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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훈 Jan 27. 2020

인생 vs 게임

인생은 한 번뿐인 게임

스탯

게임> 한번 올라간 스탯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요.

인생> 한번 올라간 스탯은 사용하지 않으면 떨어져요. 나이를 먹으면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경험치

게임> 내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이 세계는 기억해주고 그것이 나쁜 경험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거예요.

인생> 하루가 반성할 때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복잡성

게임> 너무나 업데이트가 느리고 이미 정해진 결과를 유저들은 재생할 뿐이에요. 이 세계가 변하기 전까지 우리들은 개발자의 손가락만 바라볼 수밖에 없지요.

인생> 너무나 업데이트가 빠르고 우린 수많은 형태로 그 변화를 스스로 받아 들어요. 이 세계에 뭔가 당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누군가 만들 주길 기다릴 수도 있지만 원하는 게 있다면 내가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UI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당신의 편의와 만족을 위해 배치했습니다. 불편한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인생>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밖에 말할 겁니다.


경쟁

게임> 우열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그대들의 실력뿐. 챔피언에게는 무수한 영광이 있으라.

인생> 우열을 결정하는 것은 실력뿐이 아닙니다. 리더보드에 이상한 게 올라가 있어도 열등감을 느낄 필요 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의 노력과 선택을 뒷받침할 운도 필요합니다. 까불지 말고 정진하세요.


결과

게임> 서버가 문을 닫고 플랫폼이 저물면 그대들의 영광도 잊히리라.

인생> 그대들이 늙고 세계의 주인공 자리를 물려주고 나면 그대는 자녀들의 영광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즐거이 살리라.


밸런스

게임> 그대들이 화를 낸다면 세상은 그대들의 목소리를 언젠가 들어줄 것이다. 가끔 안 들어줄 때도 있지만

인생> 그대들이 화를 내도 세상은 그대들의 요구를 듣지 않을 것이다. 불평불만하지 말고 걸어가라.


기획

게임> 이 세계에 들어오는 자에겐 모두 자신들의 적합한 역할과 장단점이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인생> 이 세계에 들어오는 자는 주어진 역할과 장단점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집니다. 심지어 정점에 선자들도 불안감을 가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관계

게임> 모든 인물들은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 것입니다. 악의를 품은 인물들이 있더라도 당신에게 즐거움을 베풀기 위해 존재하는 가벼운 시련임을 당신은 눈치챌 수 있습니다. 너무 버겁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조만간 패치를 해드리겠습니다.

인생> 사람들은 당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고통을 받는다 해도 당신은 그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착각하지는 마세요. 세상엔 정말로 악한 사람도 있고 그들과 상종하지 않는 것이 답일 때도 있습니다.



목적

게임> 게임의 목적을 명확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생명은 짧습니다. 언젠가  업데이트되지도 사람이 유입되지도 않을 이 세계는 언젠가 끝이 납니다. 이 세계를 방문하는 사람조차도 이 세계의 영원성을 믿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당신이 고통받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 모두 재미없으면 그만두면 된다는 비장의 카드를 가슴속에 품고 있지요. 그 때문일까요. 게임의 세계는 밋밋합니다. 진짜가 아닌 이 세계는 언제나 궁극의 허무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인생> 이 세계의 목적은 뭘까요. 이 물음과 고통 앞에는 장사는 없습니다. 허무를 이기기 위해선 약간의 맹목이 필요한 법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게임보다 깁니다. 우리의 삶은 주관적 느낌을 가꾸는 Gardening 같은 활동입니다. 조금 더 풍족한 물질. 인정. 선의 달성. 새로운 관계. 권력도 있겠죠.

 끝없이 변하고 자손을 만들어낼 이 Gardening 이 멈추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인류의 모험이 끝나지 않을 것을 기대하고 씨앗을 뿌립니다. 그리고 극복하기 위해 하늘을 보고 춤추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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