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하면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음식 중에 도저히 외식으로밖에 해결이 안되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국밥이 그 중 하나.
하지만 왜 안될까? 라고 어느 날 생각하게 되었고, '그냥 뼈를 넣고 오래 끓이면 되는거 아냐?'라는 안이한 생각에 이르러, 뼈가 들어간 제일 싼 부위인 돼지 등뼈(감자탕에 주로 쓰이는)를 사다가 오래 끓여보았다.(3시간)
정말로 곰탕은 쉬운 요리였던 것이다.(다만, 귀찮을 뿐) 그냥 오래 끓이면 고기와 뼈가 알아서 육수를 뱉어낸다.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란,집에서 먹는 첫 돼지국밥. 국물이 깊고 감기는데 뼈에서 우수수 벗겨지는 살코기들도 양이 꽤 된다. 아니 이런 횡재가. 이제 더 이상 해장국집에 갈 필요가 없다.
가성비를 위해 물을 많이 넣고 끓였더니 육수가 몇 통이 더 나와서 2~3끼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얼려 놓으면 된다) 육수만 있다면야 뭐든 해먹을 수 있지. 감자와 김치를 넣으면 감자탕이 되는 것이고, 고수와 쌀면을 넣으면 쌀국수가 된다. 중화면이나 에그누들로 된장, 간장을 사용해 라멘 흉내를 내볼 수도 있겠으나, 역시나 가장 군침이 도는 음식은 육수에 끓인 (인스턴트) 라면이다.
어떤 요리를 해 보아도 결국, 돼지 육수에 끓인 라면을 이길 수는 없다. 깎두기와 함께라면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