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계속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돌싱글즈' MBN에서 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가장 다른 특징은 오직 이혼자들만 출연이 가능하다. 일주일 정도 독립된 공간에서 짜인 기본 일정을 함께 하면서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각 개인의 정보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고 중간중간 공개를 한다.
이번엔 여자 출연진들의 결혼유지기간과 자녀 유무를 공개하는 시간이었다.
여성 출연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순간, 카메라는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와 어찌할 줄 모르는 손,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차 없이 담아낸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고, 어쩌면 이 순간이 가장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끄는 부분이기에 잔인하리만큼 리얼하게 담아내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은 결혼 지속 기간, 자녀의 유무.
그저 삶의 한 과정일 뿐인 이야기들이 왜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그들의 눈물은 단순한 후회나 아쉬움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실패했다'는 자책이, '흠이 있다'는 부끄러움이,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 봐'하는 두려움이 섞여 있는 듯했다. 특히 자녀 유무엔 더욱 잔인하리만큼......
어찌 보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왜 이런 감정을 짊어져야 하는가.
혼인(婚姻). 남자가 장가들고(婚) 여자가 시집가는(姻) 일. 한자어 속에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결혼에 대한 관념이 그대로 스며있다. '저녁에 여자를 데려온다'는 혼(婚)의 의미에서, '여자가 의지하는 관계'라는 인(姻)의 뜻에서, 우리는 결혼이 어떤 틀 안에서 이해되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그 틀은 생각보다 여전히 견고하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끝까지 유지되어야 하고, 특히 여성은 그 관계 안에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직도 오랜 과거에나 있었을 법한 이 관념이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누군가 지인이 이혼한 사실을 말하면 우린 일단 그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혼은 오래전부터 암묵적으로 '실패'라는 인식과 함께 한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한 것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음을 인정한 용기가, 왜 부끄러운 과거가 되어야 하는가.
언제부터인가 사용하고 있는 이 망할 신조어인 '돌싱'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를 말해준다. '돌아온 싱글'. 마치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온 일탈 같은 느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욱 마음 아픈 것은 자녀에 대한 시선이다. 프로그램 속 여성들이 "아이가 있다"라고 말할 때의 그 조심스러움. 사랑으로 낳은 아이가, 누군가와 함께 키우고 싶은 소중한 존재가, 새로운 관계에서는 '조건'이 되어버리는 현실.
아이는 짐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삶 속에 있는 소중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이가 있는 이혼 여성, 이혼 남성을 바라볼 때 '조건'을 먼저 계산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는 아픈 현상일 수도 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전통적 혼인의 틀에서 벗어나 다시 생각해 보면, 결혼은 두 사람이 서로를 선택하고 함께 삶을 만들어가기로 약속하는 일이다. 영원할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끝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얼마나 진실했는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가 아닐까. 결과가 아닌 과정을, 지속이 아닌 진정성을 보는 시선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돌싱글즈' 속 여성들의 눈물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다시 사랑할 용기, 다시 상처받을 각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
하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나온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용기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사랑을 찾겠다는 그 의지는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다. 아이와 함께라면 함께, 혼자라면 혼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나온 게 아닐까.
결혼은 성공과 실패로 나뉠 수 있는 성취가 아니다. 그저 삶의 한 형태일 뿐이다. 이혼도 재혼도, 아이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모두 그저 각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언제쯤 우리는 '돌싱'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이혼 경험자도, 자녀가 있는 부모도, 그냥 새로운 사랑을 찾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세상 말이다.
혼인(婚姻)의 전통적 의미를 넘어서서, 그들만의 사랑의 정의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현대적 결혼이 아닐까.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흘리는 눈물이라면, 그것은 부끄러움이 아닌 용기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
TV 속 그들의 눈물을 보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혹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무거운 이름표를 붙여주고 있지는 않았나. 사랑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언제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