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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Nov 20. 2022

그리움

그리움_땡자


사무친다

애달프다

쌓인다


하지만

사무칠수록 잊고 싶고

애달플수록 지우고 싶다

쌓지 않고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친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최백호 가수의 ‘찰나’를 추천하며…**



임수진 작가님의 두 번째 책 '오토바이 타는 여자_이것은 엄마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다'를 읽었다. 그녀의 어머니이자 시인인 '김정임'님의 시와 함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대해 임수진 작가님만의 글로 써 내려간 책이다. 책과 블로그를 통해 임수진 작가는 스스로 '그리움의 작가'라고 표현한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건 그녀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아마 그녀의 첫 책과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라고 한다. 뜻을 읽으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그 누군가나 그 무엇을 보고 싶은 적은 있지만 애타는 마음까진 느껴본 적이 없는 나는 국어사전 속 '그리움'의 뜻에 선 듯 공감이 안된다.


내가 태어났을 때, 외할머니께서는 3대 독자인 아빠와 결혼해 딸만 셋을 낳은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아빠와 사돈댁에 면목이 없으셨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를 직접 키워주셨다. 외할머니는 내가 손자가 아니라서 속상하셨을 텐데 나를 키우는 동안 내색 한번 않으셨고 짓궂은 장난을 치는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셔서 나는 세상 무서운 것 모르고 자랐다.


1980년 대 초, 사위들이 외할머니 드시라고 귀한 바나나와 오렌지를 사 오면 외할머니는 나와 그녀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에 숨겨뒀고 밤마다 다른 가족 몰래 먹는 재미가 솔솔 했다. 가끔 숨겨둔 음식을 깜박해 상할 때도 있었지만 어린 나와 그녀는 먹지 못해 아깝다는 생각보다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 역시 가족들에게 용돈을 받으면 모아두었다가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젤리뽀와 양갱을 사 비밀 장소에 숨겨두었다. 우리는 단순한 양육 관계를 넘어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보다 외할머니를 더 사랑했고 외할머니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외할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나질 않았다. 울지 않는 내가 나 스스로 나쁜 아이 같아 억지로 울어보려고 했지만 끝까지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때는 어려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도 외할머니는 항상 그립지만 눈물이 흐른다거나 애타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가 나에게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남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그리울 땐, 나 혼자 그녀에게 말을 건다.


'할머니, 잘 있지?'

'나도 잘 있어. 내 마음 알지?'

'또 생각나면 얘기할게. 잘 지내고 있어'


외할머니가 진짜 대답을 할 순 없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와 대답을 듣는다. 그녀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그것으로 충분히 채워졌다. 그냥 그렇게 찰나의 순간 다가온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다시 나에게 위로를 준다.

그녀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던 어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육체는 사라졌지만 나의 소울메이트는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외할머니의 죽음, 나의 선택으로 가족을 떠난 유학, 그리고 각자의 선택으로 멀리 떠난 가족의 이민이라는 헤어짐 들을 통해서 그리운 마음은 더 커졌지만 내가 그 그리움 마음이 애타지 않는다고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혼란스러워하거나 이상한 사람이란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사라지지 않는 큰 사랑을 받았고 나 또한 그들을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타는 여자


임수진작가 (밤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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