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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들이 만들어 낸 오늘

정리

by 재비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뭐지?'



다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10년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내 목표는 당연히 하나였다. 창업. 어느 날 마땅한 날 그렇게 내 매장을 갖게 되면 뭔가 일사천리로 될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실력 부분에서도 그렇고 착실히 쌓아오면서 이 정도면 창업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혹은 조금 모자라더라도 창업을 하고 싶었다. 일단 해보고 그때그때 준비하고 정비해 가는 게 창업의 맛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큰 허들은 창업을 할 정도의 자금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는 부분이었지, 나 자체는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창업했을 때 생각한 리스크는 빵이 남는다거나,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 나서는 딜레마에 빠졌다. 위임이 가능한지. 그리고 한번 쌓아둔 것이, 만들어 둔 것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내가 이 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최대치는 얼마인지. 안되면 접으면 되지만 잘됐을 때는 매장확장을 할 생각인지. 다른 부분으로 확장을 할 생각인지. 여러 가지 고민이 됐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다가가기 위해서 다시 한번 하나하나 풀어서 생각했다.



1. 위임이 가능한지.

나는 제품에 대한 애정도 깊고, 퀄리티에 신경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쓰는 편이다. 내가 만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직원들이 만들 수 있는 레벨의 제품인지. 그리고 직원들에게 맡기면서 내가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매뉴얼을 만들어 두었는지. 생각해 봤다. 답은 NO. 그때 당시에는 위임을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퀄리티 부분에서 나만큼 더 신경 써서 할 수 있는 직원은 없을 거 같았다. 그럼 매장을 맡길 수 있는 직원은? 손님을 응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나처럼 손님들을 생각해서 응대할 수 있는 직원은 없을 거 같았다. 그럼 생산, 응대, 운영을 나 혼자 할 수 있는지. 답은 NO. 그때 당시도 에너지가 고갈되어 힘든 상태였다. 그럼 전반적으로 위임은 힘들고 혼자 하기도 버겁다.



2.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동이 나중에도 남아있거나 영구적인지.

손님들의 개인적인 경험에는 내 매장, 내제품이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입장에서는 오늘 만들 거 오늘 판매가 안되면 전부 폐기해야 하며, 일회성에 해당하는 노동이라 생각했다. 물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노동은 신성하고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뭔가 사람들이나 나에게 오래 남을 수 있는 뭔가 고차원적인 어떠한 부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이트에 글을 올리거나, SNS에 피드를 올리는 것,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서 판매 후 고객들의 리뷰를 쌓는 것 그 리뷰들을 발판 삼아 더 넓은 부분까지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 등. 이 처럼 무언가 남아있는 것을 해야 했다. 하지만 95% 이상을 제품을 생산하는데 에너지를 쓰는 내가 나머지 5%로 손님을 응대하고 결국에는 집에 가서 뻗어버리는 상황이 발생되자 머릿속은 하얘졌다.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시도하지 못할 때 스트레스는 더욱 극에 치달았다.



3. 이 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이익의 최대치.

혼자 생산하고 응대를 하면서 일 매출은 당연히 한정적이었다. 다행히도 일매출 0원은 찍어 본 적 없지만 10만 원 미만도 찍어봤고, 최소 매출의 10배도 찍어봤지만 내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정도였다. 재료비, 월세, 공과금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내 생활비 하고 1~200백만 원 간신히 남는 정도고, 이마저도 아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상태가 유지될지도 의문이고, 내가 위임을 당장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 나와 맞는 좋은 사람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이기 때문에 이익은 극명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리적인 특성도 있었다. 작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을 차렸다면 좀 더 빨리 알려지고 사업도 확장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처음에 공방으로 생각하고 매물을 알아봤기 때문에 위치를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로 지금 현재 얻고 있는 금전적 이익은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도 아니고,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섰다.



4. 매장확장

일단 장사가 어느 정도 되고 손님들이 주는 피드백을 들어보니 내 실력은 매장을 하기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그럼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으니 더 투자해서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 있는 곳에 작은 매장을 하나 더 만들어서 하던지 여기를 정리하면서 매장을 이전하는 방법이 있다. 매장하나를 더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다. 이전하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곳을 알아보았다. 부산의 서면쪽이나 남천동쪽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떤 매장을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각성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자기 계발 책이나, 비문학 책을 주로 읽었다. 각종 인터넷강의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마케팅이나 심리학 무자본창업 같은 강의를 주로 봤고 SNS광고, 퍼스널브랜딩 기초강의를 중점적으로 봤다. 정신적으로 단단해지는 것도 사업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명상, 철학 같은 분야도 얕지만 공부했었다. 작지만 1인기업을 만들면서 내 의사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조언 듣는 것보다 스스로 맞는 시기인지 아닌지 알고 싶어서 명리학 공부도 병행했다. 지금까지는 직원들을 관리하거나 신제품을 만들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매장을 운영하고 사업체를 영위하는데 큰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외적인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부족한 살림에(?) 쪼개어 수업료를 내면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 판매를 내 제품으로 하는 해보는 건 조금 힘들 거 같고(시설도 그렇고, 식품 인터넷 판매는 조금 조심스러웠다.), 위탁판매나 해외구매 대행으로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보통 상가계약은 2년 단위이다. 이번에 재계약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가게에 하자가 있을 때마다 연락을 했지만, 사람을 써서 잘 수리해 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와서 어설프게 건물을 수리하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건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계약만료 4개월 전쯤 집주인이 연락이 왔다. '곧 재계약인데 할 거죠? 주변에 상권도 좋아졌고 월세랑 보증금을 좀 올렸으면 하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시국에 월세를 안 받거나 줄여주는 집주인도 있는데, 이 사람은 지금 이 시대에 사는 사람이 맞는 건지. 주변상권이 좋다니? 다 망해서 나가는데, 아무리 이 동네 사람 아니고 다른 지역사람이라지만, 무슨 생각인지 아니면 욕심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런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고심하고 계획하고 있던 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앞으로 작더라도 내 건물사서 대출금 갚으면서 장사해도 절대 남의 건물은 안 들어가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대답했다.



'재계약 안 할 거니까 세입자 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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