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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Nov 16. 2017

그럼에도, 보통의 하루

반복되는 일상은 참으로 단단하다. 

내게는 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행위가, 

급작스런 대구의 지진으로 모두가 놀랐다. 

어제 요란스럽게 핸드폰을 울리는 재난 문자 직후에, 

여의도 사무실이었는데도 바닥이 울렁이는 지진의 느낌이 있었다. 

모두가 숨죽여서 그 진동을 느꼈지만, 아무도 건물 밖으로 뛰어나가지는 않았다. 


진동이 지나간 후에, 동료 한 사람이 말했다.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 언제 어떻게 갈지 모르는데.


그러나 우리는 다시 앉아서 일을 했고, 퇴근시간이 되었고, 저녁을 먹었다.

지진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고, 안타까워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스피노자가 말했다는 

"내일이 지구의 종말일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말을 곱씹어본다.


내게는 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행위가, 삶의 성실성보다는 

일상의 영속, 아무리 발버둥 쳐 벗어나고 싶어도 떨쳐지지 않는 끈덕진 일상의 이어짐 같이 느껴진다.

우리는 지진 속에서도, 남북이 갈라선 대치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일을 하고, 일상을 영위하며 산다. 

-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도 지극히 평범하여 매일매일과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지. 

 

일상적 피로함이 몰려온다. 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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