스타만 보면 결혼하고 싶어져요
- 아이들이 사랑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기 좋아요
다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피터는 아무런 연락 없이 잠잠한 자신의 휴대폰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가족을 사랑하는 부모라는 사람들이 새벽에 12살 난 아들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인스타그램만 하고 있다. 가족을 지키는 아빠의 마음을 담아 초승달을 찍을 때 그 달 위에 사라진 아들이 앉아있는 줄도 모르고.
‘근데 요즘 피터 너 사진은 왜 안 올라와? 엄마 아빠가 너 싫어해?’ 친구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인스타 속 가득한 동생의 사진, 그 구석에도 피터는 없었다. 인스타그램은 피터 없는 피터 가족의 가족사진이었다.
피터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초승달의 가슴에 몸을 한껏 기대 누웠다. 보송한 피부가 발갛게 달아오르고, 온몸에 차오르는 열기가 두 눈에 몰리는 듯하더니 기어이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하늘 위에 보는 사람 하나 없는데 누가 볼 새라 피터가 서둘러 눈물을 벅벅 닦았다.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피터의 팔을 타고 팔꿈치까지 흘러 허공 아래로 떨어졌다. 아마 하늘 아래서 누구라도 피터의 흐르는 눈물을 봤다면 떨어지는 별똥별쯤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밤바람이 사르르 불어 피터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터의 눈물이 그칠 즈음, 한껏 시야를 닦아내니 밤하늘이 더욱 선명해져 피터에게 미소를 되찾아주었다. 어느덧 달은 동네산의 머리 위에서 가슴께까지 내려왔다. 달을 타고 떠나는 하룻밤 사이의 여행에 들뜬 피터가 자신을 지나치는 별들을 하나둘씩 톡톡 건드렸다. 구름을 한 움큼 집어 손에 쥐어보기도 하고, 후- 불어 민들레 씨처럼 날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손 안에서 흩어지며 사라지는 구름 사이에 숨어있던 별 하나를 발견하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혼자여도 괜찮다. 피터의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초승달이 그에겐 아빠였고, 피터의 주변을 아우르는 아름답고 눈부신 별천지가 엄마였다. 필요 없었던 동생도 없이 피터만을 위한 이곳이 그에겐 집이었고, 가족이었다. 그거면 됐다고 피터는 생각했다.
그때였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를 잡기 위해 피터가 팔을 뻗는 순간, 무게중심이 다리로 쏠린 초승달이 아래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놀란 피터가 얼른 몸을 누워 달의 가슴에 안겼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달에서 떨어져 그대로 추락할 뻔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피터가 처음 달을 탔던 13개월 전에는 아무리 몸을 달 밖으로 내밀려고 애를 써도 달의 다리가 피터의 가랑이 사이를 단단하게 받쳐줬기에 멋모르고 나댈 수 있었다. 달 위에서 말을 타는 시늉을 하든, 손이 닿지 않는 거리로 팔을 뻗어 별을 잡으려고 하든 달은 언제나 피터를 놓치지 않았다.
피터는 자신의 앙상한 팔목과 발목을 바라봤다. 어릴 적의 통통하고 짜리몽땅했던 몸이 커졌다. 몸 끝에 난 모든 것들이 길어지고 뼈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피터는 오늘따라 달에 수월하게 닿았던 손가락의 감촉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고 있었다. 키가 크고, 살이 차오르고, 몸집이 생기고 있었다. 누구라도 지금의 피터를 본다면 그저 귀여운 어린아이로만 대할 테지만 지금 피터가 자신을 느끼기엔 아빠보다 나이 든 커다란 사람이었다.
피터는 무서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몸이 커진다는 것이. 커버린 자신을 달이 견디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지난달에도 무서웠고, 그 지난달에도 무서웠지만 오늘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오늘만큼 휘청이다 못해 달이 기울어지지도 않았고, 오늘처럼 자기 몸이 길쭉해 보이지도 않았다. 살이 찌지만 않으면 될 거라 생각해서, 그래서 점심시간에 급식을 안 먹기만 하면, 무럭무럭 자라지만 않는다면 될 줄 알았다.
이제 달에 앉지 못하면 어쩌지? 달에서 툭- 떨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면 어쩌지? 달에 앉지 못하면 난 이제 밤마다 어딜 가야 하지?
자라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하지?
어느덧 달은 동네산 가슴에서 발밑까지 내려왔다. 아침이 왔다. 피터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달에서 내려와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알아주려나, 간밤에 사라진 자신을 찾아봤으려나. 아주 잠깐 생각했다. 그 찰나에 여문 기대감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어김없이 시들었다. 거실에서 자고 있는 엄마와 아빠, 그 사이에서 천장을 향해 해맑게 웃고 있는 동생 벨. 그 사이에 피터가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먹짱에겐 빠지지 않는 일과가 있다. 먹짱은 등교하기 전부터 친구들로부터 먹을거리를 두 손 가득 선물로 받곤 했다. 등교한 후에도 같은 반은 물론 옆반, 아랫반, 윗반, 선후배 상관없이 한 번씩 먹짱의 반에 들러 선물을 쥐여주더랬다.
늘 뭐든 잘 먹는 먹방유튜브에게 단순히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 생각나는 적절한 선물이 먹을 것뿐이라 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땐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점점 유명해질수록 아이들이 먹을 것을 주는 이유는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안 먹어볼 거야? 내가 너 주려고 엄마랑 백화점 가서 사온 건데. 빨리 먹어봐.”
책상 가득 먹을 것이 쌓인 먹짱의 주위에 아이들이 둘러싸였다. 아이들의 기대에 찬 눈빛과 그에 못지않게 반짝이는 카메라 렌즈에 먹짱은 그저 책상만 바라봤다.
빨리 먹어봐라, 내 눈앞에서, 내 카메라 앞에서 어서 먹어보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기며 과자 하나를 뜯는다. 자기 과자를 제일 먼저 먹는다며 좋아하는 한 아이, 아직 한 입도 먹지 않은 먹짱의 입에 직접 자기 과자를 들이미는 다른 아이. 그 많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과자를 먹는다. 이것은 먹짱에게 매일 해야 하는 일과가 되었다.
‘오늘은 정말 먹고 싶지 않았는데.’
먹짱은 어젯밤 라면 9봉지를 꺼내놓고 얼마나 먹는지 도전하는 먹방영상을 찍었다. 아빠가 더 먹으라며, 할 수 있으면 9봉지 모두 먹어야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며 카메라 뒤에서 소리를 지르는 통에 꾸역꾸역 먹었던 것이 아직도 소화되지 않은 듯 속이 쓰렸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 먹으면 안 된다. 가슴 깊숙이 내리꽂히는 아이들의 눈살을 거절할 수 없다. 우물쭈물하는 이 와중에 웅성이는 목소리들이 먹짱에겐 너무 잘 들렸다.
“먹방유튜버면 이 정도는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제 보니까 라면 엄청 많이 먹던데.”
“뭐야, 왜 저래. 영상에선 잘만 먹으면서 내숭이야, 뭐야. 되게 비싸게 구네.”
결국 먹짱은 오늘도 아이들이 주는 대로 과자를 먹었다. 저 소리들을 듣지 않으려면 먹어야 했다. 빨리 수업종이 치기만을 바랐다. 먹짱이 더 많이 먹을수록 아이들의 환호성도 커져갔다. 아이들의 휴대폰이 번쩍거리면서 저마다가 바라보는 먹짱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았다.
#먹짱 #초딩유튜버 #실시간먹방 #대박 #돼지ㅋㅋ
오늘은 유난히도 시끄러운 날이었다. 전날 유튜브에는 먹짱의 라면 먹방영상이 올라왔고, 비슷한 시간에 인스타그램에는 피터 가족의 글과 귀여운 동생 벨의 동영상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선생님도, 초등학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 속 우리 학교 스타들의 모습에 깔깔깔 신이 났다. 정작 주인공들은 하루종일 웃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됐다. 먹짱은 종이 치자마자 속이 더부룩한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들 자기가 먼저 맛있는 반찬을 받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덕에 화장실이 텅 비어있었다. 그나마 숨이 조금 트였다. 구역질이 났지만 그렇다고 변기에 얼굴을 묻고 속엣것을 게워내고 싶진 않았다. 그건 더러우니까.
세면대 물을 아주 차갑게 틀어놓고 세수를 했다. 얼굴살이 손바닥 가득 잡힌다. 얼굴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살이 차오른 손가락 마디마디가 먹짱은 너무 싫었다. 머리를 감듯이 험악하게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봤다.
“뚱뚱해.”
온몸에 뚱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살 안에 매일매일 영상을 찍겠다며 산더미 같은 음식을 가지고 오는 아빠가 있었다. 출렁이다 못해 처진 살과 살이 접히는 틈 안에 매일매일 자기가 가져온 과자를 먹어달라며 휴대폰을 들이미는 친구들이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몸이 너무 무거워 숨을 헐떡이는 자기 자신은 그 살들 속에 묻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벌컥- 화장실 문이 열렸다. 먹짱은 방금 들어온 피터를 보았고, 피터는 잔뜩 젖은 먹짱을 보았다. 놀랍게도 한 반에 두 인기스타들은 지금 처음 만났다.
먹짱은 생각했다. 매번 점심시간에 사라지더니 화장실을 오나보다고.
피터는 생각했다. 쟤가 밥을 안 먹을 때도 있나보다고.
어색한 시선이 오갔다. 침묵을 먼저 깬 건 먹짱이었다.
“안녕?”
누가 봐도 이상한 인사였다. 그것이 둘의 첫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