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
'월세 10만 원 깎아주시면 계약할게요.'
매물을 찾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베이커리, 카페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거다. 건물주들이 입점했으면 하는 선호 업종 중에 하나인 듯했다. 제일 처음에 건물을 지어서 수요가 있을 때 치킨집, 음식점은 냄새난다고 이 건물주인이 못 들어오게 했다고 했는데, 그 후로 계속 5년간 공실이었다고 했다. 아무리 부동산에서 얘기해도 월세 조율도 안 해줬다고 했다. 그러다 내가 업종을 얘기하고 월세를 조율하니 바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일단 가계약금을 걸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가계약금을 걸라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1~20만 원 걸고 바로 계약 파기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집주인은 가계약금 300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받으면 월세를 조율해 주겠다고 했다. 뭐 어차피 계약을 할 거니까 계약금을 걸고 필요한 특약사항을 얘기했더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그때 입구 쪽에 물이 들이쳐 있길래, 처마나 어닝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그건 인테리어 문제가 아니라 시공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어닝 설치나 처마를 설치해 달라는 거였다. 근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말에 이해가 안하서 소통하다가 갑자기 여기를 계약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전화로 '계약금 안 받아도 된다고 계약 파기하겠다.'라고 하니까 그 소장이 성질부리면서 '계약을 그렇게 마음대로 깨는 게 어디 있냐고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 보고 더 확신했다. 내가 계약금 안 받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지?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다시 연락이 와서 원하는 거 얘기하면 특약사항에 넣겠다고 했다. 나는 좀 찝찝했지만 항목을 전달했고, 계약날을 기다렸다.
3일 뒤에 계약을 하는 자리에서 여러 가지 미리얘기 했던 특약사항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건물주인은 부부로 같이 오고, 부동산에서도 나를 데리고 다녔던 실장님은 없고, 나한테 성질부린 소장과 소장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는데, 그 4명이 한편인 것 같았다. 나 혼자 고군분투해 가면서 결국에는 필요한 사항과 누수 관련 특약사항도 같이 넣었다. 그리고 우천 시 출입구로 물이 들이치면 어닝설치까지 해주는 특약사항까지 넣고 계약은 마무리 됐다. 천장은 누수 때문도 있고, 집주인도 천장은 마감했으면 해서 천장공사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 내가 따로 나머지 부분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전에 전기공사했던 사장님을 다시 불렀더니 '무슨 이런 일이 다있노' 하면서 두 번째 전기 공사를 진행해 주셨다.
두 번 시공을 해준 전기사장님이 인연이 돼서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목작업해줄 수 있는 사람 좀 섭외해 달라고 부탁을 좀 했었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에 가벽설치하고, 유리시공까지 하게 됐다. 조명은 선만 빼놓거나, 레일등은 내가 설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인터넷에 주문했고, 천장, 벽면, 가벽 보양하고 퍼티작업(가벽에 갈라진 부분을 메우는 작업) 후 샌딩(사포로 갈아주는 작업인데 나는 기계가 없어서 손으로 진행했다.)하고, 페인트는 셀프로 하기로 했다. 업자가 하는 뿜칠보다는 비싸고 좋은 친환경 페인트로 내가 하고 싶었다. 색상을 골랐는데, 천장은 짙은 녹색으로 벽은 흰색으로 결정했다. 셀프로 처음 해보는 페인트 칠이라 2~3번 꼼꼼하게 칠했다. 1주일을 덧칠했다. 무광으로 칠을 했고, 조명을 설치하니 너무 고급스럽고 예뻤다.
바닥시공은 원래 데코타일로 저번처럼 진행하려고 했는데, 매물을 볼 때 몰랐던 바닥이 눈에 보였다. 전부 깨지고 일어나고 밟을 때마다 울퉁불퉁 가루가 나와있었다. 진짜 다시 다 깨고, 바닥 미장을 새로 해야 할 정도로 수평도 안 맞고 엉망이었다. 그래서 데코타일보다는 에폭시로 시공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근데 에폭시도 시공이 너무 비싸서 셀프로 도전해 봤다. 페인트집 사장님에게 물어보고, 갈라진 곳 보양약품으로 메우고, 하도(맨 처음 바르는 에폭시 약품) 3번 바르고 색 바르고 상도(마무리 코팅 에폭시 약품) 3번 바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장장 1주일을 바르고, 말리고, 바르고, 말리는 작업을 했다. 그 작업을 할 때 위층 세입자들한테 민원도 많이 받았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바닥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으로 골랐다. 근데 회사 다니면서 밤에 에폭시를 바르고 있으니 피곤이 완전 극에 달해서 그 바닥이 피가 쏟아진 것 같이 보였다. 속이 너무 안 좋았다. 하지만 완성하고 기물을 넣으니 그제야 마음에 들었다.
블라인드도 설치하고, 기계나 에어컨도 설치했다. 어느 정도 공방의 모습이 갖춰지는 거 같았다. 커피머신이 있었으면 좋을 거 같아서 브레빌제품을 구매해서 공방에 두고, 브레빌 그라인더도 샀다. 커피나 반죽하려면 제빙기도 필요할 것 같아서 그렇게 수납장을 짰다. 기계는 큰 업소용 데크오븐 3단 2매 1대, 발효실 20매 1대, 버티컬믹서기 1대, 소형믹서기 2개(키친에이드), 중소형 믹서기(스파) 1개, 파이롤러 1개(크로와상, 파이미는 기계), 작은 컨벡션 오븐 2대(우녹스, 에카) 이렇게 일단 구매를 했고, 업소용은 나중에 창업클래스를 하기 위해서 구매를 한 거였다. 공방이긴 하지만, 맛을 봐야 누구든 와서 배우고 싶을 거라 생각하고, 또 오픈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문을 3일간 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빵을 판매하기로 했다. 오픈이라고 얘기 안 했는데, 그전 회사에 있던 친구들이 와줬다. 손님들보다 지인이 더 많았다. 북적북적했고, 고마웠다.
오픈날 베이킹파우더가 없어서 마트에서 급하게 나왔는데, 그게 너무 싸구려였던 거였다. 나름 고르고 골랐는데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스콘 50여 개를 다 폐기했다. 그냥 되는대로 하자고 문을 열었는데, 자꾸만 벌어지는 사건사고에 속상해서 오픈을 앞두고 혼자 울어버렸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문만 열어뒀는데 사람들이 몇 명 와서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빌드업이고, 마케팅이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느 누가 알고 찾아오길 바랐는지... 무슨 생각으로 오픈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3일 동안의 조용한(?) 오픈을 하고, 다시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공방에 들러서 블로그를 했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까 힘들었다. 너무 상업적인 글은 적기 싫었지만, 누군가 문의해 주길 바랐다. 근데 그런 글은 처음 써보는 거였다. 처음에는 공들여서 쓰다가 나중에는 힘들어서 사진만 올리기를 반복했다. 당연히 문의가 0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씩 문의가 와서 클래스를 진행했다. 지인들도 원해서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을 한다는 게 힘들었다. 근데 그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몇 번 진행해 본 취미용 클래스가 재미없다는 것. 가르치는 보람이 없었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확실했다. 그냥 설렁설렁 놀러 오는 취미용 클래스를 하기에는 내열정은 너무 크고 거대했다. 이 열정을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만든 제품을 팔아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