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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들이 만들어 낸 오늘

다시 돌아 처음

by 재비


'잘 되면 대박 안 돼도 중박이다.'



내가 영업을 하면서 얻을 건 있고 잃을 건 없다. 어쨌든 뭔가를 하려면 시간은 필요하니 쉬는 동안에 다른 일을 배워보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내가 소속될 회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뭐 여러 회사가 지금 법인팀을 운영하고 있긴 한데,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일단 교육커리큘럼이 좀 탄탄하고,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좋을 거 같아서 M사와 P사를 고민했는데 M사에서는 너무 신입유치를 뭔가 센터장까지 나와서 하는 걸 보니까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고, 일단 센터장이 다단계(사실 보험 쪽 다단계 맞긴 하는데..)처럼 자꾸 본인 버는 거 과시하고, 돈얘기만 자꾸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커리큘럼도 전문성이 좀 떨어져 보였다. 그래서 P사에 직접 연락을 해보고 커리큘럼이나 회사를 보니 어느 정도 괜찮은 거 같아서 P사법인영업팀으로 입사하기로 했다.



1월부터 바로 교육을 시작했고, 법인영업을 하려면 보험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무려 3개나.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학교 때 안 했던 공부를 이제야 몰아서 해야 하는 상황. 생명, 화재, 변액 보험 이렇게 3가지를 세무교육을 들으면서 차례로 같이 준비해야 했다. 세무공부는 생각보다 들을만했다. 그리고 법인의 종류나, 구조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화상카메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따뜻한 강의실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잠을 자는 사람도 몇 있었다. 이런 교육은 사실 어디 가서 잘 가르쳐 주지 않는데, 나는 그 교육이 되게 알차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영업을 안 해도, 법인 대표님들이 이 강의를 들으면 절세를 많이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1인기업이었지만 실무 때문에 다른 거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많이 놓치기도 했으니, 이런 서비스를 받는 대표님들은 더 바쁘시겠지.



보통 내가 배우는 세무 부분은 절세를 할 수 있거나 나중에 세금 폭탄 맞을 수 있는 어떠한 부분을 미리 고쳐주거나, 처음부터 법인설립을 해주는 그런 업무도 진행하고, 지분구조 변경, 승계과정이나 엑시트, 자금 합법적으로 절세해서 빼는 방법, 정부보조금 받을 수 있는 방법 등등 여러 가지를 배웠다. 문제는 내가 세무사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부분을 진행할 수 없고, 회사에 고문(?) 세무사가 상주하기는 하지만, 보통의 법인 대표님들은 본인들이 맡기는 기장 세무사무소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법인의 세무는 대표님이나 혼자서 할 수는 없다. 기업이 크면 클수록 말이다.



기존의 기장세무사무소는 우리 같은 영업팀을 싫어했다. 안 해도 관계를 잘 만들어왔던 회사인데 괜한 곳이 영업을 해서 들쑤셔놓고 귀찮은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그리고 세무사무소에서 생각 못했거나, 안 하려고 했던 부분까지 대표에게 다 얘기해 버리니까 무능해 보이는 부분들도 있을 거다. 그리고 세무사무소에서 일처리를 하는 건 세무사가 아니다. 사무장들이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며, 세무사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거나, 직접 자료를 수집하거나 하는 일들은 직원들에게 위임하고, 세무 상담이나, 수집 서류들 확인하고 승인만 해주는 프로세스다. 이렇게 안 하면 세무사무소도 수익구조가 좋을 수 없다. 고급인력인 세무사가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수익창출은 힘들 거다. 어쩔 수 없이 법인영업팀과 회사의 기존 세무사무소와는 관계가 좋을 수 없다. 그냥 어떠한 건에 대해서 회사 쪽으로 위임해 주면 바로 회사 소속 세무사가 일을 진행해 주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이긴 하다. 훌륭한 세무사분들, 세무사무소도 많다. 다만 나는 이런 영업팀과 세무사무소 관계에 그런 갈등관계가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생에 첫 세무수업을 끝내고, 보험판매 자격증 3종도 따게 되었다. 그렇게 영업을 위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자 그럼 이제 세일즈는 어디서 배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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