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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우산 Jan 01. 2018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는가?

한가람 & 심나연, [한여름의 추억]

인간과 인간이 만나 사랑을 한다는 거대한 사건이

더 이상 거대하기는커녕,

가성비 좋은 아이템 저울질하듯 흥정하는 일이 되어버린

이 메마르고 갈증 나는 시대에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님을

사랑이란 배우고 성장하는 것임을

성숙하지 못한 어른아이들의 닫힌 마음의 문 앞에 서서

행여 잘 들릴까

행여 모른 척할까

또박또박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드라마.



사랑과 자존을 착각하고

사랑과 욕심을 혼동하여

상대의 눈 속에서 나를 찾으려 하고

내 눈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는 상대를 보며

'썸'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다치지 않기 위한 안전한 울타리를 둘러쳐

사랑이라는 이름의 게임에 스스로를 밀어놓고

각자가 가져갈 쾌락의 몫을 따지며

등을 돌린 채 몫을 셈해보는 그 얄팍한 마음을

스스로에게마저 감춘 채

정작 한 발자국도

자신이 사랑한다는 이의 마음의 울타리 한넘어보지 못하고

아니 자기 마음의 울타리만 더 높이 쌓아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만들어

욕망과 쾌락을 섞네



사랑으로 아파하고

사랑으로 기뻐하고

사랑으로 나를 알고

사랑으로 너를 아는 것이

세계를 알고 삶을 아는 최고의 경험임을

그래서 너와 내가 성장하는 것임을,


자기 안에 갇혀

오류 없고

고통 없고

부끄러움 없는

순백의 영원같은 사랑

그런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님

그런 사랑으론 성장은 고사하고

자기안에 자기를 가둘 뿐이란 걸,


우리는

이제

알아야 한다.



사랑은,

사랑하는 자의 것이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자는

그래서 결국

더 많은 걸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더 편하고 유리할 수는 있을지언정

내게 주어진 사랑의 몫을 따지고 채워야 하는

자기가 만든 저울에 자신을 올려놓은 덫에 빠진

사랑의 노예가 된다.


사랑은

사랑하는 자의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된다.

그리고

내가 하는 나의 사랑으로

아프지만 더 행복하고

힘들지만 더 성장한다.



사랑을

사랑으로 알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모르고 사는 우리들에게

사랑을 걸음마부터 천천히 가르쳐주기 위한

아주 소박하지만

거대한 우주를 담고 있는

드라마.





저는요,

어릴 때 잠깐 만났던 남자한테서 마음 감추고 내숭만 떨면 내 진심 몰라준다는 걸 배웠구요,

스무 살쯤, 지겹게 싸워댔던 남자친구한테선 헤어지자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가장 오래 만났던 남자한테선

내 욕심 때문에 상대 진심 짓밟으면 벌 받는다는 거 깨달았어요.

그 외에도,

비 오는 날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 건지

와인은 어떤 게 비싸고 맛있는 건지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뭐고

티셔츠의 핏은 어떻게 입는 게 이쁜 것인지조차

다, 모두 다

내 지난 연애를 통해 배웠어요.

그리고 그쪽을 포함한 날 간만 보고 도망친 수많은 남자들한테서는요,

내가 상처받지 않게 치는 울타리가 다른 사람한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왜,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해본 오재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거죠?


- 한여름의 대사 in 한가람, [한여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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