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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공은

#91

by 빨간우산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 인생'인데.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으며

갈등를 일으키는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오로지 내게 주어진 내 인생인데

타인을 주인공으로 세워 섬기고 추종하며

자신의 인생을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그런 한심한 노예적 태도도 문제지만,


오직 자신에게만 주인공인 무대를

타인에게까지 강요하여

타인 또한 타인의 인생에선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타인을 한낫 자신을 빛내는 스탭나 도구로 취급하는

오만한 나르시시스트적 태도도 문제다.


그리고

예전에는 전자가 심각한 문제였지만

어느새

요즘에는 후자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잊지 말자.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맞지만

그건 단지 나 혼자의 1인극에서만 그러하며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1인극에서 주인공임을.

그래서 주인공과 주인공이 만나

서로 존중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임을.


그러므로 결국

주인공과 들러리의 구분이란

무의미한 것임을.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의 짐을 짊어진

황야의 짐승에 불과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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