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하나

자작시

by 최은

비가 온다기에

우산 하나 들고 나섰다.

예보를 믿고

하루 종일 우산을 쥐고 다녔다.

구름은 낮게 흘렀고

바람은 눅눅했지만

끝내 비는 오지 않았다.

그날 우산은

자꾸 미끄러졌고

괜히 팔이 저렸다.

돌아오는 길

볕을 피해 걷던 할머니께

조심스레 우산을 씌워드렸다.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드신 할머니가

나를 보고 웃으셨다.

그 웃음은

햇살 같기도 하고

그늘 같기도 했다.

비 오지 않은 하루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틀린 예보도

가끔은

맞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고.

오늘도 나는

우산 하나

들고 나선다.


계획이 어긋나는 일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빗나간 예보처럼 틀어진 하루에서 예상치 못한 따뜻함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그날의 마음은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것들이 쓸모없고 무겁게만 느껴지더라도 너무 서둘러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특별한 그늘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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