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치는 한 주였다.
몸만 지친 게 아니라 마음이 더 지쳐있었으리라.
이번 분기 수확은 망했도다. 열심히 뛰어다녔는데도 90도 기역 자로 부러진 매출. 3분기 실적이 작년 사업계획 때 세워놓은 계획에 비해 터무니없이 모자랐고, 급기야 돈은 원래 결재일보다 한 달 더 있다가 지불해도 되니 계산서만 끊게 해달라고 사정도 해봤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도 싹싹 빌어도 봤다. 그러나 '억' 소리게 나는 이번 손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마감 보고가 있는 오늘 임원 회의에서는 돌부처 같은 사장님의 눈에 광기가 어려있었다. 그리고 광분의 지적사항.
'돌부처의 눈이 저렇게까지 커질 수도 있구나!'
호되게 얻어터지면서 바닥을 바라보고 있자니 궁금했다.
아들과 아내가 지금 이 상황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내 처지가 비 맞은 '개' 같았다.
외근을 나간답시고 도망쳐 나오듯 회사 밖으로 나섰다.
그러고 보니 밖은 햇빛이 비치는데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 이런 날이다.
빛은 온 세상을 비추는데 비구름이 나만 쫓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예민한 내가 더더욱 처량해졌다.
오늘은 혼술이다.
회사 앞 맥줏집에 빨려 들어가듯이 숨어들어갔다.
그리고 내 최애 안주, '노가리'와 얼음 잔을 특별히 주문해 놓고 맥주 500ml을 시켰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낯익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 김광석"
노가리 집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리고는 옛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가까운 과거,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나의 미래는 음악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한때는 음악을 꿈꿨었던 사람인데….
현재는 그 음악은 유튜브와 쇼츠에 밀렸다. 그런 것들에 정신이 팔리면 눈은 혹하여 핏줄이 서고, 귀는 딱 50초만 즐겁다.
여운은 스킵되고, 화면 스크롤 질은 강박에 가까워진다. 피로는 미세먼지처럼 쌓인다.
눈을 감아도 귀로 환한 세상이 펼쳐지던 때가, 대체 언제였을까?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샘 터뜨리는 트리거 같은 가수, 광석이 형의 노래는 계속해서 내 귓가를 통해 위로하였다. 촉촉한 비의 장막이 코팅된 멘질멘질한 교차로를 지날 때 즈음, 김광석 형님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가 흘러나온다.
강남 입성 20년 넘게 수없이 건너온 그 교차로에서 음악이라는 시크릿 주문이 귀 안쪽을 때리는 순간, 나의 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작금의 시간이 각기 다른 색의 이정표를 들고 한꺼번에 밀려든다.
빨간 공중전화에서 삐삐를 거쳐 스마트폰까지, 빨간 드레스의 휘트니 휴스턴에서 머라이어 캐리를 거쳐 푸른색 치마의 빌리 아이리시까지,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른 찢어진 청바지의 대학생에서 각 잡힌 기성 양복 입은 지나치게 진지한 대리 나부랭이를 거쳐, 세미 정장의 능글맞은 만년 부장까지.
이건 흡사 한껏 느려진 카메라 셔터 스피드처럼, 각기 다른 빛 자락이 서로 번져 오색 유성 페인트처럼 끈적하게 겹치는 순간이다. 나는 슬로비디오처럼 횡단보도 하얀 선을 느리게 지나친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음악이 또 다른 세계를 연다.
때로는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자. 노가리에 맥주 한잔도 곁들여서.
그러면 우울했던 세상이 반 정도는 환해질지도.
파이팅!!
https://youtu.be/MIzFQIpJ110?si=TNKyohowYA7M6-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