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처음이라
한국에 도착해서 며칠 가족과 친구들과 회포를 푼 다음 내가 일해야 하는 곳으로 갔다. 전에 있던 제과점에서는 동료사이였는데(나이는 많았지만, 경력은 내가 좀 더 많았음) 내 보스가 돼야 한다고 하니까 기분도 묘하고, 매장이 어떻게 완성 됐는지도 궁금하고,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해서 얘기도 나눌 겸 찾아갔다. 해운대 쪽에 있는 아파트 단지였는데, '해운대구'이지, 해운대는 아니어서 한산하고 조용했다. 그때는 배달이라고 해봤자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 배달이 다였던 시절이라, 솔직히 입지는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매장이 크고, 넓었다. 계약조건이나 급여 등 얘기했는데, 당시 근로계약 같은 건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다. 직책은 공장장보다(너무 늙어 보였다.) 팀장으로 정했고, 급여는 원래 직원으로 일할 때는 100만 원 후반대였지만, 팀장으로 받는 첫 월급은 50만 원 정도 더 책정된 월급이었다. 그때 느꼈다. 월급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남의 돈 받으면서 일한다는 건 그만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무게가 다르다. 처음 해보는 팀장. 그리고 처음 책임자 자리에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타오르는 열정, 그리고 설렘이 있었다.
약 2주 정도 뒤에 출근과 동시에 오픈준비를 하게 됐다. 생각보다 큰 규모라서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들어보는 제품들이라 기분이 좋았다. 라인업은 그전에 있던 제과점 레시피를 그대로 갖다 쓰자고 하는 바람에 그대로 만들어서 판매를 진행했다. 사실 개인 제과점에서 일하는 이유는 레시피를 배우고 와서 그대로 판매를 하려고 하는 이유도 있어서 딱히 베끼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암묵적으로 동의 됐달까? 처음에는 사장님이 신경도 써주고,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 주고 같이 매장을 만들어 가는 거 같아서 좋았다. 직원도 내 밑에 2명 정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일을 가르쳐가며 일을 했다. 오픈집이라 그런지 3달간 휴무 없이 일을 했고, 물론 수당도 따로 받지 못했다. 그때는 그냥 그런 때였다. 나도 요구하지 않았고, 따로 챙겨주지도 않았다. 출근을 하기 위해 작은 경차도 구매해야 했다. 집에서 출근지까지 고속도로를 타면 20분 정도면 도착하는데,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런 거리였다. 월급은 많아서 좋았지만,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게 많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차도 원해서 산건 아니지만 운전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엄청나게 바쁜 날들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제과점한국에 도착해서 며칠 가족과 친구들과 회포를 푼 다음 내가 일해야 하는 곳으로 갔다. 전에 있던 제과점에서는 동료사이였는데(나이는 많았지만, 경력은 내가 좀 더 많았음) 내 보스가 돼야 한다고 하니까 기분도 묘하고, 매장이 어떻게 완성 됐는지도 궁금하고,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해서 얘기도 나눌 겸 찾아갔다. 해운대 쪽에 있는 아파트 단지였는데, '해운대구'이지, 해운대는 아니어서 한산하고 조용했다. 그때는 배달이라고 해봤자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 배달이 다였던 시절이라, 솔직히 입지는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매장이 크고, 넓었다. 계약조건이나 급여 등 얘기했는데, 당시 근로계약 같은 건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다. 직책은 공장장보다(너무 늙어 보였다.) 팀장으로 정했고, 급여는 원래 직원으로 일할 때는 100만 원 후반대였지만, 팀장으로 받는 첫 월급은 50만 원 정도 더 책정된 월급이었다. 그때 느꼈다. 월급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남의 돈 받으면서 일한다는 건 그만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무게가 다르다. 처음 해보는 팀장. 그리고 처음 책임자 자리에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타오르는 열정, 그리고 설렘이 있었다.
약 2주 정도 뒤에 출근과 동시에 오픈준비를 하게 됐다. 생각보다 큰 규모라서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들어보는 제품들이라 기분이 좋았다. 라인업은 그전에 있던 제과점 레시피를 그대로 갖다 쓰자고 하는 바람에 그대로 만들어서 판매를 진행했다. 사실 개인 제과점에서 일하는 이유는 레시피를 배우고 와서 그대로 판매를 하려고 하는 이유도 있어서 딱히 베끼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암묵적으로 동의 됐달까? 처음에는 사장님이 신경도 써주고,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 주고 같이 매장을 만들어 가는 거 같아서 좋았다. 직원도 내 밑에 2명 정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일을 가르쳐가며 일을 했다. 오픈집이라 그런지 3달간 휴무 없이 일을 했고, 물론 수당도 따로 받지 못했다. 그때는 그냥 그런 때였다. 나도 요구하지 않았고, 따로 챙겨주지도 않았다. 출근을 하기 위해 작은 경차도 구매해야 했다. 집에서 출근지까지 고속도로를 타면 20분 정도면 도착하는데,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런 거리였다. 월급은 많아서 좋았지만,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게 많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차도 원해서 산건 아니지만 운전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엄청나게 바쁜 날들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제과점이 늘 그렇듯 장사가 잘되는 날도 있었고, 안 되는 날도 있었다. 그 매장은 사장님이 오롯이 혼자 낸 매장은 아니고, 사장님의 아버지와, 부인의 퇴직금을 합쳐서 가게를 냈다. 뭐 듣기로는 몇억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도권이 아버지에게 많이 넘어가 있었다. 장사가 안되면 사장님에게 압박 아닌 압박을 주곤 했던 거 같다. 한 번은 빵이 얼마나 남았는지 쓰레기봉지를 뒤지는 아버님을 보기도 했다. 저기에서 뺀 빵은 어디로 가는 걸까?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은 해야지. 사장은 그런 거다. 장사가 되거나 안되거나 그 매장을 떠날 수도 없고, 마감도 초반에는 사장이 해야 한다.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다. 하지만 사장님은 늘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장사가 안된다느니,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느니, 어제 마감까지 있어서 피곤해 죽겠다느니... 일하러 왔는데 책임자에게 그런 재정 상황을 넋두리하는 사장이 조금 부담됐다. 솔직히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거기의 책임자이고, 직원들과 제품에만 신경 쓰면 되는 거지 운영이나 금전적인 부분, 그리고 본인의 몸상태는 스스로가 알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흘려 들었지만 자꾸만 정도가 심해졌다.
자리를 잡아가며 매출도 오르고, 생산량도 부족해서 사람을 조금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직원이 2명 들어왔다. 한 명은 사장님의 같은 학원 출신의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원래 일하던 친구의 여자친구였다. 둘 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기는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같은 학원 출신의 B는 일은 열심히 하는데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 특히 계량 실수. 제품이 안 나온다 싶으면 소금 같은 재료들이 빠져있었다. 그때 당시 아이스 캔디 같은 것도 직접 끓이고, 얼려서 만들었는데, 거기에 설탕을 빠트려서 손님이 먹던 거 다시 들고 온 적도 있었다. 치즈케이크에 설탕을 안 넣는다던지, 빵에 설탕이나 소금, 이스트를 안 넣는다던지... 하루하루가 사고의 연속이었다. 그때 나는 팀장이 처음이었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실수들을 연발하는 그 직원이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처음 2~3번은 주의를 줬는데 그 이후부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인격을 모욕하는 말을 한다거나, 욕을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한숨을 쉰다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이쯤 되면 쟤는 바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지배할수록 더 화가 났다. 팀 분위기는 점점 안 좋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사장님도 뭔가 일에 흥미를 잃었는지, 출근을 거의 10시쯤 했다. 10시에 출근하는 게 뭐가 문제일까.. 빵집에서 출근을 10시에 한다는 건 오전에 하는 모든 일 들이 2/3쯤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처음 온 직원들 포지션에 넣을 수 없어서, 아침에 내가 반죽 치고, 빵 성형 같이 해주고, 오븐으로 가서 제품 굽고, 오븐 앞에서 크림샌드 하려고 하면 슬 나타나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에 청소할 때도 직원들 뻔히 일하고 있는 거 보면서 재료 창고 안에서 게임을 하고 있거나, 작업 중에 뒤뜰에 가서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 가서 한참을 안 올 때가 많았다. 사장님은 사장님이었지만, 사장님 같지가 않았다. 그냥 뭐랄까 어린애 같았다. '억울하면 니가 사장해. 사장한테 감히?'라고 생각할 정도의 옛날이었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창 피 끓는 나이인 나는 표정관리가 너무 안돼있었다. 인사만 겨우겨우 하는 상태.. 내 얼굴은 아마 완전히 구겨져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혹자들은 '사장이 일안 하는 게 왜? 일하라고 너 뽑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처음에 나를 영입할 때 사장님은 얘기를 했다. '너는 잘못된 거, 이상한 거 나한테 바로바로 얘기해줄 수 있으니까. 같이 잘해보자'라는 말은 같이 해보자는 얘기지 혼자 나에게 모든 걸 독박 씌우겠다는 말은 아니지 않을까? 처음 매장에서 자리를 잡는 일은 사장님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게 맞다. 그게 운영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오너 셰프일 경우 더 그렇다.
결국에 B는 내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고 퇴사하겠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너에게 맞는 직업이 있을 거라고 했다. B는 외적으로 보면 아랍왕자 같은 까무잡잡한 이미지에 친구들과 사이도 좋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예민하게 신경 쓰는 직업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런 직업이 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라고. 그러고 나니 사람이 또 모자랐다. 내가 해야 하는 업무는 더 늘어났다. 오픈 멤버인 S와 C, 그리고 C의 여자친구인 A가 남았다. S는 어느 날 나에게 퇴사를 얘기했다. 정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는 놀라 물었다. 이유가 뭐냐고. S가 얘기하기를 사장님과 대화를 좀 해보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사장님이 내가 쉬는 날 직원들에게 내 얘기를 안 좋게 한다는 거였다. 내 급여를 직원들에게 오픈하고, 내가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의외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사이는 그다지 살갑지 못했으므로..
그래서 바로 사장님에게 따로 얘기를 좀 하자고 했다.
'S가 퇴사한다고 합니다.'
'네? 갑자기요?'
'그리고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제 급여 오픈 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