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소설 칸에 있던 이 소설의 제목을 봤을 땐 수학이라는 학문을 소재로 쓴 소설인가 했다. 소설 초입의 다소 충격적인 묘사는 이 소설의 장르가 스릴러인가 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구는 사람의 이름이라는 걸, 인육을 먹는 행위는 사랑하는 이를 온전히 내 안에 받아들이기 위함임을 알게 됐다. 그야말로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다지도 절절할까.. 현대사회에서 좁게 정의하는 연애란 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에게 호감 정도의 감정으로 시작해서 점점 깊이 좋아한다는 감정을 거쳐 조건이 서로 맞으면 결혼하거나, 어떤 계기로 감정에 골이 깊어져 헤어지고 다른 연애를, 소위 환승연애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연애의 과정이 반복된다. 짧은, 혹은 긴 시간 동안 그 남녀는 사랑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의 사랑에 비하면 가볍기 그지없는 눈에 보이는 뻔한 행위들이다. 그러나 소설의 구와 담은 평생토록 서로만을 그리고 그리워한다. 처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은 이후 행복한 순간이든, 괴로운 순간이든 공유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둘은 함께 마음을 나누었던 다른 소년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후 상실감이 너무나도 컸던 나머지 헤어지게 되는데, 몸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매 순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아마 시쳇말로 지구를 뚫을 정도로 너무나도 강했다. 그동안 구는 가볍고 좁은 의미의 연애 비슷한 걸 하기도 했지만 도무지 담이만큼 사랑할 수는 없었고, 부모님의 빚을 그대로 물려받아 매일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중, 유일한 가족을 막 잃고 큰 슬픔을 겪고 있던 담과 재회하게 된다. 담은 그런 구를 그대로 받아주었고 앞으로 절대로 다신 헤어지지 말자고, 죽어서도 우린 붙어있자고 한다.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던 구를 다시 받아준 담의 마음이 100퍼센트 이해될 정도로 둘은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사이였던 거다. 그런 구가 결국엔 사채업자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싸늘히 식은 구를 그대로 집으로 데리고 온 담은 구의 신체 하나하나를 이로 뜯어 씹어 먹으며 그를 온전히 자기 안에 품는다. 우린 영원히 함께라며. 다소 섬뜩하게 혹은 체온만큼만 따뜻하게 소설은 여기서 끝난다. 담은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을까? 15년 초판 이후 24쇄라는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렸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절절한 사랑을 그린 소설. 작가는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듯 소설을 탈고한 후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을 절도로 쓰고 싶은 걸 다 썼다고 한다. 독자들에게 그 진심이 닿은 건가 보다. 소설을 소설로 보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했던 난 뼈는 어떻게 먹었을까? 같은 구체적인 상상을 하며 찝찝한 무언가를 마음에 남긴 채 책을 덮었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털어버렸다. 이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육체에 국한시켜 상실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숨이 붙어있든 죽었든 이 세상에 천년이 흘렀든 만년이 흘러있든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서로에 대한 간절함을 그린 작품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