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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Jul 10. 2019

행복을 찾는 이야기

믿음은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작은 고모가 기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호두'라고 한다. 이 녀석이 작은 고모와 함께 살게 된지 어느새 2년이 넘어간다. '호두'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이 녀석에 대한 내 첫인상은 '개'답지 못한 사교성과 먹을 것만 탐하는 식탐 가득한 '밉상' 그 자체였다. 곁을 주지도 않고, 먹을 것을 손에 들고 있을 때만 주변에서 알짱대다가 볼일이 끝나면 입을 싹 닦고 다시 모른채하는 행동에 어찌나 약이 오르는지 그래서 나는 '호두'를 볼 때면 '먹튀'라며 투덜대고는 했었다. 


 이 작고 식탐 많은 녀석에게는 알고보니 속사정이 따로 있었는데, 고모로부터 고모가 '호두'를 데려오기 전에 전 주인이 분양을 했다가 성격이 이러하다보니 예쁨을 받지 못하고 도로 돌려보내져서 '전 주인에게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 것 같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유독 식탐이 많은 것은 강아지 때 제대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해 생겼을 나쁜 습관일 수도 있다는 수의사의 견해에 대해서도 전해들었다. 과거에 어떤 일들을 겪었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눈치를 보며 겁을 잔뜩 먹은 채 사람들을 대하는 '호두'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짠하면서도 역시나 '먹튀'하는 모습을 볼 때나 나를 보고 짖을 때면 "으이구, 밉상~!"하며 투덜대게 되는 것을 보면 내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은 못되는 것 같다.


 한 번은 할머니와 고모, 삼촌,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호두'까지 온 가족이 모여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밖에서 산책을 하며 '호두'가 보인 행동은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이유는 밖에서 산책하는 것이 즐거워 '뽈뽈'대며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금새 고모를 뒤돌아보며 재차 확인하고는 쪼르르 고모 곁으로 돌아와 걷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항상 고모만 졸졸 쫓아다니며 고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이 조그만 녀석이 산책을 꽤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귀엽기도 하면서도 그 와중에 고모 곁에서 멀리 떨어질까 다시 쪼르르 돌아와 근처를 맴돌기를 반복하는 그 모습이 왜인지 마냥 웃으며 보기에는 마음이 쓰였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근래에 몇 차례 다시 고모와 '호두'를 함께 만나게 되었는데 놀랄만한 변화가 '호두'에게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매번 나를 보고도 마치 처음 본 낯선 사람을 만난 것마냥 짖어대며 경계하던 녀석이 여전히 짖기는 하지만 그것이 '낯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아는 사람'을 대하는 반가운 듯한 태도로 반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손도 못대게 하던 녀석이 왠 일로 먼저 다가오기도 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낯설어하며 당황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고모 곁에서 떨어지는 것에 불안해하며 문을 열어놔도 혼자서는 문 밖으로는 절대 발도 안 디디던 녀석이 짐을 옮기느라 문을 열어두고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쪼르르 따라나와 내가 짐을 옮기는 것을 참견해대는 듯한 모양새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고모에게 나는 "이게 이제 간댕이가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은데요, 고모."라며 웃으며 말하자 고모도 정말 그렇다며 맞장구를 치셨다. 세 번째는 '산책'할 때 정말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호두'의 모습이었다. 공원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잠시 목줄을 풀어주자 귀를 접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녀석의 모습에서는 더 이상 고모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질까 불안해하며 채 멀리 못가고 다시 돌아오던 '겁쟁이'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감탄하자 고모는 뿌듯하다는 듯이 "나와 산 지 이제 2년이 넘었어!"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정말로 고모가 '호두'에게 주었던 사랑이 얼마나 컸을지를 '호두'의 변화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더 이상 '호두'는 주인에게로부터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만큼 고모에 대한 '믿음'이 굳게 자리잡은 것 같았다.


'호두'의 변화는 내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리고 문득 이전에 스토리온 우먼쇼 <웃는 엄마 vs 무표정 엄마>에서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그 실험은 엄마와 아기 사이에 시각적으로 낭떨어지처럼 보이겠금 투명한 재질의 바닥을 만들어 놓은 셋트장에서 엄마의 표정에 따라 아기의 행동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기가 엄마의 표정이 무표정일 때에 낭떨어지처럼 보이는 투명한 바닥이 있는 부분을 건너지 못하고 도로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반대로 엄마의 표정이 웃는 밝은 표정일 때에는 아기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 투명한 발판을 기어 엄마에게로 기어온다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믿음'은 불안을 없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 '믿음'은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불안이 없어진 세계에서는 온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됨을 의미한다. 마치 '호두'가 그랬듯이 말이다. 우리가 믿기로 결정하면 분명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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