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추천] 약간의 거리를 둔다 by 소노 아야코

가을에 읽고 싶은 책_류재언변호사의 책추천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과 점심을 함께 하는데, 밝고 좋은 에너지로 가득찬 친구의 얼굴에 무언가 수심이 가득했다. 알고보니 정말 믿었던 사람에게 최근에 크게 상처를 받은 일이 연달아 있었고, 그 일들이 친구의 자존감에 영향을 및고 있었다. 


점심을 함께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친구에서 카카오 선물하기로 책 한권을 보냈는데, 그 책이 바로 <약간의 거리를 둔다> 

유독 가을이되면 읽고 싶은 책인데, 아흔의 할머니의 산문집에는 삶에 대한 통찰이 가득하다. 


지난 8월 지원이형과 샌프란시스코 일정 마지막 날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남긴 사진. 이 날 대화의 질이 무척 좋았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기본은 소박한 의식주의 확보로 충분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쯤음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한집에서 같이 사는 가족일지라도 실은 서로 고독하다. 왜냐하면 각자 나름대로 살아갈 것을 신에게 명령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삶들은 누구 하나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훌륭하게 완결되어 빛난다. 자기 행위를 타인에게 평가 받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사람들은 버둥거릴 수 밖에 없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보내고 있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내온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순간과 운이 없었던 날의 차이가 크지 않음에 동감하게 되었다.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과 싸워온 세월들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부와 권력과 행복이 뒤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소소한 발견의 재미를 알아나가는 것도 지혜라고 해야겠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생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인생은 좋았고, 때론 나빴을 뿐이다. 


깊이 뒤얽힐수록 성가스러워진다. 살다 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게 마련이다. 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관계가 지나치게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냐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싶다. 


[유튜브]로도 리뷰 영상을 남겨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y-M8hTXLU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