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음

자작시

by 최은

11월은 덜어내는 계절.


햇살은 낮게 누워

길어진 그림자를 매만지고,

나무는 봄부터 품어온 잎들을

천천히 땅에 내려놓는다.


아깝지 않냐고 물으면

나무는 고개를 젓는다.

가벼워져야 겨울을 견디고,

그래야 봄을 다시 맞을 수 있다고.


우리의 마음도 그와 닮았다.

붙들던 것들이 바스락거리며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간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건

새로이 놀랄 일이

줄어들어서라던가.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처럼 살아보려 한다.


낙엽을 밟으며 소리 내어 웃고,

처음 보는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작은 일에도 와, 하고 감탄하기로.


나뭇잎이 흙으로 돌아가 봄을 키우듯,

우리의 이별과 오랜 기다림도

다시 따뜻한 기억이 되어 돌아오겠지.


그러니 오늘을 아끼자.

노란 은행잎에 스민 노을,

차가운 공기 따라 피어나는 입김,

저녁 여섯 시 푸르름이 내려앉은 하늘까지.


서늘어가는 가을의 숨결이 아쉬워,

낙엽 하나 들어

저무는 빛 속에 묻어본다.


가을이 짧은 이유는,

우리가 가을을 사랑하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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