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계단 치즈 제육 돌솥밥

성신여대 앞 해밀

by jaee

구계단에 치즈제육돌솥밥을 먹으러 갔다.

대학시절 내 소울푸드였다.

정선언니랑 야작 하고 나와서 한 뚝배기 먹으면 참 좋았다.

살다가 요즘 같이 힘 빠지는 때 꼭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여전히 소울푸드인 거 같다.

할머니는 그때도 할머니셨는데 지금은 더 할머니다.

졸업하고 2,3년 텀으로 가고 있는데 갈 때마다 할머니가 노쇠해져 계신 걸 봐 왔기 때문일까,

갈 때마다 설레는 한편 조금 불안하다.


언제나처럼 연속극 재방송이 틀어져 있었는데 소리가 전보다 더 크다.

인사드리는데 날 못 알아보셨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 아는 체하면 미안해하실까 봐 반가움을 거뒀다.

뭔가 이상하긴 하신지 요리하면서도 내 얼굴을 몇 번이나 보셨다.

기역자로 굽은 허리로 무거운 돌솥을 여전히 직접 가져다주신다.

다행히 맛이 그대로다.

다 먹고 서둘러 일어나서 먹은 걸 주방으로 싹 옮겨 드리고 계산하는데 말씀하신다.


전에 왔던 사람 같은데.

맞아요 저 의류학과요.

그렇지. 딴 사람일까 봐 말을 못 했어.

결국엔 알아보셨다.


이 매콤 달콤 고소한 걸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

못 알아보셔도 괜찮지만 시간이 내 추억을 앗아가고 있다는 불안이 서글프다.

이제 좀 짧은 텀으로 가야겠다.

변화를 덜 알아채고 싶다.

먼 나중에 더는 가게에 나오지 못하시는 날이 오더라도 그걸 뒤늦게서야 알고 싶지는 않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엇보다도 얇고 무엇보다도 강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