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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현 Sep 20. 2024

진실. 사실. 정보. 거짓.

댓글부대

   처음에는 정치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동명의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일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소설과 영화 모두 지나쳤다. 그러다가 뒤늦게 그리고 우연히 이 영화의 리뷰를 보게 되었다. 댓글부대라는 작품이 정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사실과 후반부의 서술 반전이 이 작품에 대한 나의 관심을 끌어내게 되었다. 또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제작한 안국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를 돋웠다. 전반적인 영화의 이야기는 댓글 공작원을 쫓는 기자 임상진을 통해서 진행된다.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려다가 오보로 판명되고 정직을 당한 임상진 기자가 댓글 공작을 받은 거라는 제보를 받으면서 이영화가 시작된다. 제보자는 스스로를 찻탓캇이라고 소개하며 본인이 댓글 공작을 어떻게 해왔는지 설명하면서 사실을 어떻게 조작하고 대중을 어떻게 선동하는지 설명을 해준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는 있지만 지극히 평범하게 흘러간다. 정보전을 하는 주인공이 어쩌다가 더 큰 악 혹은 위협에 들켜서 도망 다니는 이야기, 그리고 그걸 듣고 파헤치는 2인칭 시점의 서술상의 주인공. 하지만 후반부에 찻탓캇이 임상진 기자에게 해왔던 이야기들이 꾸며냈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영화에 새로운 시선이 추가된다. 바로 이전까지의 내용이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피어난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100% 거짓은 없고 사실 속에 거짓을 숨겼기 때문에 영화의 중반부까지 내용 중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거짓인지 계속해서 의심해야 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사실과 거짓이라는 주제를 가져가면서 영화는 계속해서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사실에 집착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기자와 거짓된 정보를 사실 사이에 녹여내고 거짓을 다루는 댓글 공작원은 서로 대비된다. 사실과 거짓을 다룬다는 점 말고도 기자는 활자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를 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반면 '댓글부대'는 인터넷과 댓글 이미지 등 정보화된 디지털 매체를 수단으로 이용한다. 신문과 인터넷, 진실과 거짓, 사실과 정보 이 모든 게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다. 그러나 디지털, 거짓, 정보는 교묘히 사실과 진실 사이에 파고들거나 묻어버린다. 흔히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르는데 바라처럼 불어나는 정보의 양은 해수면 상승처럼 사실이라는 섬들을 하나 둘 잠식시킨다.

<출처: 네이버 영화>

   사실과 거짓에 대한 이런 시선이 등장한 이후부터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인 것 같냐고.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불쾌해하는 후기를 몇몇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우리의 현실도 영화에서 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실이, 사실이 가지는 힘이 굉장히 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실제로도 정보와 사실을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다.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기도 벅찬데 그 정보들의 진위여부까지 가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와 동시에 사실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라는 의문도 같이 발생한다. 영화에서도 대중은 사실보다는 거짓으로 쓰인 이야기를 더 믿었고, 우리는 어차피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고 정보로만 받아들인다. 영화는 얼핏 진실을 쫓는 기자의 노력이나, 세상을 가지고 노는 거짓말쟁이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사실과 거짓은 끝없는 정보 속에서는 아무 힘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진실과 거짓이 가진 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진 힘은 굳건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량에 스며들면서 굳건함이 흐려지는 게 문제다. 하지만 정보를 진위여부 상관없이 정보로 받아들인다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뛰어난 도구가 된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중요하지 않게 되는 순간을 보여주려고 한 영화이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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