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
'돈'
살면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충분한 돈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냥 시기가 늦어질 뿐 돈은 어떻게든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번에는 필요한 금액이 조금 컸다. 내가 현재 원하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종잣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작은 매장을 하면서도 1억이 들었는데, 내 상가를 가지고 하려면 그 3~4배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99% 대출을 받아 시작했던 첫 매장은 사실상 이어나간다면 성공적이었겠으나, 여웃돈이 없어서 조금만 매출이 떨어졌다면 위태로워 질게 뻔했다. 그런 압박감속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충분히 힘들일이었고, 다음에 오픈하는 매장은 거기에서만 나오는 순이익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방향이 아니라 내 사업체의 일부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사실 막막했다. 완벽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쪽 계열이 아니더라도 돈을 좀 잘 벌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매장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 각성상태에서 읽었던 자기 계발서 중에서 모든 일의 기초는 세일즈라고 했었다. 지금껏 세일즈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었다. 보통은 우리나라 영업직이라는 인식도 그렇고, 뭔가 00 팔이로 분류되는 경향도 있어서 나도 깊게 관여해보지 않았다. 그냥 판매직이나 매장아르바이트는 해봤다. 그 공간에 손님들이 찾아주면 설명하고 판매하는 일을 했었고, 나중에는 생산하는 일을 거의 했었다. 내가 직접 방문해서 그 사람을 설득시킨 적은 없는 거 같았다. 한 번도 도전하지 못한 일을 도전해보고 싶긴 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여러 가지 영업직을 생각해 보았다. 영업을 해야 하는 상품군 중에서 내가 알아도 도움이 될만한 것으로 접근을 해본다면 차후에 나에게 좋은 거름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주 옛날에 다단계방식이긴 하나,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일도 잠깐 해본 적이 있었다. 근데 그건 내가 제품을 싸게 먹기 위해 셀러로 등록한 거라 별로 본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세일즈를 배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전단지 붙이고 했었던 것 같은데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처음 내린 제품만 판매하고 접었던 기억이 났다. 자 그럼 식품 쪽 말고 내가 세일즈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지 생각해봤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 핸드폰, 정수기, 유제품, 보험, 화장품 등 일 텐데 일단 자동차는 내가 관심이 그다지 없었다. 핸드폰은 요즘 자급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으니까 세일즈라고 하기 조금 뭐 하긴 하고, 매장이 있으면 좀 유리하기도 하지만 경쟁력이 요즘에는 많이 떨어졌다. 고객에게 맞는 플랜을 주면서 영업을 하면 좀 더 차별화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런 품목은 유제품, 화장품, 보험으로 줄여졌다. 유제품, 화장품은 1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판매가 일어난다는 점. 그러나 단가가 약하다. 보험은 개인보험과 기업보험으로 나눠서 알아봤는데 개인보험보다는 기업보험에 관심이 갔다. 한번 성사될 때 금액이 조금 높은 편이고 기업보험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기업보험이라는 게 뭘까? 회사에도 들어야 하는 보험이 있는 걸까 해서 조금 찾아봤는데 일반 화재보험이라기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세무 부분을 해결해 주고, 보수를 돈이 아닌 보험으로 받는 거였다. 조금은 신박한 영업방식에 놀랐다. 기업의 세무이슈를 해결해 준다? 세무사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진단은 해줄 수 있다는 거고, 회사에 세무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뭔가 그런 쪽으로 배울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수포자였다. 수학을 어렸을 때 포기해 버려서 못한다고 생각했고 수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번기회에 뭔가 시험해보고 싶었다. 세무는 숫자보다는 암기나 법률 부분을 알고 적용하는 거라 그다지 수학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식회사, 법인의 세무 부분은 언젠가 나도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걸로 돈을 벌든 못 벌든 일단 도전해보고 싶었다.
잘 되면 대박 안돼도 중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