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공감불능의 병을 앓고 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사는 일에서 벗어나는
탈인간으로의 탈선의 길이며
특별할 건 없지만 지속되는 '일상'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잃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어느샌가부터
당연했던 그 안전망이 찢어지기 시작하면서
특별할 것 없던 일상조차 특별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상적으로 건네는 안부조차도,
길 가다가 부딪힐 때 나누는 사과조차도,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풀어놓는 농담 한마디에서도,
일상적으로 전제되었던 그래서 그 존재를 몰랐던
공감의 그물망이 찢여져 있음을 혹은 부재함을 소스라치게 자각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부여잡을 최소한의 쥐푸라기가 없으므로
조심스럽고 불안하다 못해
결국은 입을 다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진심의 이해에 이르는 진정한 소통은 고사하고
일상의 간단하고 형식적인 대화에서마저도
마음은 전해지지 않고 갈 곳을 잃는다.
소통은, 아니 단순한 의미의 교환마저도 파편화된 조각을 줏어모으는 피곤한 일이 되었다.
소통이라는 행위는
오해를 넘어 불통과 단절에 이르고,
공감의 그물망 대신 우리 사이에 놓여진
그 거대한 불통과 단절의 벽이라는 존재는
우리로 하여금 노력해보기 보다는
지레 서둘러 대화의 손짓을 거두게 한다.
그 벽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렵게 두텁고 높아만 지고
그로인해 공감불능은 일상화되고 견고해진다.
결국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은
고립에 이른다.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현대인처럼
인간이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이젠
그 흔한 '친구'라는 말도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말도
'동료'나 '동지'라는 말도
닿을 수 없는 먼 유토피아의 이상향처럼 느껴지는 건
단지 과장된 멜랑콜리만이 아니다.
그런 중에
'우정'이나 '사랑'같은
우리를 감싸주던 거대한 울타리는
그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바람에 나부끼는 갈 길 잃은 종잇장처럼 거짓말같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아무에게도
공감의 전제를 기대할수 없다는 불안,
믿음의 순진함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경계심,
사랑을 내어주기엔 돌아올 마음이 없을거라는 두려움...
오랜 세월
문명의 바벨탑을 쌓아올린 인간은
결국 바람부는 고도의 높이 위에서
외로움으로 무너져내리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아무리 손 내밀어도
아무리 스스로를 껴안아봐도
밑바닥이 뚫린
외로움의 우물은
끝없이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