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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들이 만들어 낸 오늘

시련

by 재비


'내가 만든 제품을 팔아보고 싶어.'



그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공방으로 운영하던 곳을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바꾸려면 현재 있는 회사에서 퇴사를 해야 한다. 많은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고정적인 급여를 포기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완전히 불안정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나를 생각해 주고 인정해 주는 대표님과 같은 부서 직원들과 이별해야 한다. 하지만 내 매장을 갖는 일은 궁극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고, 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다. 사실 회사냐 내 매장이냐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냥 두려움과 싸우는 것을 고민했다. 안락한 현재에 안주할지 하고 싶었던 도전을 함과 동시에 금전적으로 사지에 내몰릴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젊고 혹시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다시 취업해서 돈 벌면 돼.'



이미 이렇게 기물이나 생산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둔 상태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할 거면 빨리하는 게 좋을 거 같고, 또 시간을 끌면 안 될 것 같아서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매장이 되려면 진열대가 필요했고, 냉장쇼케이스도 필요했다. 그것들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더 이상 대출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 신용도는 사금융에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더 이상 추가 대출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3년 동안 일했으니 나에게는 퇴직금이 있었다. 그것마저 탈탈 털어서 제법 괜찮은 진열대를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알아봄과 동시에 대표님께 퇴사의사를 밝혔다. 대표님은 수긍해 주셨고, 내 대체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달라고 하셨다. 대표님은 많이 서운해 보이셨지만, 어쩔 수 없었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내 마음도 많이 무거웠다.



그렇게 아직 있지도 않은 나중에 받을 퇴직금을 생각하면서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2달 정도 걸리는 일이라, 회사에 다니며 저녁에는 공방에 가서 레시피나 다른 부분을 손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회사는 새로운 사람을 몇 명 구했지만, 생각보다 경력대비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고, 대표님도 내 대체인력으로 쓰기에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라 정리해 달라는 말을 전달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정해놓은 매장오픈 날짜가 임박했다. 홍보를 하기 위해 전단지 2만 장을 찍어 둔 상태였고, 업체에 돌리거나 주변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게시할 수 있도록 알아보았다. 그리고 다른 마케팅 전략이 없어서 자주 쓰는 배달어플에 내 업체를 등록시키기로 했다. 그때 당시 배달어플에 디저트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다른 일반 제과점은 당연히 입점하지 않았고, 카페도 그냥 프랜차이즈 정도로 10군데? 등록 돼 있었다. 판매되는 게 중요하고, 배달을 시켜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매장에 와서 구매하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오픈과 동시에 배달어플을 할 생각이었다.



그동안에도 회사에 내 대체인력은 구해지지 않았고, 나는 마음이 불안해졌고 답답했다. 뭔가 마무리를 하고 가지 않는 찝찝한 마음이었다. 대표님이 다시 미팅을 요청하셨고, 상가를 유지하는 기본 비용을 지원해 줄 테니 근무를 조금 더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리미트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이었고, 퇴직금을 생각하고 추진했던 진열대나, 쇼케이스가 퇴직금을 정산받지 못하면 엎어지는 부분이라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퇴사를 하게 되었고, 매장오픈에 전력을 다했다. 라인업을 정하고, 소소한 소품들도 구매해서 매장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사실 재료상은 아는 곳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업체를 끼고 납품받는 것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정식거래를 트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재료를 그냥 건바이건으로 계산하고 매장으로 택배배송을 받았다. 배송비가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재료를 사용할 건 아니어서 보통은 그냥 몇 군데 알아보고 주문했다. 전단지를 뿌리고, 배달업체 등록을 하고, 오픈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 생각보다 순탄했고, 문의도 많고 준비 중인 매장에 오는 손님들도 많아서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픈을 하게 됐다. 회사에서 관계가 좋았던 사람들, 그리고 부서 직원들, 엄마, 엄마 지인들이 매장에 와서 축하해 주셨다. 2~3일은 그렇게 지인들이 와서 판매를 이어갔고, 첫째 주는 무난하게 지나갔다. 제품이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종종 오셔서 구매를 해가는 분이 늘었고, 매일 방문하시는 분들도 늘었다. 만든 빵이 많이 남을 때도 있었지만, 그냥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판매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생각나지 않고, 제품 퀄리티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입소문이 나서 안정권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며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운이 나빴던 건지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매장은 2020년 1월에 오픈을 했다.

그렇다. 오픈직후에 '코로나19'가 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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