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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훈 Oct 24. 2019

난 영양가 없이 매달릴 때가 있다.

무한 스크롤을 당기는 이를 위한 심리에세이

 낮에 계획된 일을 분명히 처리하고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지만 자신을 사보타주하는듯한 행위를 할 때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끝없이 리프레시를 누르고 누군가 나 자신을 내 팽개쳐둔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분명 집에 와서 씻고 미뤄둔 책을 봐야겠다는 계획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날은 그 계획까지는 가지 못하고 하염없이 낮에 했던 일과는 상관없는 행위에 집착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나는 하루 30분이면 모든 할 일을 다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하나를 하고 있다. 대부분은 정말 30분만 하지만 한 달에 일주일 동안 길드 콘텐츠가 열리면 매일 2시간은 공들여 협동 콘텐츠에서 성과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활동들이 끝났음에도 나는 그냥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있다. 요즘 모바일 게임 콘텐츠가 으레 그렇듯이 가상세계에서 권능은 돈으로도 살 수 있다. 그 때문에 '내가 조금 더 돈을 투자하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텐데'같은 생각도 하고 '나는 조금 더 이런 분위기의 사람들과 지내고 싶은데', '다른 길드에 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까지. 그런 인풋도 아웃풋도 없는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것은 불만족한 상태에 있음을, 진짜 과업에 몰입하고 있지 못함을 말한다. 낮에 내가 한 일들이 전혀 나에게 충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 결과물들이 세상에 와 닿지도 못했다는 아쉬움을 다른 활동을 통해서 메우고자 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게임 속 정체성을 통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확실한 세계, 이게 다른 두 존재라기보다는 한 몸이라는 결론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사이버라는 키워드는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향유하는 여러 가지 게임- 현실 게임, 연애게임, 권력게임, 여러 가지 층위의 게임들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걸 나는 마음의 '주의력 분산 전략'전략이라고 부른다.


 내가 부적으로 하고 있는 다른 게임에서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의 '주의력 분산 전략'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으레 사람들이 하듯 발작적으로 게임을 지우거나 커뮤니티와 멀어지려고 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 


 내가 생각하는 솔루션은 메인으로 하고 있는 게임을 제대로 하는 게 해결방법이다. 나는 커리어 게임을 현재 중요한 과업 순위로 두고 여기고 있는데 그 게임은 큰 변화를 겪고 있어서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낮에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하지만 냉혹한 이 게임은 아직 나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고 있다.


 마음의 '주의력 분산 전략'에 직면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이런 거라 생각한다.

내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게임에서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반성하고

그 게임을 어떻게 나는 느끼는지 자신을 살피기 (마음은 나의 파트너다)


 글을 정리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만족하지 못했을 때 뜬금없이 나의 다른 정체성에 임파워먼트를 하는 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해서 지금의 고통을 덜게는 해주겠지만 궁극적인 솔루션은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맞서 싸우자는 것이다. 언제까지? 메인 게임에서 이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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