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 로아노크 식민지
스페인과 프랑스보다 신대륙 진출에서 뒤쳐져 있던 영국에서도 신대륙 식민지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승인으로 Walter Raleigh 경에 의해 실행에 옮겨진다. 그리고 이곳 로아노크섬으로 3차례의 항해가 이루어진다.
-1차 항해
1584년 신대륙 탐사대가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도착하고 원주민들의 성대한 환영을 받는다. 원주민들은 그곳을 로아노크라고 불렀다. 이 탐사대는 영국으로 돌아와서 해당 지역이 식민지 건설에 적합한 곳이라고 보고한다. Raleigh경은 처녀의 몸으로 여왕직을 수행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기려 그 지역을 버지니아(Virginia – 처녀의 땅)라고 명명한다. 탐사대는 영국으로 돌아올 때 원주민 청년 2명을 함께 데리고 왔는데, 그들의 이름이 바로 Manteo와 Wanchese이다.
-2차 항해
적합한 식민지 입지를 확인한 Raleigh경은 1585년에 식민지 건설 원정대를 파견한다. 이들의 원정목적은 식민지 건설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확보 가능한 자원(예를 들면, 금)을 확인하고, 스페인 함선을 공격(노략)할 배후기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108명의 군인과 기술자들이 로아노크섬에 도착해 식민지 건설에 들어간다. 하지만, 앞서 캐롤린 요새의 프랑스인들과 마찬가지로(day 18 참조), 이들 역시 자급자족할 역량이 확보되어 있지 않았기에 곧 보급품이 바닥나고 만다. 결국 인근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게 되고, 공격받을 것을 우려한 이들은 원주민들을 선제 공격하여 추장인 Wingina를 살해한다.
원주민들과의 관계 악화로 식량사정이 더 궁핍해진 이들은 마침 이곳을 방문한 드레이크 해적선 선장의 배를 얻어 타고 영국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드레이크 선장은 영국여왕의 승인과 지원 하에 서인도제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스페인 화물선들을 노략질하던 인물이다. 뒤이어 영국에서 식민지 지원을 위한 선단이 도착했는데, 식민지가 버려진 것을 확인한 뒤, 15명을 남겨두고 다시 영국으로 떠난다.
-3차 항해
1차 식민지 건설 실패 이후, Raleigh경은 식민지가 지속 가능하려면 정착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주정착민을 모집한다. 신대륙에 가면 무상으로 토지를 지급해 주겠다는 약속을 통해 17명의 여자와 9명의 아이를 포함한 117명의 식민지 정착대가 꾸려졌고, 리더로는 2차 항해에 참가하여 해당 지역에 익숙한 존 화이트(John White)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1차 식민지가 건설되었던 로아노크섬 지역은 수심이 낮고 위험한 것으로 판명되어, 새로운 식민지는 이보다 80마일 북쪽의 체스피안 부족 주거지 인근의 만으로 결정되었다(지금의 체사피크 베이(Chesapeake Bay)로 후에 제임스타운 식민지가 이 곳에 건설됨).
식민지 건설단을 태운 배는 해적선 함대의 일부였는데, 이들은 주 사업인 해적질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해 원래 약속했던 체사피크 베이까지 가지 않고 이전의 식민지가 있던 로아노크 섬에 이주민들을 내려줘 버린다. 이주민들은 2년전에 남겨져 있던 15명의 행방을 찾았으나 유골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버려져 있던 기존 건물들을 수리하고 신축하여 주거지를 건설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리더인 존 화이트의 딸(존 화이트의 부하와 결혼함)이 아이를 낳게 되는데, 미대륙에서 최초로 유럽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된다. 이 여자아이는 버지니아에서 태어났기에 버지니아 데어(Virginia Dare)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정착한지 얼마 후, 이주민 중 한 명이 홀로 낚시를 나갔다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데, 2년전 추장이 살해 당했던 것에 대한 원주민들의 보복으로 여겨지고, 이에 이주민들은 인근 원주민들을 공격하고 마을을 불태운다. 긴장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급품이 떨어져가자 존 화이트는 추가 지원을 받아오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당시 영국은 임박한 스페인 함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선박을 군용으로 징집하였기에 존 화이트는 식민지로 돌아올 수단을 구할 수 없었고, 2년이 지난 후에야 또 다른 해적선박을 얻어 타고 로아노크로 오게 된다.
그가 돌아왔을 때, 마을에는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집들은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허물어져 있었다. 울타리 말뚝과 나무 기둥에는 ‘‘CRO’, ‘CROATOAN’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크로아토안(croatoan)은 로아노크섬 동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영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 원주민 Manteo의 부족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존 화이트는 크로아토안 섬으로 가서 이들을 찾아보고자 했으나, 기상 여건이 여의치 않자 해적선장은 배를 영국으로 돌려버린다. 그 이후, 사라진 이들의 행방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